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디폴트 도미노'에 대처하는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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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중국본부 팀장
입력 2020-01-07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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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권 디폴트보다 뒷수습이 더 문제" 디폴트 처리 법적장치 마련

  • 中 경기 둔화에···회사채 디폴트 6년새 100배 이상↑

  • 투자자 보호, 위법기업 처벌 등 구체적 조치 '미흡' 지적도

최근 중국 경기둔화 속 기업 디폴트(채무 불이행) 도미노가 이어지자 중국 금융당국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기업 채권 디폴트 처분을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하고 시장에서 디폴트 채권 거래를 허용하기로 한 것. 이를 통해 채권 투자자 자신감을 회복하고 중국 20조 위안(약 3340조원) 규모의 본토 회사채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다는 계획이다. 

"채권 디폴트보다 뒷수습이 더 문제"  디폴트 처리 법적장치 마련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달 24일 최고 인민법원,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등 고위 관료와 디폴트 채권 분쟁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놓고 좌담회를 가졌다. 이어 27일엔 디폴트 채권 처리 법적 절차, 수탁관리자의 책임, 채권단회의 역할 등을 명시한 초안을 마련했다.

초안은 채권 조정과 스와프 관리감독, 채권단 회의 역할, 수탁자·인수자·신용평가사의 책임 등은 물론, 디폴트 채권을 처리하는 다양한 방식과 관련 절차, 정보 공개요구 등을 강조했다. 

이어 지난달 31일 인민은행은 오는 2월부터 중국 은행간 시장에서 디폴트 채권 거래도 허용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중국 경제전문 매체 차이신망은 중국 당국이 1년간 검토 끝에 처음으로 회사채 디폴트 처리를 위한 법적 장치 틀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회사채 디폴트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당국이 최근 수주간 전례없는 조치를 마련했다"며 "더욱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디폴트 채권을 처리해 투자자 자신감을 회복하기 위함"이라고 전했다. 

베이징의 한 대형 증권사 채권 담당자는 차이신망을 통해 "최근 회사채 디폴트가 발생한 가운데, 디폴트 채권 뒷처리가 사실 디폴트보다 더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이번 조치로 채권 디폴트 처리의 효율성이 높아지길 기대된다"고 전했다.   

잇단 회사채 디폴트로 추락한 투자자 자신감을 높여 중국 회사채 투자를 꺼리는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중국 채권시장 활성화는 은행 대출에만 의존하는 중국 기업들의 자금조달 루트를 더 다양화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중국 본토 회사채 디폴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中 경기 둔화에···회사채 디폴트 6년새 100배 이상↑

중국이 최근 들어 잇달아 디폴트 채권 처리 대책을 내놓은 건 중국 경기 둔화세가 짙어진 가운데 그만큼 중국 회사채 디폴트가 심각한 금융 리스크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사실 중국에서 '디폴트 역사'는 짧다. 중국 태양광에너지기업 차오르(超日)가 2014년에야 비로소 처음으로 디폴트를 낸 게 중국 '제1호 디폴트'였다. 그동안엔 기업이 채무 상환 능력이 없으면 정부가 매번 구원투수로 나서 빚을 갚아줬다. 차오르의 디폴트는 오랫 동안 정부 주도의 구제금융에 익숙해져있던 중국 채권시장에 경종을 울렸다. 

중국 정부가 디폴트를 용인하면서 중국 본토 회사채 시장에서 디폴트는 나날이 급증했다. 지난해 중국 본토 회사채에서 발생한 디폴트 액수만 1300억 위안(약 21조원)이 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4년 고작 11억 위안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해 100배 넘게 불어난 것이다.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가사는 중국 경기둔화로 올해 더 많은 디폴트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디폴트 채권 뒷처리다.  디폴트에 빠진 채권 변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탄창 중국 청신국제신용평가사 애널리스트는 지난해말까지 중국 본토시장에서 디폴트에 빠진 414개 회사채 중 적절히 채무조정이 완료된 건 74개에 불과했다. 지난해말 상하이충양투자는 2018년 이후 디폴트 채권 회수율은 3.9%로, 4년 전의 24%에서 확 줄었다고 집계했다. 

게다가 채권 발행주체인 기업들 사이에서 정보 공개를 제대로 하지 않고, 채무 상환을 계속해서 미루고, 파산절차를 질질 끄는 행위도 비일비재하다.

베이징에 본사를 둔 건설업체 중국도시건설그룹은 지난 2016년 본토 회사채에서 첫 디폴트가 발생했지만 아직까지도 채무조정이나 상환 등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함구하고 있다. 2017년 6월 중국 은행간 시장에서 정보공개 불충분으로 회사채 발행을 중단하라는 공식 판결에도 침묵하고 있다는 것. 중국 국유기업도 마찬가지다. 중국 궈성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까지 디폴트를 낸 국유기업 21곳 중 3분의 2가 채무 상환계획을 이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디폴트를 낸 기업은 채무를 상환하지 않더라도 별다른 책임을 지지않아 디폴트 비용은 고스란히 채권 투자자들, 특히 소액투자자들이 부담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법에 호소해도 소용없다. 중국 차이신망은 채무 불이행 관련 분쟁으로 인한 법적 소송이 400건 이상에 달하지만 통일된 법적 기준이 없어 혼선을 빚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본토 회사채 디폴트 현황[자료=블룸버그]


​◆ 투자자 보호, 위법기업 처벌 등 구체적 조치 '미흡' 지적도

중국 당국이 디폴트 채권 처리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이유다.  하지만 중국 채권시장이 선진국처럼 성숙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비록 관련 제도적 장치를 광범위하게 마련하긴 했지만 실제로 시행에 있어서 '디테일의 악마'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 

블룸버그는 이번 초안 내용이 워낙 일반적이라서 기업들이 이를 위반하면 어떤 처벌을 받는지, 투자자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어떤 지원을 하는지 등의 내용이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다. 또 중국이 2007년에 만든 파산법을 한층 더 강화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디폴트 채권 뒷처리에 있어서 지방정부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현지 지역경제 일자리 창출과 세수에 큰 몫을 하고 있는 기업의 경우 지방정부들이 쉽게 파산을 용인하지 않아 현지 지방법원의 디폴트 분쟁 소송에 개입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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