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세상을 동화로 만드는 사진 작가 '크리스티나 마키바'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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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이 기자
입력 2020-01-16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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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는 건 사진 뿐”이라는 말이 있다. 사진은 추억을 남기기도 하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때문이다.

동화같은 사진으로 감동을 주는 러시아 사진작가인 ‘크리스티나 마키바’를 만났다.

터키 카파도키아, 러시아 시베리아 바이칼호, 포르투칼 포르투 등 크리스티나 마키바는 영감을 주는 장소라면 찾아가서 사진 작업을 진행했다. 그의 손을 거친 사진은 재탄생됐다. 그를 만나서 동화 속 사진의 비밀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진= 뮤지엄 오브 컬러 제공/ 크리스티나 마키바 작가]


Q. 화려하고 강렬한 색감이 눈에 띄는데 이러한 색감을 얻기 위해 어떠한 노력들을 하시나요?

A. 컬러는 제 예술의 주요한 도구입니다. 제 모든 사진은 예외 없이 컬러 보정 작업을 거칩니다. 저는 밝은 컬러를 정말 좋아합니다. 하지만 밝은 컬러가 일상 속에서 충분하게 존재하지 않아서 편집을 통해 컬러를 더해야만 합니다. 저는 세상을 컬러로 물들여 더 밝게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이건 사진 작업에만 기울여지는 노력이 아니라, 제 삶의 방식이기도 합니다.

Q. 작품을 창작할 때 아이디어의 영감은 어디서 얻으시나요? 

A. 영감은 아주 미묘하고 덧없는 것입니다. 규칙과 일정을 따르지도 않고 갑자기 오는 것이며 항상 다른 방식으로 다가옵니다. 영감을 실현하는 저의 방식을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가끔 영화를 볼 때면, 감독과 카메라맨이 관객에게 시각적인 조화로움을 전달하는데 성공한 특정 장면에 푹 빠집니다. 혹은 책을 읽으며 동화 속 세상같이 아름다운 장면을 상상 속에서 그려내곤 합니다. 이런 경우에 저는 그 아름다운 장면을 사진촬영을 위한 아이디어로 전환하기 시작합니다. 촬영, 소품, 의상을 위한 장소를 생각하고 모델을 선정하는 작업을 시작합니다.

일례로 판타지 애니메이션 <바다의 노래>를 보고 나서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영화가 끝나기도 전에 저는 이미 물개들과 함께 수영하고 있는 소녀를 촬영하고자 마음먹었고 이미 머리 속에서 완성된 사진을 보았습니다. 그것이 동일한 이름의 제 사진 <바다의 노래>로 구현되었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작업을 진행하는 도중에 영감이 오는 경우입니다. 제가 사진 원본을 편집 프로그램에 띄웠을 때 갑자기 어떤 분위기 자체에 휩쓸려 그에 필요한 아이디어와 세부 사항들이 새롭게 떠오를 때입니다.

영감이라는 것이 제 손을 조종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런 경우엔 마치 영감이 제가 그간 축적해 온 모든 경험, 제가 보고 들은 모든 사진과 영화, 책, 음악, 제가 겪은 모든 슬픔과 기쁨까지도 모두 활용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진= 뮤지엄 오브 컬러 제공/ 크리스티나 마키바 작가 ]


Q. 소셜미디어(SNS)의 등장으로 예술을 둘러싼 환경 또한 크게 변화했어요. SNS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 SNS가 작품 창작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나요?

A. 인스타그램은 제 예술 활동에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인스타그램 계정을 공개한 즉시 저는 제 계정을 본 사람들이 흥미로워 할 사진을 하루에 세 장씩 올리기로 규칙을 정했습니다. 이 규칙은 제가 (아마추어에서) 전문적인 수준의 아티스트가 되기까지 실력을 향상시키는 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지금은 하루 종일 10 장의 스케치 작업을 합니다. 또한 인스타그램은 제가 다른 많은 창의적인 사진작가들과 만나고, 그들과 함께 다양한 공동 프로젝트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 창구였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관객이 주는 피드백은 저를 포함한 모든 크리에이터들에게 있어 중요한 것입니다. 예술 또한 관객에게 소중한 것이며 그들에게 영감을 준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인스타그램은 (바로 그렇게) 관객과 피드백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합니다.


Q. 작품 창작의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작품을 살펴보면 특유의 동화 같은 세계가 아름답게 재현되어 있습니다. 촬영을 한 후 후반 작업을 거치는 것 같은데, 구체적인 작업 과정을 설명해줄 수 있나요?

A. 제 사진 한 장 한 장은 모두 포스트 프로덕션의 결과물입니다. 저는 지난 18년간 포토샵을 사용해 작업해 왔습니다. ‘동화 같은 세상’을 만들어내는 일은 가장 어렵고 힘든 과정이며 보통 3~6시간이 소요됩니다.

저는 완벽주의자이고 디테일에 많은 신경을 기울입니다. 모든 그림자가 동일한 방향으로 져 있어야 하고 빛의 반사는 자연스러워야 하며 사물들은 균등하게 빛나야 합니다. 어떤 작은 실수 하나도 관객의 집중력을 분산시킬 수 있고 제가 신중을 기울여 사진에서 지워 놓은 동화와 현실 사이의 보이지 않는 섬세한 경계를 흔들어 놓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포스트 프로덕션 과정의 이미지 작업을 하는 주요 기준은 컬러입니다. 저는 원색 보정부터 작업을 시작하고 많은 중간 작업을 거치고, 밀리미터 단위로 슬라이더를 움직이며 신중히 마지막 컬러 보정 작업을 긴 시간에 걸쳐 합니다. 가끔 저는 몇몇 제 예전 작품들로 돌아가 새로운 컬러 작업을 통해 모두 다시 그려내곤 합니다. 포스트 프로덕션은 제 예술의 필수적인 부분입니다. 아이디어 창출이나 혹은 촬영 과정과 마찬가지로 포스트 프로덕션 역시 영감이 매우 필요한 작업입니다.

Q. 전세계 곳곳을 누비며 촬영을 하시는데 이번에 한국에서 진행되는 '뮤지엄 오브 컬러'에서 전시되는 작품의 촬영 장소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촬영 장소나 좋아하는 지역이 있다면 어디인가요?

A. 저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주는 장소들이 있습니다. 그 장소들에서 수십여 번 작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제가 이 곳들을 다시 찾는 걸 사랑하는 건 단지 작업 때문만이 아닙니다. 일하기 편할 뿐 아니라 쉬기에도 좋은 곳이기 때문입니다.

MOC에 전시되는 작품들의 배경이 된 곳 중 제가 가장 멋지다고 생각하고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카파도키아입니다. 이곳은 매우 비범한 ‘우주적인’ 풍경을 자랑합니다. 매일 아침 새벽녘 태양이 처음 빛을 비출 때 지평선까지 가득한 형형색색의 열기구가 온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는 풍경을 보면 제 심장은 기쁨으로 가득 차오릅니다.

열기구의 비행은 그 자체로 독특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저는 또한 러시아 시베리아의 바이칼 호를 매우 사랑합니다. 이 거대한 민물 호수는 화학적으로 볼 때 증류수에 가까운, 수정처럼 맑은 물을 품고 있습니다. 겨울이 되면 이 어마어마한 호수 전체가 두껍고 투명한 얼음층으로 뒤덮입니다. 그 얼음층은 다양한 균열로 뒤덮여 있고, 그 안에는 얼어붙은 메탄과 산소 거품을 볼 수 있습니다. 이 곳은 그 자체로 커다란 크리스털 동화 세상이며, (그렇기에) 제 마법 같은 사진 작품의 배경 역할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 곳입니다.

포르투갈의 고대 수도였던 도시 포르투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대서양 해안가의 암초들 위에 위치한, 이 아름다운 도시의 중심에 있는 모든 건축물들은 아름다운 형형색색의 아줄레주 타일로 뒤덮여 있습니다.
 

[사진= 크리스티나 마키바 인스타그램]


Q. 주로 여성과 동물의 등장이 당신의 작품에서 두드러진다. 모델을 선정할 때 특별한 기준이나 이유가 있나요?

A. 물론 모델을 선정할 때 주요 기준은 드레스의 사이즈입니다. 다른 모든 측면들에 있어서는 어떤 공통의 기준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모델 선정은 특정 아이디어를 감안해 이루어지는 편이고 아이디어 또한 바람직한 모델을 통해 구현되는 편입니다.

저에겐 모델의 전문성이 예술성만큼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제 ‘동화’ 세상은 아름답고 진정한 감정을 필요로 합니다. 저는 오히려 촬영을 하는 가운데 어떤 분위기를 만들어내곤 합니다. 모델이 제가 필요로 하는 감정 그 이상을 소화해낼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인물 사진 모델은 발레리나입니다. 발레는 매우 많은 영감을 줍니다. 모든 발레리나는 아름답고 늘씬하며 우아합니다. 그들의 움직임은 하나 하나가 우아함, 가벼운 경쾌함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발레리나는 어떤 동작도 하나의 아름다운 감각적인 춤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듯 보입니다. 그들의 세상은 조화로움으로 가득합니다.
 

[사진= 크리스티나 마키바 인스타그램]



Q. 당신의 작품들 중에는 모스크바를 다룬 작품들처럼 ethnicity가 아름답게 표현되거나, 파리 캠페인처럼 도시의 캐릭터가 잘 드러나는 작품들이 많다. 언젠가 한국에서도 그런 식의 작업을 해 보고 싶은 생각이 있나요?

A. 저는 이미 서울을 방문했던 적이 있고 옛 아시아적 풍미가 패셔너블하고 널찍한 동네에 혼합되어 있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서울뿐만이 아니라 한국의 다른 아름다운 곳들을 두루두루 찾아볼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사진= 김호이 기자/ 인터뷰 장면]

Q. 지금의 크리스티나 마키바를 만든 게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5년 전쯤에는 지금과 같이 많은 팔로워가 없었는데 매일 3장의 사진을 찍고 올리겠다는 저만의 기준과 원칙을 세워서 5년 전부터 매일 새로운 사진들을 3장씩 올리는 습관들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자신만의 독창적인 사진을 찍고 싶어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A. 어린이와 같은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열심히 찍으려고 노력하는 것과 주변에서 영감을 받는 경험 그리고 새로운 것들을 배우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한 거 같아요.

특히, 젊은 사진가들에게는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말처럼 처음부터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욕심을 부리기 보다는 수년간 경험을 쌓으면 정말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진= 김호이 기자/ 크리스티나 마키바 작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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