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와의 전쟁' 선언한 文…"추가 규제 시나리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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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 기자
입력 2020-01-08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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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장 과열 재현 시 고강도 추가 규제책 나올 듯…늦어도 총선 전 예상

  • 기존 규제 방안 업그레이드 수준 될 듯…시장 내성 쌓여 효과 미지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청와대에서 신년사 발표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올해 신년사를 통해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시장은 벌써부터 추가 고강도 규제 카드에 대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 대통령이 '전쟁'이라는 극단적 단어를 선택할 정도로 현 주택 시장 흐름을 심각하게 바라보는 가운데, 부동산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이어 8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부동산 시장의 안정은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있다”며 “정부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던질 것”이라고 말하면서 정부의 정책 의지를 재확인했다. 

다만 추가 규제가 효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앞서  '8·2 대책', '9·13 대책', '12·16 대책' 등 여러 차례 고강도 규제책들이 연이어 발표됐지만 집값 상승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정부가 그간 부동산 시장 상황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한 채 정책 실패를 자인하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문 대통령의 신년사 선포는 불과 약 50일 전인 지난해 11월 19일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밝혔던 "부동산 시장이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는 발언과도 정면 배치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신년사에서 "부동산 시장의 안정, 실수요자 보호, 투기 억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며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의 이번 신년사 발언은 정부의 강력한 주택시장 안정 의지를 국민에게 표명했다는 정도로 이해해주면 좋겠다"며 "아직 12·16 대책이 발표된 지 1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추가 대책을 논할 단계는 아니다. 다만 향후 주택시장 불안이 재현될 경우 얼마든지 과열 진압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는 그간 대통령 및 국토부 장관의 발언 이후 정부가 고강도 대책을 연이어 쏟아낸 전례를 비춰볼 때, 시장에 투기 세력이 증가한다고 판단되면 더욱 강력한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단 부동산 추가 강경책으로 이미 발표된 고강도 대책의 범위가 대폭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시장 흐름에 따라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 범위가 확대되고,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핀셋 대상 지역도 더욱 늘어나는 식이다.

또 최근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단지' 등을 중심으로 재건축 시장이 다시 꿈틀대는 조짐을 보이면서, 재건축 연한을 현행 30년에서 40년으로 늘리는 방안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 및 투기 수요 차단을 위해 각종 부동산 관련 세금을 더욱 강화하고 전매제한, 실거주 의무 기간 등 규제 기한을 더욱 늘리는 방안도 나올 수 있다. 특히 정부는 집값 상승 시 보유세 부담을 높여 다주택자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공산도 크다.

이 밖에 당장 내달 21일부터 국토부가 한국감정원과 함께 '실거래상시조사팀'을 구축, 시세 민감 지역을 대상으로 직접 중점 조사에 나서면서 관련 추가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정부가 집값 동향을 주시하며 추가 대책 마련을 검토하겠지만, 불안 양상이 발견된다면 예상보다 빨리 대책을 내놓을 것 같다. 나온다면 오는 4월 총선 이전이 되지 않을까 싶다"며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한다면 정부가 이미 내놨던 정책들을 업그레이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출, 세금 등 기존 대책들만 건드려도 시장에 상당한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도 "정부가 집값 상승과 연동해 주택 수요에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카드에 대해 고민할 것 같다"며 "세제 부분을 많이 건드릴 것 같은데, 특히 보유세 부분과 관련해 과표를 세분화해 고가 주택 수요의 부담을 높이는 것도 한 방안이 될 것이다. 또 장기보유특별공제 적용 축소도 거론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엄포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안정세에 진입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반응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근본적으로 저금리 기조, 유동 자금 시장 유입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며 "앞선 여러 대책들을 통해 고강도 규제 방안이 너무 많이 나온 탓에 정부 입장에서는 기존 대책을 강화하는 것 말고는 별다른 방도가 없다. 시장의 내성도 만만찮게 쌓여 추가 대책이 나온다 한들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불과 50일 전 '시장이 안정됐다'고 밝힌 대통령이 부동산 시장을 '이겨야 한다'는 입장으로 돌변한 것 자체가 문제다. 사실상 부동산 시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인한 셈"이라며 "시장 참여자들은 생각보다 훨씬 똑똑해 정책을 믿지 않는다. 정부가 거듭된 정책 실패보다 부동산 시장 심리 게임에서 진 것이 더 큰 타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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