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의 '여순사건 특별법' 요청... 법 제정으로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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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근 기자
입력 2020-01-22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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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순사건 희생자들과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이 사건과 같이 고단한 절차를 더는 밟지 않도록 특별법이 제정되어 구제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지난 20일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1부(김정아 부장판사)는 20일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 재심 선고 공판에서 철도기관사로 일하다 처형당한 고(故) 장환봉씨(당시 29세)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이와 같이 말했다.

장씨는 1948년 10월 국군이 반란군으로부터 순천을 탈환한 직후 반란군을 도왔다는 이유로 체포됐다. 이후 22일 만에 군사법원에서 내란 및 국헌 문란죄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고 곧바로 형이 집행됐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현 행정안전부 과거사관련업무지원단)이 2009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여순사건에서 민간인 희생자는 439명에 달한다. 민간대책기구인 여순사건재심대책위의 집계는 이보다 훨씬 많아서 희생자가 1만 5000명은 될 것이라는 추산도 있다.

김정아 판사가 언급한 '특별법'은 지금까지 제정됐던 과거사 관련 특별법과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5.18특별법이고, 2000년 제정된 제주4·3사건 특별법도 있다. 주로 피해자에 대한 배상과 명예회복, 기념사업 등을 규정하고 있다. 

여순사건의 경우 과거 여러차례 특별법이 제정이 시도됐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된 것도 5건이다.

가장 많은 인원이 참여한 특별법안은 주승용 의원 외 105명이 2018년 11월 발의한 “치유와 상생을 위한 여순사건 특별법안”이다.

주 의원 측은 “여순사건 당시 죄를 소명할 기회도 주지 않고 무작위로 연행하고 체포 감금해 희생시켰는데 지금이라도 피해자에게 소명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며 “후손들까지 연좌제로 피해를 입어서 80년대 까지는 공직에도 진출하기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이어 “특히 2018년 발의한 특별법안의 제목에는 치유와 상생이라는 단어가 들어갔다. 이제 70년이 지난 사건이고 누군가의 잘 잘못을 따지기 보단 아직까지 남아있는 갈등을 중재하고 상생하기 위한 목적의 법안이다”라고 말했다.

주철희 여순사건재심대책위 대표도 “민간인 희생자 등을 위한 집단 소송 등을 준비 중인데 특별법이 없어 소송을 통해 구제 받으려는 것”이라며 “특별법이 제정되면 희생자 구제와 지속적인 소송으로 인한 국가 낭비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정까지는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여순사건이 군사반란에 관계돼 있어 특별법안은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계속 계류돼 있다가 지난해 3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로 회부됐다.

주 의원 측 관계자는 “국군과 경찰이 민간인을 희생시킨 만큼 국방위는 여순사건 특별법에 보수적일 수밖에 없어서 행안위로 옮겼다”면서 “작년에는 여·야가 패스트트랙 사건 등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우가 많아 아무래도 제정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여순사건 71주년 특별법 제정촉구를 위한 서울추모문화제 및 행사추진위원회가 열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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