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원의 Now&Future] 2020년 대한민국 6感이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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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원 수석논설위원
입력 2020-01-06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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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图片提供 Gettyimagesbank]


새해 벽두부터 세계가 혼미하다. 그동안 미·중 대립을 축으로 경제, 기술혁신, 안전보장, 외교가 복잡하게 작용하는 시대에 진입했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그러나 올 들어서는 이에 더해 예측 곤란한 ‘VUCA’의 세계에 본격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VUCA는 Volatility (변동성), Uncertainty (불확실성), Complexity (복잡성), Ambiguity(애매성)를 의미한다. 국가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에서도 국제정세가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런 가운데 국내외 정세 분석가들이 진단한 한국이 헤쳐나가야 할 ‘2020년의 문제’를 요약하면 대개 6개 카테고리로 나눠볼 수 있다. ① 지정학적 리스크의 증대다. 미·중무역마찰, 브렉시트, 중동불안, 한반도 핵위기 등이 그 요인이다. ② 내셔널리즘의 대두로 인한 자유무역의 역행이다. ③ 금융위기가 다시 찾아올지 모른다는 불안이다. 세계적인 유동성 과잉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④ 디지털 혁명의 지체다. 한국이 과거의 성공사례에 도취한 나머지 디지털 혁명에서 선진국들에 한참 밀리고 있다는 것이다. ⑤ 제4차 산업혁명의 가장 큰 특징인 제조업과 서비스의 융합 즉, ‘서비타이제이션(Servitization)’이 제대로 안되고 있다. ⑥ 인재 부족과 미스매치가 업종·지역·세대에서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앞의 ①②③의 지적은 우리가 어찌 할 수 없는 것이지만 ④⑤⑥은 국가의 과학기술·산업정책과 기업의 대응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분야에서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AI(인공지능)혁명과 AI가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기술적 특이점을 나타내는 ‘싱귤래리티’라는 단어가 부각된 지 수년째다. 테크놀로지가 지수함수적으로 진화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국가들 사이에선 ‘로봇에 일을 빼앗긴다’는 불안과 ‘중국에 뒤처지고 있다’는 비관론이 대세를 차지하고 있다. 한편 세계를 보면 인구의 1%에 부(富)가 집중되고 있고, 10%가 빈곤으로 고생하고 있다는 사실이 존재한다. 이러한 격차는 축소되기는커녕 확대일로에 있어 세계 각지에서 분노에 찬 데모와 폭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자원의 문제도 표면화 하고 있다. 2030년까지 인류가 현재와 같은 생활방식을 유지하려면 지구가 2개나 있어야 한다고 한다. 모든 자원에 고갈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는 얘기다. “지구는 지금 비명을 지르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일본 동양경제, 니케이 BP의 ‘딥 테크’ 등에서 발췌)

한국은 20세기 후반 하이테크 강국을 목표로 삼았다. 첨단기술을 배경으로 삼아 제조업을 중심으로 일본에 이어 경제발전을 이룩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새로운 기술혁명 시대에서 밀리고 있다.

2020년은 ‘메가컴피티션(大경쟁)’과 ‘메가트렌드(大추세)’라는 두 개의 특징이 읽힌다. 우선 대경쟁의 모습을 보자. 디지털 영역에서 글로벌 기업간 경쟁은 2020년에도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으로 불리는 미국의 거대 IT기업의 시가총액은 4개사 합계로 약 4,000조원에 달한다.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로 불리는 중국 3개 IT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1300조원에 이른다. 일본에서 굴지의 존재감을 자랑하는 소프트뱅크 그룹 시가총액은 90조원으로 큰 격차를 보인다. 삼성전자는 330조원을 약간 웃도는 정도다. GAFA와 BAT의 뒤를 이을 제3 그룹을 목표로 지난해 11월 야후를 산하에 둔 일본의 Z홀딩스가 야후와 라인(LINE)의 경영통합을 했지만 시가총액은 30조원에 불과하다. 이익수준과 연구개발비 등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어떻든 ‘국산 플랫폼, 국산 AI를 유저들에 선택지로 제공하겠다’는 의지는 강하다. 이 점에선 한국도 비슷한 처지다.

모든 산업의 주축(主軸)에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하는 거대 IT기업과 어떻게 맞설 것인가. 일본의 경우를 보자. 일본 정부와 대학도 강한 위기감을 갖고 있다. 정부 내에 설치한 ‘디지털시장 경쟁회의’는 2020년 1월부터 시작하는 정기국회에서 ‘디지털 플랫포머 거래투명화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이 법안에서는 거래상대에 대한 계약조건 개시와 계약변경 시의 사전통지 등을 규정하고 있다. EC(전자상거래) 몰과 애플리케이션 스토어를 이용하는 사업자에 대해 부당한 거래가 행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GAFA와 BAT에 국한하지 않고 일본의 야후와 라쿠텐도 규제 대상이다. 한편 2020년도부터 일본 국내의 대기업이 설립 10년 미만의 미상장 기업에 1억엔 이상 출자하면 출자액의 25%를 소득공제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촉진세제‘를 설치한다. 대기업과 벤처의 협업을 촉진해 디지털 시대의 신 산업육성을 뒷받침할 방침이다. 대학에서는 도쿄대학과 소프트뱅크가 2019년 12월에 AI연구소 설립을 발표했다. 첨단의료 분야 등에서의 사업화를 염두에 두고 소프트뱅크가 200억엔을 투자한다. AI 특허수의 증가 속도는 중국이 단연 톱으로 그것을 중국대학들이 이끌고 있다. 일본에서도 AI의 출발점인 대학과 강력한 결합체를 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전문업체 이외의 플레이어들이 GAFA 등과 어떻게 공존하는가도 중요한 이슈다. 히타치 제작소는 자사의 IoT(사물인터넷) 기반과 GAFA의 데이터와 연결하려는 협력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이들과 경쟁해선 안된다는 인식이다. 또한 시세이도는 2019년 3월에 알리바바그룹과 전략적 업무제휴를 맺었다. 전용상품의 공동개발과 브랜드 마케팅에서 연계한다. 알리바바는 6억명 이상의 데이터를 갖고 있다. 그 데이터를 상품개발과 EC 상의 콘텐츠 개발에 활용한다는 것이 시세이도의 생각이다. 2019년 10월에 파나소닉은 구글의 IoT 부문 간부를 영입하는 등 인재 획득에 나서고 있다.

2020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GAFA의 ‘해체론’이 큰 쟁점중의 하나가 될 정도로 IT 거대기업의 존재감은 커졌다. 디지털 시대를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를 산관학에서 신중히 논의해야 할 때다.
두 번째로 대추세의 모습을 살펴보자. 기업들은 디지털화가 진행되는 세계에서 새롭게 생겨나는 경영전략론이 무엇일까를 짚어내는 게 최대 고심거리 중의 하나다. 물론 지금 새로운 포괄적인 이론과 전략이 펼쳐지고 있는 징표는 보이지 않는다.

비즈니스에서는 누구든 각자의 경쟁 우위성을 갖고 새로운 수익을 추구한다. 미국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마이클 포터교수는 지금은 새로운 두 개의 큰 수익원이 출현했다고 분석한다. 즉 제품과 제조과정의 디지털 트랜스 포메이션(변혁)에 의한 극적인 생산성의 개선과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이익의 통합이다. 다시 정리하면 하나는 종합적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이다. 이는 세계의 전 산업에 영향을 미친다. 금융에서부터 자동차산업에 이르기까지 어떤 분야에서도 그렇다. 한국의 경우 제조과정을 디지털 주도로 재편하거나 제품의 디지털화를 행하는 기업들이 아직도 적다. 세계의 가장 중요한 트렌드임에도 불구하고 사정은 그렇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IT 거대기업이 사회적 가치 창출을 등한히 한 채 이익을 독점하는 데이터 이코노미의 약점도 지적된다. 포터 교수가 지금까지 역설해 온 ‘공유가치의 창조(CSV)’와 같은 맥락이다. 사회적 가치의 창출(사회과제의 해결)과 기업 이익활동의 성공을 양립시키는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이 두 개의 흐름이 선진적 경제에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정부주최 신년회에 참석, 방명록에 ‘혁신, 혁신, 혁신, 그리고 상생!’을 적었다. 혁신과 상생은 분명한 이 시대의 세계적인 메가트렌드다. 기술혁명 시대에서 한국이 봉착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된 흐름을 읽는 안력(眼力)과 대경쟁에 맞서는 실력(實力)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 2020년의 새로운 국가적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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