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유화 칼럼] 中 인민은행이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시장에 경보를 울린 이유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안유화 중국증권행정연구원장
입력 2019-12-10 15:51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안유화 원장] 

지난 달 25일 중국인민은행이 2019년 금융안정보고서를 발표하였다. 보고서에 의하면 2018년 기준 대형은행 24곳과 중소은행 4355개에 대해 건전성 평가를 진행한 결과 13.5%에 달하는 587개 은행이 고위험군으로 집계되었다. 특히 이중 D등급으로 판정 난 1곳은 파산직전이거나 이미 관리에 들어간 은행임을 말한다. 중국인민은행의 이런 발표는 시장에서는 아주 이례적으로 평가 됐다. 중국경제는 안정적이며 금융시장도 거시건전성측면에서 별문제가 없다고 주장해오던 중국 정부가 사실상 금융리스크 문제를 정면으로 발표하면서 현재 중국발 금융위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우선 여기에서 금융위기 개념에 대해 정리해보자.글자 그대로 금융위기는 ‘금융(金融)’에서 비롯된 경제위기를 말한다. 금융은 금전을 융통하는 일이며, 이는 신용을 바탕으로 한다. 신용이 양호함에도 불구하고 금융을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는데 이때가 바로 금융위기 시점이다. 따라서 정부.가계.기업 3대 경제주체 중 아무도 신용을 일으키지 못하면 금융위기가 발생한다. 한국의 ‘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모두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신용이 양호함에도 금융을 못한다는 의미는 시장의 경제에 대한 기대심리가 사라졌다는 의미이다. 경제는 곧 미래에 대한 기대심리이다. 기업의 미래 수익성에 대한 기대가 무너지면 그 기업에 대한 투자는 안 하게 되는 것이 일반인들의 심리인 것이다.

그럼 중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할 것인가를 판단하려면 정부.가계.기업 3대 경제주체가 신용을 일으킬 수 있는지, 아직 융자공간이 얼마인지,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지를 보는 것이 우선이다. 현재 지방정부의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18.4조위안으로 GDP 대비 20% 수준이라고 중국 재정부가 밝혔다. 현재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부채를 합쳐도 GDP의 37%에 불과해 충분히 통제가능하다는 것이 중국정부의 주장이다. 이번 금융안정보고서에 발표된 중국 가계부문의 부채규모는 47.9조위안으로 GDP의 53%에 달한다. 기업부채의 경우 GDP의 154%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마디로 중국의 경우 정부와 가계가 아직 신용을 일으킬 여력이 있다고 보면 된다. 사실 2013년 이전부터 미국의 루비니교수 중심으로 중국경제가 위기라고 주장해왔지만 지금까지 버텨올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기업들의 높은 부채를 정부와 가계에 전이시키면서 중국경제가 연착륙을 시도해 왔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몇 가지 사건이 있다. 올해 들어 중국의 내몽고, 요녕성과 산동성 등에서 지방은행이 ‘뱅크런(동시적 예금 대량 인출 사태)’ 사례가 여러차례 발생했다. 지난 5월 24일 중국인민은행과 중국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은보감회)는 공동으로 바오상은행(包商银行)의 신용위험을 감안하여 관련부서와 인수팀을 구성하여 앞으로 1년간 경영관리권한을 전면행사하고 건설은행에 관련업무를 위탁하여 운영한다고 밝혔다. 바오상은행의 신용위기 발생원인에 대해 중국인민은행 관계자는 89% 대주주인 내일그룹이 불법.편법으로 자금을 운영하고 만기가 넘어도 상환이 이루어지지 않아 신용위기가 발생해 법정관리가 촉발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여기에서 놀라운 것은 바오상은행의 2016년 연도보고서 내용으로 상위 10대 주주의 지분은 모두 크지 않으며,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한 회사가 9.07%이고, 가장 작은 10위 주주의 지분은 2.81%로 중국인민은행이 언급한 89% 대주주는 명단에서 보이지 않았다. 즉, 바오상은행의 주주명부가 허위로 작성되었음을 의미하며, 은행의 89%를 차지한 실제 주주는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감독 및 통제력이 상실되고 은행의 자금이 자유자재로 운영된 것이다.

재무제표 측면에서 보면, 2016년 바오상은행의 총자산은 4315억8252만위안, 주주 권익 2979억9986만위안, 예금 잔액 1936억4328만 위안으로 순이익 42억위안을 기록했다. 수익성이 괜찮은 은행으로 보였지만 작년 이 은행은 전략적 투자자 유치를 위한 조치로 2017년 보고서를 제때 내지 못했다. 결국 올해 바오상은행은 심각한 신용경색에 빠져 위탁 관리에 들어가며 재무제표가 허위로 작성되었다는 의구심이 제기되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바오상은행은 2015년 ‘최고의 핀테크 보안상', '2014~2015년도 중국 성신 민영기업 선진집단' 타이틀을 획득하였으며, 이진서 회장과 이헌평 감사는 각각 '2014~2015 중국 청렴 민간 기업가' 타이틀을 각각 수상했다.

이번 바오상은행의 대주주로 있었던 내일그룹 수장인 쇼젠화(肖建华)는 중국 자본시장의 대부이다. 그는  로 20년째 증권.보험.신탁.증권.펀드.임대.선물 등 금융업 전반의 라이선스를 확보했을뿐만 아니라 10개의 상장사를 거느리고 있다. 내일계 족보로는 바오상은행, 태안은행, 하얼빈은행, 웨방은행, 선양농업상업은행, 베이징농업산업은행, 흥업은행 등이 있으며, 항태증권, 태평양증권, 광발증권 등이 있다. 보험회사는 천안손해보험、천안생명보험、화하생명보험 등이 있고, 신탁회사의 경우 신화신탁、신시대신탁 등이 있다. 바오상은행의 자산규모는 도시상업은행 중에서 큰 편인데, 내일그룹이 은행의 자금을 마음대로 운영하면서 심각한 신용위기를 맞게 되었다.  문어발식의 운영으로 방대해진 자본왕국 내일그룹의 실제자금이 얼마일지 예측은 불가능하다. 또 이 그룹이 무너지게 될 경우 관련되는 기업과 연쇄부도 규모가 어느 정도가 될지 계산도 불가능하다. 

놀라운 것은 같은 내일그룹의 홍콩 상장 기업인 하얼빈은행도 올해에 관리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지난 11월 15일, 은행의 6명 주주 소유 총 28.49% 지분을 흑룡강성의 2개 국유기업에 149.79억위안에 넘겨졌다. 이전이 완료된 이후 하얼빈은행의 최대 주주는 하징카이(29.63%)이며, 2대주주는 흑룡강파이낸셜홀딩스(18.55%)이다. 하징카이는 하얼빈재정국이 설립한 자회사이며, 흑룡강파이낸셜 홀딩스는 지방 재무부가 전액을 출자해 설립한 회사로, 흑룡강성의 자본 투자 및 관리 플랫폼으로 국유기업에 대한 투자, 운영 및 관리 등의 기능을 담당한다. 하얼빈은행은 1997년 2월에 설립되었으며 하얼빈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17개 지점을 두고, 32개의 농촌은행을 소유하고 있다. 2014년 3월 31일, 홍콩 거래소에 상장한 중국 세 번째 도시상업은행이 되었으며, 동북 3성에서 최초로 상장한 은행이 되었다. 2015년 8월에는 A주 상장도 추진하였지만 2018년 3월에 신청을 철회한다. 당시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의 2018년 1월 IPO 피드백에 따르면 하얼빈은행의 주주는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사실 하얼빈은행이 이전에 공개한 투자 설명서 (신고 초안)에도 은행의  지배주주나 실제 지배주주가 없다고 적혀있다. 그러나 자본시장에서 하얼빈은행은 "내일그룹"아래 4대 은행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다른 3대 은행은 바로 바오상은행, 웨방은행 및 태안은행이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바오상은행은 이미 올해 5월에 규제 당국에 의해 인수되었으며, 웨방은행은 2018년 8월에 웨방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에 의해 인수되었다. 태안은행 역시 태안시고신기술관리위원회에 태안금융지주회사에 35% 주식을 양도되어 국유은행이 되었다.

앞의 2가지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는 중국계 은행들이 처한 실제 상황을 파악하기 힘들다. 은행의 부실원인과 심각한 신용위기 발생사례가 발생하는 원인은 두 가지가 있다. 우선 중국 거시경제의 하락에 따른 기업들의 수익성 감소이다. 천진시의 발해철강기업이 파산관리에 들어가 현재 구조조정작업이 진행되고 있ek.  만약 파산할 경우 천진시 은행의 절반이 파산하게 될 것으로 시장은 전망하고 있다. 올해 들어 중국의 탄탄한 기업들도 채권부도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 중국의 북경대학이 지주로 있는 북대방정그룹이 채권부도사건이 발생했다. 12월 2일에 만기가 된 20억위안에 대한 원리금을 상환 못한 것이다. 북대방정그룹은 3600억위안의 자산을 보유한 대형그룹으로, 칭화대학의 레노바와 함께 가장 성공한 대학교 기업이다. 두번째 원인은 은행과 지방기업과의 청탁 및 부패이다. 지방은행은 지방국유기업들의 융자기관으로서 지방관료 및 지방 기업들과 얽히고 설킨 관계에 기반하여 대출을 승인해준다. 투자하는 프로젝트의 위험에 기반한 적절한 금리를 계산하여 대출을 집행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에 따라 금리도 천태만상이다. 이들 대부분은 부실대출이다. 올해에 뱅크런이 발생한 요녕영구연해은행, 이천농상은행, 금주은행 모두 은행 관리층의 부패로 조사를 받으면서 발생하였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1997년 2월에 설립 된 하얼빈은행은 하얼빈에 본사를 둔 홍콩 상장기업으로서 2019년 말 현재 총자산이 6234억3500만 위안으로 영업지점 366개를 보유하고 있다. 한편 최근 내놓은 중간실적 보고서에 의하면 2019년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13.56% 늘어난 74억2500만위안, 순이익은 15.30% 감소한 22억900만 위안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런 숫자 역시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실 바오상은행의 2017년 연도보고서를 보면 1단계 자본적정비율이 7.28 % 외에 다른 운영지표는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바오상은행의 문제는 세부 사항에 더 많이 반영되었다. 즉 높은 비율의 미수금 투자 자산과 불충분한 준비금, 대차대조표 외 업무, 특히 은행인수어음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나고 자산의 질이 급격히 악화되었으며 예금 흡수 능력이 떨어져 주로 은행 간 단기융자에 의존해 왔다.

하얼빈은행은 바오상은행의 파산의 영향을 받아 주가가 20% 넘게 하락하였다. 하얼빈 은행이 바오상은행과 유사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느냐가 관건인데, 현재 재무제표상으로 아직 이상한 점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주의 깊게 읽어 볼 경우 여전히 ​​의심스러운 정보를 찾을 수 있다. 우선 대출자산의 질에 대한 의혹이 크다. 하얼빈은행 2018년 연도보고서에 따르면 부실대출율은 1.73%로 2017년의 1.7%에 비해 소폭 상승했지만 아주 높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산업별 부실대출분포를 보면 특이한 점이 보인다. 즉 건축업.부동산업 및 임대업과 상업서비스업의 부실대출율은 각각 0.09%, 0.08%와 0.02%으로 극히 낮은 수준이다. 하얼빈은행의 신용공여가 동북3성과 화북 및 서남 지역에 집중돼 있고 이들 3대 권역의 경기가 지난해 별로 였던 점을 감안하면 3개 업종의 대출이 큰 것에 비해 부실대출율이 너무 낮다는 것이 이해가 안간다. 

중국인민은행이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은행의 부실정도를 객관적인 값으로 제시해 시장에 경보를 울린 이유가 무엇일까? 적어도 아래와 같은 두 가지를 뜻한다. 한 가지는 중국인민은행이 최소한 중국경제의 실상을 파악하고 그에 따른 부채 위기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했을 수 있다. 이를 최대한 조용히 보고서 형태를 통해 제시함으로써 준비가능한 기업들과 정부 및 가계에 조기경보를 줌으로써 한번에 발생할 위기를 연착륙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일 수도 있다. 다음 한가지는 나중에 문제가 증폭되었을 경우 오늘의 보고서로 그 책임을 면할 수 도 있다. 최근 여러 차례 뱅크런 사태를 겪으면서 시장참여자들이 정부와의 정보 비대칭성 상황에서 불안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혼란이 더욱 가중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에서 인민은행은 금융리스크 평가등급을 1-10등급과 최하위인 D등급(파산)으로 분리하여 분석한 결과 중소은행 4355곳 가운데 ‘양호’를 의미하는 1-3등급을 받은 은행은 370곳(8.5%), 4-7등급(주의)은 3398곳(78%),  고위험군에 속하는 8-10등급과 파산등급은 D등급은 각각 586곳과 1곳으로 집계되었다. 한마디로 중소은행의 13.5%가 신용파산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금융안정보고서는 2020년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블랙스완(예측하기 어려워 대비하기 힘든 돌발 위기)이나 회색코뿔소(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쉽게 간과하는 위험요인) 위험을 미리 경보를 울리고 있다. 핵심은 중국인민은행이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전략을 짜서 시장안정화를 실현가능한지가 중요하다. 중국인민은행은 블랙스완과 회색코뿔소 사태의 위험에 대한 일상적인 감독과 평가를 강화하고 비상계획을 마련했다며, 증권.채권.외환시장에서 실시간으로 감독을 강화해 위기 확산을 예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많은 의구심과 함께 이미 늦었다는 생각도 지울 수 없다. (안유화 중국증권행정연구원 원장)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