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왜 BTS는 교수들의 연구대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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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기획에디터·신동근 기자
입력 2019-12-23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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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TS 연구한 국내학술 논문 36건

  • BTS 경제적 가치, 철학적 사유 등 다양한 주제 연구

  • 10년 총 생산유발효과 41조, 부가가치유발효과 14조원대

현존하는 비틀스, 당대 최고 뮤지션 중 하나로 손꼽히는 방탄소년단(BTS)을 연구하는 학계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방탄소년단과 관련된 경제·사회적 현상에 대한 연구는 물론 철학적 접근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학술 논문, 각종 세미나도 많이 열리고 있다.

23일 학술연구정보서비스 사이트 RISS를 보면 올해 방탄소년단과 관련한 국내학술 논문은 36건이다. 지난해 23건보다 50%가량 늘어났다. 학위 논문도 작년 11건에서 올해 24건으로 2배가량 늘었다.

◆치솟는 BTS의 경제적 가치···‘콘서트 경제효과 1조원’

방탄소년단의 경제적 가치에 관한 연구가 특히 많다. 방탄소년단이 지난 10월 서울에서 연 콘서트의 경제효과가 약 1조원에 달한다는 자료가 나왔다.

고려대학교 편주현 경영대학 교수팀은 '방탄소년단(BTS) 이벤트의 경제적 효과: 2019 서울 파이널 공연' 보고서에서 지난 10월 26·27·29일 서울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방탄소년단 '러브 유어셀프:스피크 유어셀프' 파이널 콘서트의 직·간접 경제효과가 약 9229억원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편주현 교수팀은 직접 효과 규모를 3307억원, 간접 효과 규모를 5922억원으로 각각 분석했다. 올해 안에 발생할 간접 효과가 2641억원, 향후 5년 내 발생할 간접효과가 3281억원이다.

직접 효과는 티켓 판매비와 중계 극장 대관료, 브이라이브 중계료, 공연장 대관료, 무대 설치비용, 각종 인건비, 관객 숙박비 및 교통비, 관광 지출 등 콘서트가 직접 창출한 수익으로 추정했다.

직접 수익 창출로 이어진 소비 증가 효과, 생산파급 및 부가가치유발 효과, 외국인 관객의 한국 재방문 효과 등은 간접 효과에 포함됐다.

특히 편 교수팀은 외국인 방문객이 만든 경제효과에 주목했다.

해당 콘서트를 관람한 외국인 방문객 356명을 설문 조사해 서울 거주 일수, 관광 지출, 동반자 수, 서울 재방문 의사 등을 확인했다.

조사 결과 이 콘서트로 총 18만7000여명의 외국인 방문객이 유입된 것으로 추정됐다. 직접 공연을 관람한 외국인은 2만3000여명이고 한 사람당 평균 3.28명과 동행해 10만여 명이 서울을 방문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들 외에도 방탄소년단 콘서트가 만들어낸 한국 홍보 효과로 외국인 방문객 8만7000여명이 더 방문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관광공사가 밝힌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외국인 방문객은 약 28만명으로, 방탄소년단 콘서트는 이 숫자의 67%에 육박하는 외국인 방문객을 모은 셈이다.

편 교수는 "질 높은 문화 콘텐츠가 올림픽과 비견할 만한 해외관광객을 유치해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 수출 활로를 열 수 있음을 시사한다"면서 "국가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방탄소년단의 연평균 생산유발효과가 약 4조1000억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해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의 연평균 국내 생산유발효과는 4조1400억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타 산업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는 1조4200억원으로 분석됐다.

외국인 관광객 수는 연평균 79만6000명이 증가할 것이라고 봤다. 이는 전체 외국인 관광객 수의 약 7.6% 수준이다. 소비재 수출액은 연평균 약 11억1700만 달러(1조2968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른 효과로 인한 금액은 총 5조56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중견기업 평균 매출(1591억원)의 26배에 해당하는 생산유발 효과이고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8.9배 수준이다.

이어 향후 5년간 방탄소년단이 2013~2018년 인기를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데뷔 이후 10년간 총 경제적 효과는 생산유발효과 41조8600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는 약 14조3000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프랑스 현대철학자 들뢰즈와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이 영향을 미치는 사회문화 전반에 관한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들뢰즈의 운동-이미지 개념에 대한 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이지영 박사는 프랑스 현대철학자 질 들뢰즈(Gilles Deleuze)와 방탄소년단의 결합을 통해 수평적 발전 관계를 바탕으로 한 성장에 대한 길을 언급했다.
 

'BTS 예술혁명-방탄소년단과 들뢰즈가 만나다' [사진= yes24 캡처]
 

그는 지난해 4월 'BTS 예술혁명-방탄소년단과 들뢰즈가 만나다'(대안연구공동체-파레시아)를 출간했다. 이 박사는 이 책에서 방탄소년단과 그 팬덤 아미(ARMY)의 활동으로 인해 사회구조와 미디어, 예술형식에서 근본적인 변혁이 있다고 말했다. 이 변화는 기존의 위계질서와 권력관계에 균열을 내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혁명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 박사는 이런 변화를 ‘방탄현상’이라 이름 붙였다.

그는 현상의 혁명적 의미를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의 ‘리좀(Rhizome)’ 개념으로 설명했다. 리좀은 줄기가 뿌리와 비슷하게 땅속으로 뻗어 나가는 식물을 가리키는데 수평으로 자라면서 덩굴을 뻗어 새로운 식물로 자라난다.

리좀은 중심이 한군데 있지 않아 어느 곳이나 다 중심이며, 깊이와도 관련이 없어 위계와 구조로부터 자유로운 유연한 조직이미지로 상징이 이어진다.

이 박사는 책에서 “아미는 방탄의 팬덤이지만 단순한 소비자나 추종자가 아니며, 방탄의 활동에 사랑과 지지를 보내는 친구이자 함께 예술을 완성해나가는 동반자다”라며 방탄과 아미가 새로운 예술 형식을 이루어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yes24 캡처]


홍익대에서 미술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차민주 박사는 2017년 ‘BTS를 철학하다’를 출간했다. 이 책은 방탄소년단이 전 세계 청춘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그들의 미디어가 된 현재 방탄소년단이 전하는 메시지와 청춘들이 교감하는 부분을 인문학적 관점에서 쓰였다.

차 박사는 “철학과 인문학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시대에 방탄소년단은 혼돈과 불안 속에 있는 청소년과 젊은이들을 시대의 언어로 위로하고 자존감을 높여준다”며 “자신에 대한 사유와 깨달음을 통해 자기 고양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방탄소년단의 음악이 지닌 가치는 한 사람의 인생을 빛나게 바꾸려는 선한 의도와, 사람들에게 우주를 찾아낼 수 있게 도움을 주는 메시지와 철학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BTS와 아미 컬처’ [사진=yes24 캡처]


중앙대학교에서 영화를 강의하는 이지행 박사는 지난 7월 ‘BTS와 아미 컬처’라는 책을 써냈다.

이 책은 아미라는 팬덤의 역동이 동시대 문화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제시하는 기록물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 박사는 “아이돌 팬덤에 대한 비평적 담론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며 “팬덤을 ‘어리고 철없는 여자애들 문화’라는 편견 어린 시선이 바뀌고는 있지만, 여전히 이들에 대한 무시는 사회의 경직된 시선에서 비롯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팬덤의 내부의 역동에 대한 세심한 관찰로 팬덤에 대한 성급한 오명을 제거하고 사유를 동반한 깊이 있는 비판과 평가를 불러왔으면 좋겠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책은 (같은) 취향의 공동체가 가지는 열렬한 형태의 결과물인 ‘팬덤 아미’를 문화연구자의 입장에서 들여다보고자 했다”며 “이 책은 연구자이자 팬으로서 필자가 가진 대상에 대한 애정이 드러나는 일종의 대중적 비평서다”라고 말했다.
 

‘THIS IS 방탄DNA, 방탄소년단 콘텐츠와 소셜 파워의 비밀’[사진=yes24 캡쳐]


정치학을 전공한 김성철 작가는 2017년 ‘THIS IS 방탄DNA, 방탄소년단 콘텐츠와 소셜 파워의 비밀’이라는 책을 냈다. 그는 언론인 출신으로 10여년 이상 온라인 콘텐츠 기획과 소셜미디어 채널 운영 등 관련 커뮤니케이션 업무에 종사해왔다.

이 책은 저자의 현장 실무 경험으로 방탄소년단의 음악과 각종 온라인 영상물, 트위터 게시물, 인터넷 방송 등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와 소셜미디어 활동을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김 작가는 방탄소년단이 단순하게 상업적으로 성공한 아이돌그룹이 아니라 소통 부재와 갈등을 해소하고 사회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모델로 조명받을 수 있기를 기대했다.

방탄소년단이 팬들을 모은 독특한 전략에 대한 연구도 있었다. 서일호씨는 지난해 '스타 속성이 스타와 팬 커뮤니티 동일시와 팬 자발적 행동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박사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논문에서 팬과 스타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면서 방탄소년단과 아미의 관계를 조사했다.

서씨는 “방탄소년단은 자발적이고 수평적인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며 “팬들은 스타에 대한 정보와 경험을 공유하는 상호작용을 통해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강한 친화력을 갖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방탄소년단의 팬처럼)자발적 활동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채널을 통한 소통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고 스타와 팬에 대한 혜택을 강조하는 팬덤 마케팅이 필요하며 정서적 교류를 통한 소통 활성화가 중요하다”고 적었다.

방탄소년단의 춤을 연구해 순수예술의 대중성의 방향을 제시하려는 연구도 있다. 조영인씨는 지난 6월 "문화상호주의로 분석한 방탄소년단(BTS) 안무 연구"라는 박사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논문에서 “방탄소년단의 안무는 언어의 장벽을 무너뜨리며 국경의 경계 없이 폭발적인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며 “춤이 가진 힘은 소통과 감동과 몰입을 가져온다”고 말했다.

이어 “전통을 현재 속에서 되살리는 방탄소년단의 공연 퍼포먼스는 21세기 문화상호주의 공연의 방향성과 앞으로 한국무용을 포함한 순수예술의 대중성을 위해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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