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식 셈법으로도, 실러식 계산으로도 "미국 증시 너무 비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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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0-01-1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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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총생산과 시가총액 대비 비율 등으로 봤을 때 닷컴버블 수준

  • 미중 무역협상의 불확실성 향후 증시 변동성 키울 것으로 보여

미국 뉴욕증시 강세장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미·중이 1단계 무역협상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더욱 활기 띤 시장은 새해에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물론 이란과의 갈등으로 지난주 다소 흔들리기는 했지만, 애플을 비롯한 IT기업들은 탄력적으로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각종 수치를 기반으로 볼 때 현재 증시는 실물 경제의 호조를 훨씬 넘어서는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버핏의 계산으로도 실러의 계산으로도 "비싸다"

지난 14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2.62포인트(0.11%) 상승한 2만8939.67에 거래를 마쳤다. 다만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미국이 대선 전까지 중국에 대한 관세를 추가로 줄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소식에 각각 0.15%, 0.24% 하락했다.

지난주 골드만삭스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시가총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고객들에게 보내는 투자 메모를 통해 지적했다. 미국 증시 시가총액은 미국 GDP 대비 200%에 달한다. 지난해 이미 30% 정도 상승했던 S&P는 올해 들어서도 1% 정도 추가로 올랐다.

CNBC는 이런 평가법은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이 과거에 밝혔던 주식평가 방식과 비슷하다고 밝혔다. 지난 2001년 버핏은 포천지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간단하면서도 유효한 주식가치 평가 방식으로 국민총생산(GNP) 대비 시가총액을 나눈 것이다. 당시 버핏은 GNP 대비 시가총액 70~80% 수준인 것을 가장 선호한다고 밝혔다. 현재는 약 187% 수준이다.

헤지펀드 매니저인 폴 튜더 존스도 버핏의 계산법으로 주가의 과열 여부를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존스는 2017년에 재닛 옐런 의장이 이끄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로 경제 대비 증시 밸류에이션이 무서울 정도로 고평가됐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또 다른 주가가치 평가 계산법인 경기조정주가수익비율(CAPE, Cyclically-Adjusted Price Earnings Ratio)에서도 현재 주가는 매우 비싼 것으로 나타난다. 지난 2013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가 만든 CAPE는 S&P 500지수와 주당 순이익 10년 평균값으로 산출한 주가수익비율이다.

주가가 지난 10년간 평균 주당순이익의 몇 배인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배수가 높을수록 주식이 고평가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CAPE는 2000년 닷컴버블 이래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버블 이후 주식들의 가치는 7개월 만에 80% 정도가 사라졌다. 현재 CAPE는 28 수준으로 실러 교수는 최근 뉴욕타임스 기사에서 "의미심장한 수준이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는 90분위에 속하는 것으로, 현재 주가는 과거 90% 정도의 기간에 비해 가격이 높은 수준이라는 뜻이라고 CNBC는 설명했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어…무역협상 불확실성도 영향

골드만삭스 투자전략그룹의 샤민 모사바르-라흐마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과거 밸류에이션이 이렇게 높아졌을 경우 향후 5년 동안 주가 투자수익률에 부담이 됐으며,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작아졌다"며 "지난해의 수익률 대부분은 실적 성장이 아닌 밸류에이션 상승에서 왔으며, 이는 투자자들의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나치게 주가가 상승한 뒤에는 시장이 상대적으로 지지부진한 모습을 이어왔다는 것이다.

실러 교수는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서 퍼지는 긍정적 전망은 이성적인 판단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와 같은 슬로건들이 투자자들로 하여금 분위기에만 의존하는 '동물적 감각'에 의존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실러 교수는 "비이성적인 믿음이 늘어날 경우 여러 단계에서 문제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중 무역협상의 추이도 향후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이 일단 1단계 합의는 했지만, 이후 추진과정에서 조금이라도 갈등이 생길 경우 시장의 변동성은 다시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CNBC는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을 인용해 보도했다.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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