유니콘 기업 30개 육성 공약, 달성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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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훈 기자
입력 2020-01-23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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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다가오면서 각 정당의 주요 공약도 발표되고 있습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0일 2호 공약으로 “2022년까지 유니콘 기업 30개 달성”을 내세웠죠.

당초 중소벤처기업부는 유니콘 기업 20개를 목표로 정책을 추진해 왔습니다. 지난해 4월 박영선 장관 취임 이후 유니콘 기업 5개사가 추가로 배출하는 성과를 보이자 목표를 대폭 수정한 거죠.

현재 우리나라 유니콘 기업은 10개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이 지난 20일 국회에서 '벤처 4대강국' 총선 공약을 발표했다. 이날 민주당은 유니콘 기업 30개 육성 공약을 제시했다.(사진=연합)]

민주당 공약 발표를 보고 몇 가지 의문점이 들었습니다.

첫째, 20개도 쉽지 않은데 30개 공약이 실현 가능한 공약일까?

유니콘 기업은 기업가치 10억 달러(약 1조원) 이상의 비상장 기업을 의미합니다. 투자사가 벤처기업 투자를 진행할 때 투자금액과 지분을 계산하기 위해 기업가치를 산정하는데, 이 가치가 유니콘 기업 여부를 판정할 수 있는 기준이 됩니다.

유니콘 기업은 비상장사여야 하기 때문에 대기업에 인수합병(M&A)되거나 기업공개(IPO)를 통해 상장사가 되면 집계에서 빠지죠.

얼마 전 배달의민족(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독일 기업에 인수되면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트는 이 업체를 집계에서 제외했습니다. 회사가 더 크게 성장해 인수되거나 상장하면 숫자가 줄어드는 구조인 셈이죠.

일본의 경우 유니콘 기업은 3개 밖에 없지만, 공모시장 진출 문턱이 낮아 상장을 선택하는 것일 뿐 벤처기업 육성을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대규모 투자를 유지하고 1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것 자체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영민한 인재의 창업을 시작으로, 초기 투자를 유치해 팀원을 채용하고, 데스밸리라 불리는 창업 3년 차를 버틴 뒤, 시장성을 인정받고, 치열한 경쟁을 통해 메인 플레이어가 돼야 합니다. 최근에는 대규모 투자 유치에 수익성이 중요한 가치로 떠오르면서 미래 가능성뿐만 아니라 영업이익도 신경 써야 합니다.

이 모든 시련을 거쳐 회사 규모를 키우면 비로소 유니콘 기업이 될 자격을 얻습니다. 국회에서 유니콘 기업 수 목표를 20개에서 30개로 늘렸다고 해서 벤처기업이 겪는 고난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죠.

불과 1년 전 ‘제2벤처 붐’ 계획 발표로 제시한 ‘22년까지 20개’ 목표는 단순히 숫자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유니콘 기업이 나타날 수 있도록 예비 유니콘을 키우고, 예비 유니콘 후보기업을 발굴하고, 창업 생태계와 스케일업 환경을 구축한 뒤 결과물로써 20개를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죠.

숫자를 20개에서 30개로 수정하는 일은 어렵지 않지만, 2~3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유니콘 20개가 배출될 수 있는 벤처환경을 30개의 환경으로 바꾸기는 쉽지 않습니다. 생태계라는 것은 하루 이틀 만에 구축되지 않으니까요.
 

지난해 12월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박영선 중기부 장관이 국내 11번째 유니콘 기업 탄생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연합]


두 번째 궁금증. 왜 정부의 목표를 여당에서 공약 형태로 수정할까?

정부와 여당이 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당정 협의회가 진행되고는 있지만, 민주당이 이번 공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중기부와 협의한 내용은 없다고 합니다.

중기부는 벤처창업 정책을 총괄하는 부처입니다. 제2벤처 붐 확산전략 발표 이후 계속해서 ‘22년까지 20개’를 외치며 정책을 준비했는데, 국회에서 목표를 ‘급’ 수정한 셈이죠.

정부는 "20개" 집권여당은 "30개"라고 다른 목소리를 계속 낼 수는 없겠죠.

중기부는 총선 이후 공약에 대한 내용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유니콘 기업 수에 대한 목표를 다시 설정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최근 국회에서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과 ’벤처투자촉진법‘이 통과되면서 벤처 생태계를 위한 입법이 이뤄지긴 했습니다.

하지만 국회의 역할은 법을 만드는데 그칩니다. 유니콘 기업의 탄생과 육성은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이뤄지는 것이고요. 

1호 공약인 '전국 무료 공공와이파이 공급'에 이어 제시한 2호 공약, 집권여당으로서 내세울 만한 것이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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