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 독자협력 딜레마➀] 韓, ‘촉진자’와 ‘조정자’ 사이서 ‘갈팡질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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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 기자
입력 2020-01-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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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 개별관광 추진으로 한·미 동맹 등 양국 공조 우려감

  • 흔들리는 ‘韓역할론’…비핵화 협상 ‘걸림돌’ 작용할 수도

북한 개별관광 허용 등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남북협력 구상을 둘러싼 한국과 미국 간의 갈등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미국은 한국 외교 고위 관계자들의 잇단 방미와 설득에도 한·미 워킹그룹 논의를 내세우며 제동을 건 상태다.

반면, 한국은 미국과의 협의를 전제를 강조하면서도 국제제재 위반이 아니라며 강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한·미 동맹으로 대표되는 양국 공조에 균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2020 한국이미지상 시상식'(CICI Korea 2020)에서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축사를 하고 있다. 

◆해리스 대사 ‘개인 발언’ 선 긋기 나선 靑…“양국 공조 문제없다”

청와대는 정부의 독자적 남북협력 사업 추진 구상으로 촉발된 한·미 간 엇박자를 지적하는 우려에 대해 “문제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와 여권, 정부는 기본적으로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 발언이 ‘개인의 입장’이지, ‘미국의 입장’이 아니라는 데 인식을 함께 하고 있다.

청와대와 외교 당국이 이례적으로 해리스 대사의 발언을 비판한 것도 ‘개인 돌출 행동’이라는 것이다.

앞서 해리스 대사는 지난 16일 외신 간담회에서 한국 정부의 남북협력 추진 구상을 두고 “향후 제재를 촉발할 오해를 피하려면 한·미 워킹그룹에서 다루는 것이 낫다”고 밝혀 국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남북협력은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촉진할 수 있는 방향이 될 것”이라며 “양측의 협상력을 잃게 하는 쪽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북한 개별관광 같은 구상도 결국은 비핵화 틀 안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취지였다.

현실적으로도 사실상 미국과의 긴밀한 의견 교환이나 공조 없이는 남북협력이 추진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북한 개별관광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안에서 충분히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정부가 추진하려는 금강산관광 사업은 유엔 결의 위반에 걸릴 수 있다. 개별관광이라는 이름으로 관광객 개인이 사업주인 현대아산에 비용을 지불하고 북한이 한꺼번에 대량 현금을 받기 때문이다.

금강산관광은 유엔 대북제재 결의 2087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대량 현금(bulk cash)’ 유입 금지에 해당될 수 있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호르무즈 파병 ‘변곡점’…문제는 워킹그룹 존재

문 대통령이 지난 7일 신년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과 함께 북한에 제안한 5대 남북협력 사업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비무장지대(DMZ) 일대의 국제평화지대화 △접경 지역 협력 △남북 간 철도 및 도로 연결 △스포츠 교류 등이다.

문 대통령은 “전쟁불용, 상호안전보장, 공동번영이라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세 가지 원칙을 지켜나가기 위해 국제적인 해결이 필요하지만, 남과 북 사이의 협력으로 할 수 있는 일들도 있다”면서 “남과 북이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함께 논의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5대 사업 중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남북 철도·도로 연결은 2018년 9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9·19 평양 공동선언’에서 합의한 사안이다.

그러나 두 사업 모두 대북 합작 사업을 금지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2375호와 대량 현금 유입을 금지한 2087호를 위반할 소지 때문에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결국 한·미 양국 간 갈등 조짐은 방위비 분담금 협상,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 등으로 변곡점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와 정부는 금전적인 부담이 큰 방위비 분담금보다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를 연결고리로 갈등 문제를 풀 것으로 점쳐진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16일(현지시간) “한국은 동맹국이지 부양대상이 아니다”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기고문을 게재하며 한국을 압박했다.

두 장관은 월스트리트 저널 기고문에서 “미국 대통령들은 오랫동안 동맹국들에 자신의 방위에 더 많이 돈을 낼 것을 요구했고 종종 부진한 결과를 얻었다”면서 “한·미가 지금 마주한 전략적 도전은 너무 크고, 복잡해서 현상 유지를 용인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 새로운 분담금 협정의 논의 배경”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호르무즈 해협 파병과 관련해서는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해양안보구상(IMSC·호르무즈 호위연합)에 참여하지 않는 대신 아덴만에서 임무 수행 중인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호르무즈해협으로 확장하는 방식으로 기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3년 노무현 정부 당시에도 진보진영의 반대 속에 이라크 파병을 결정한 뒤로 미국이 6자회담 구상이 적극 협조한 바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미 정부 갈등의 중심에는 한·미 워킹그룹을 만든 것이 외교적 패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018년 11월 출범한 한·미 워킹그룹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과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가 대표로 참석하고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미국에게 승인을 받는 모양새인 워킹그룹은 북한이 인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당연히 워킹그룹의 논의 결과는 남북, 북·미 간에 적용되기 어려운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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