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탄희 전 판사, “‘유해용 무죄’ 형사판결로 부정함 정당화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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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혜경 기자
입력 2020-01-13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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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법농단의 본질은 헌법위반이고 법관의 직업윤리위반"

‘사법 행정권 남용’ 의혹을 처음 알린 전직 판사 이탄희(사법연수원 34기) 변호사가 유해용 전 판사의 무죄 판결에 대해 “형사사건이 이 사건의 본질이 아니다”라며 강력히 비판했다.

13일 이 전 판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해용(사법연수원 19기)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것을 두고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사법농단의 본질은 헌법위반이고 법관의 직업윤리위반이다”며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근혜 청와대·외교부·특정 로펌 등이 분업하며 재판에 개입한 사건으로, 우리 헌정체제를 위협하고 재판받는 당사자들을 농락한 사건”이라고 했다.

대법원장과 국회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이 전 판사는 “대법원장이 엄격한 법관징계 등 직업윤리 수호를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고, 법관탄핵 등 국회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며 “선진국들이 모두 취하는 방식인데 왜 우리나라에서만 이렇게 어려운 것이냐”고 반문했다.

특히 대법원장께서 외부위원 참여하는 자체조사위를 설치하지 않고 검찰 수사에만 기댄 일과 법관징계에 관해 대규모 면죄부를 준 일이 다시 한번 통렬하게 다가옵니다.

이어 “이번 판결이 사법개혁의 흐름에 장애가 된다면 그것은 대법원장의 무책임함, 20대 국회의 기능 실종이 빚어낸 결과”라며 “형사판결로 사법농단이 위헌성과 부정함이 절대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전 판사는 2017년 2월 법원행정처로 발령받은 뒤 당시 상고법원 도입에 비판적인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학술대회를 견제하라는 지시에 항의하며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후 수원지법으로 복귀됐지만, 이례적인 발령취소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도 부당한 지시에 대한 의혹이 불거졌다. 이후 본격적으로 사법 행정권 남용 의혹에 관한 조사가 이뤄지며 '사법부 블랙리스트'의 민낯이 드러났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박남천 부장판사)는 이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유 전 수석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이 사법행정권을 남용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기소된 사건 중 처음 나온 1심 판단이다.

유 전 수석은 대법원에서 근무하던 지난 2016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공모해 휘하 연구관에게 특정 재판의 경과 등을 파악하는 문건을 작성하도록 한 혐의로 지난해 3월 기소됐다. 또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이를 파기한 혐의도 받는다.

이날 유 전 수석에게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사건도 맡고 있다.

 

[이탄희 전 판사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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