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 독자협력 딜레마②] '북·미·중' 큰 산 못 넘으면 독자협력 실패

정혜인 기자입력 : 2020-01-20 08:01
北 ‘南 패싱’ 견고…文정부 러브콜 응답할까 ‘주권’ vs ‘동맹’ 대립으로 확산된 한·미 마찰 한·미 동상이몽 ‘習카드’…‘中 역할론’ 변수로
남북 관계 속도전으로 한반도 비핵화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정부의 야심 찬 계획이 시작부터 딜레마에 빠졌다.

정부는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은 범위에서 남북 독자협력을 추진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북·미 관계를 관망하며 챙기지 못했던 남북 관계를 북·미 대화와 별개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무엇이든 시도해보겠다는 각오로 해석된다.

하지만 함께 손뼉을 맞춰야 할 북한의 ‘묵묵부답’이 계속되고, 한·미 동맹으로 묶인 미국의 견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한국과 미국이 서로 사용하려는 ‘중국 역할론’도 풀어야 할 숙제다.

집권 4년 차에 접어든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을 앞세워 한반도 비핵화의 ‘운전자론’에 재시동을 걸었지만, 북한·미국·중국이라는 큰 산을 먼저 넘어야 한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서로 손을 잡고 있는 모습. [사진=청와대]


◆북한 ‘南패싱’ 견고…文정부 러브콜 응답할까

문 대통령이 제시한 독자적인 남북협력은 말 그대로 ‘남과 북’이 협력하는 것으로 ‘북한의 호응’이 관건이다. 정부는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개별관광, 이산가족 상봉 카드로 북한의 호응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시종일관 남측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 등 총 36차례 남북 당국 간 대화가 이뤄졌었다. 그러나 지난해 남북 당국자 간 만남은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고, 올해 전망도 좋지 않다. 

북한의 외교통으로 불리는 리용호 외무상 자리에 대남·대미 강경파 인물로 알려진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이 올 것이라는 소식도 들려 북측의 봉남(封南) 기조가 지속될 전망이다. 

북한은 경제난을 관광사업으로 극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신년사에서 “(남한과의) 조건 없는 관광 재개를 할 용의가 있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움직임 중 하나다. 하지만 최근 북한의 관광사업 구상 속에 한국은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말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 시설 철거를 주문한 바 있다. 

새로운 국가노선 ‘정면돌파전’ 이행에 여념이 없는 것도 걸림돌이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북한) 전원회의 이후 2020년 북·미 대화나 남북 관계의 문이 닫혀있다는 생각이 더 굳어졌다”며 “올해 북한은 제한된 국가재원과 노력을 외부에 허비할 여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자력갱생 등으로 대북제재 장기화 돌파를 선언하고, 이에 집중하는 만큼 제재완화·철회 등 ‘확실한 선물’ 없이는 북·미 대화, 남북협력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6월 30일 오후 청와대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주권’ vs ‘동맹’ 대립으로 퍼진 한·미 마찰

북한 설득 뒤에서는 미국이라는 또 다른 과제가 존재한다. 정부의 대북정책이 ‘주권 v s동맹’ 한·미 대립으로 번졌기 때문이다.

지난 8일 문 대통령이 남북협력 구상이 담긴 신년사를 발표하자 미국은 ‘대북제재 이행’을 강조하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때마다 정부는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부분에서 남북이 협력할 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가 대북 개별관광을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남북협력 사업임을 재확인하면서 한·미 간 마찰음이 본격적으로 들려왔다. 특히 ‘한·미 워킹그룹 가동’ 등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의 거침없는 발언이 양국의 마찰은 주권과 한·미 동맹 대립으로 확산했다.

해리스 대사가 문 대통령의 남북협력 구상에 대해 미국과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거듭 요구하자 정부는 “대북정책은 대한민국의 주권”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가뜩이나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 등으로 진통을 겪는 한·미가 긴밀하게 소통해야 할 대표적인 사안인 ‘대북정책’에서도 불협화음을 내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존재한다.

남북 관계를 북·미 관계에 종속시키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강한 만큼 미국과의 마찰음도 커지고, 이것이 한·미 동맹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28일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세션에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화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미의 동상이몽 ‘시진핑 카드’…‘中 역할론’ 변수로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한국과 미국이 ‘시진핑(習近平)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중국 역할론’이 변수로 떠올랐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 중국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며 올해 상반기로 예정된 시 주석의 방한을 언급했다. 2014년 이후 약 5년 만에 이뤄지는 시 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북한과 혈맹 관계인 중국이 남북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에 기대감을 표현한 셈이다.

하지만 한·중 사이에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라는 문제가 여전히 존재한다.

지난해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한국을 방문하면서 한·중 관계 회복에 물꼬가 마련됐다. 그러나 양국의 갈등을 촉발한 사드 문제는 아직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았다. 한국은 사드 문제가 일단락됐다고 판단하는 반면, 중국은 ‘사드 배치 철회’를 문제 해결안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미·중 1단계 무역합의 서명식 이후 돌연 “우리(미·중)는 북한에 대해 매우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중국을 ‘비핵화 협상의 방해자’로 지목한 것과는 상반된 발언이자 미국 재무부가 중국 숙박시설을 대북제재 위반으로 제재한 이후 나온 말이었다.

암암리에 북한을 돕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에 대북제재 이행을 압박하고,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중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미가 이처럼 동시에 중국의 역할을 주문했지만, 중국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서 영향력을 행사할지는 미지수다.

북·중 관계가 회복기에 접어들었지만, 미국의 대북 제재 칼날에서 중국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아울러 대만, 홍콩 등 국내 문제 해결에 급급한 중국이 남북, 북·미 문제에 크게 나서지 않을 것이란 예측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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