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특수는 옛말…'할인경쟁'에 갇힌 美소매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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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람 기자
입력 2019-12-16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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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백화점·쇼핑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할인율 최고

백화점을 비롯한 미국의 전통적인 오프라인 쇼핑업체들이 '최대 대목'으로 꼽히는 연말 쇼핑 시즌에도 울상을 짓고 있다. 요즘 대세인 온라인 경쟁업체에 대항해 무리한 수준의 '할인 경쟁'에 나서면서 아무도 이기지 못하는 '제로섬 게임'에 빠진 것이다.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백화점 등 오프라인 소매업체들이 손님을 끌기 위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2008년 이후 가장 큰 할인율을 적용하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2주 앞둔 시점에서 진행되는 소매업계의 할인경쟁은 전통적인 연중 최대 할인행사인 블랙프라이데이가 보름이 넘게 지났는 데도 이어지고 있다. 할인폭 또한 예년에 비해 큰 수준으로, 이는 되려 이윤 확보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킨다.

글로벌 금융정보제공업체 스타일세이지와 리파이니티브 조사에 따르면 12월 중순 기준 미국 백화점업계의 평균 할인율이 27%에 이른다. 이는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당시 적용한 할인율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무리해서 할인경쟁을 이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 로저스 나이펜 의류·쇼핑몰 전문 컨설턴트는 F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내 소비지출이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 유통업계에서는) 최악의 할인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며 "2008년 금융위기를 제외하면 그간의 경험 가운데 최악"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 13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11월 소매판매지수가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했다. 그러나 백화점 매출은 7.2%, 의류와 전자제품 매장은 각각 3.3%와 1.5%씩 줄어들었다. 블랙프라이데이가 역대급 매출을 기록했지만, 그 덕은 고스란히 온라인 쇼핑몰의 몫이었다.

온라인 쇼핑의 증가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소매업체들간의 할인 경쟁은 월마트와 타깃 등 대형 할인점업계까지 퍼졌다고 FT는 전했다. 

오프라인 쇼핑업체들의 고전은 이미 예견돼 왔다. FT 등 주류 언론들은 그동안 미국의 쇼핑 트렌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 갔으며, 이 추세가 이번 연말 특수 시즌에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해왔다.

온라인 유통 분석업체 어도비애널리틱스의 자료에 따르면 추수감사절인 지난달 28일 하루에만 온라인에서 42억 달러(약 4조9500억원) 규모의 매출이 이뤄졌다. 지난해보다 14.5% 늘어난 것이다.

한편 미국의 연말 쇼핑 시즌은 매년 11월 넷째 주 목요일인 추수감사절과 그 다음날인 블랙프라이데이, 그 다음 주 첫 번째 월요일인 사이버먼데이를 거쳐 12월 크리스마스 연휴까지 한 달가량 이어진다. 미국의 한 해 소비 가운데 약 4분의 1이 이 기간에 집중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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