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유화 칼럼] 중국인민은행은 왜 디지털통화 DCEP를 발행하려고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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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유화 중국증권행정연구원장
입력 2019-11-14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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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유화 원장] 


DCEP는 디지털 통화 및 전자결제를 뜻하는 Digital Currency Electronic Payment의 약자이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는 대개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로 불리지만 중국은 이를 DCEP라 명명했다. 최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세계 최초로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법적으로 보호받는 암호화폐(cryptocurrency)를 발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 디지털자산연구원(CIDA)은 ‘인민폐 3.0’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블록체인 업계는 이 보고서가 사실상 중국 DCEP의 백서라고 인지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도 이 보고서를 토대로 DCEP를 소개한다. DCEP라는 용어에서부터 중국 정부가 이를 이용해 디지털 자산의 기반이 될 지불결제 분야를 육성하는 계획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DCEP는 비트코인과 완전히 다르다. 비트코인(Bitcoin), 이더리움(Ethereum) 등은 발행인이 없고, 주권 통화가 아니며, 진정으로 탈(脫) 중앙화된 암호화폐로서 가격이 시장에 의해 주도되기에 불안정 하며 변동이 심하다. 퍼블릭 블록체인(Public Block chain) 기술을 적용한 암호화폐는 기술 병목 현상에 의해 트랜잭션 확인이 매우 느려 사용이 많이 제한받고 있다. 현재 비트코인은 초당 약 7~8 트랜잭션만 처리할 수 ​​있으며, 이더리움은 초당 10~20건만 처리할 수 ​​있다. 작년에 알리바바 타오바오(Taobao)의 최대 거래량은 초당 9만2771건에 달했기 때문에 대중의 일일 지불 수요를 충족 시키려면 컨소시엄 블록체인 또는 프라이빗 블록체인 기술만 사용할 수 있다. 중국인민은행의 DCEP는 프라이빗 블록체인기술을 적용한 주권발행 법적통화이다.  중앙집중식으로 관리운영되어 가격은 매우 안정적일뿐더러 모니터링이 가능하고 일일 대량의 거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다. DCEP나 DCEP 네트워크의 지분을 채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DCEP는 위챗 및 알리페이와 같은 전자결제와도 유사하지만 많은 면에서 다르다. 우선, 위챗과 알리페이는 사용하기 위해 은행카드에 연결되어 있어야 하지만 DCEP는 완전히 불필요하다. 사용자와 사용자 간의 이체는 은행계좌와 독립적이다. 이는 비트코인과 같은 디지털 통화와 동일하다. 둘째, DCEP는 법적 효력이 있다. 온라인으로 상품을 구매할 때 일부 판매자는 알리페이를 사용하고 웨챗페이를 거절할 수 있지만, DCEP의 경우 판매자는 전자지불을 사용할 수 있는 한 결제를 수락해야 한다. 이는 지폐를 인식하는 것과 같다. 인터넷이 끊긴 상황에서는, 예를 들어 비행기, 지하실, 오지 산간지방, 위챗, 알리페이로는 지불이 완료되지 않지만, 중앙은행의 디지털 통화는 오프라인으로 지급되며 휴대전화에 전기만 있으면 된다. 인터넷이 없어 지불이 안 되는 것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다. DCEP에는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반 결제 옵션이 있어 전송 중에 기기가 온라인 상태일 필요가 없다. 마지막으로 DCEP는 법적 지위가 더 높고 안전성이 뛰어나다. 위챗, 알리페이 지급은 중앙은행 통화가 아닌 시중은행 예금계좌로 결제하는데 이들이 파산하는 등 이변이 생기면 객관적으로 권익이 반드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사실상 거의 불가능). DCEP는 중앙은행이 발행해 안전성이 보장된다. 결제 요청이 떨어지면 DCEP 전자지갑은 온라인 공인인증서에 해당하는 ‘CA 인증’을 통해 디지털 서명을 하고, 결제를 승인한다. 이후 결제가 됐다는 내용을 시스템에 전송하면 결제가 완료되는 방식이다. 지갑과 연동된 실물 IC 카드를 발급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 카드는 예금 체크카드와 동일한 역할을 할 예정이다. 현금인출기를 이용하거나 오프라인 결제를 할 수 있다.

현재 중국의 위챗 및 알리페이  결제는 매우 발전되어 있다. 중국인민은행은 왜 블록체인 암호화 기술을 사용하여 이러한 디지털 통화를 다시 개발해야 할까?  은행의 공식성명에 따르면, 우선 단순하고 국경 없는 통화를 구축하려는 리브라(Libra)의 도전에 직면하여, 중국은 통화 주권과 법적 통화를 보호하여 뒤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이다. 중국 정부는 페이스북이 개발 중인 리브라 프로젝트가 실패할 것이란 의견을 냈다. 회사들이 제각기 화폐를 발행한다면 세상은 대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라며, 리브라가 절대 성공하지 못할 것으로 본다. 일부 기업들이 리브라나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를 발행하면서 통화주권에 도전하고 있지만 블록체인 기반의 탈중앙화 화폐는 발행기관 신용에 의해 뒷받침 되지 않으며, 큰 변동성으로 진정한 자산이 되기 어렵다는 인식이다. 중국은 국가의 화폐 발행권을 실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정부와 중앙은행이 법정 디지털화폐를 발행하는 것이라며 전 세계 중앙은행이 법정 디지털화폐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편의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것 외에도 새로운 규칙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새로운 규칙이란 디지털화폐를 국가 신용, 국내총생산(GDP), 재정 수입, 금 보유고 등에 연동해 디지털화폐를 마구잡이로 찍어내는 것을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금이 뒷받침되는 암호화폐를 추구하는데, 현재 중국이 이미 2만t의 금을 축적했다. 따라서 DECP의 발행배경에는 위안화 국제화 추진이 있다. 국제 통화의 순환은 결국 디지털 화폐 시장에서 위안화가 미국의 달러처럼 글로벌 통화가 되길 바라는 것이다. 편리하고 쉬운 디지털 통화는 전세계 순환에 유리하기에 당연히 위안화의 국제화에 도움이 된다. DCEP 출시는 미국 달러 평가절하와 평가절상에 따른 중국경제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우선 DCEP는 리브라의 아픈 곳을 건드렸다.  그것은 주권국가 신용 담보가 없다는 점에 착안하여 DCEP가 위안화와 1:1로 환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 정부가 리브라를 국가신용으로 한다면 당연히 중국의 DCEP가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약화되겠지만 문제는 리브라에 대한 미 정부의 의구심이 큰 데다 당분간 달러 디지털 통화가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아 중국이 이 기회를 붙잡은 것이다.

다음 현재 지폐와 동전의 발행 및 보관 비용이 매우 높으며, 유통되는 중간고리가 너무 복잡하여 휴대가 편리하지 않아 새로운 대체품이 필요하기에 디지털 통화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중앙은행의 디지털 통화는 이자를 매길 수 없다. DCEP는 본질적으로 현금의 전자화이며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한 통화이기에 지급준비금이 없으며 중앙은행에 속해 있으며 국가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한 합법적인 통화이며 상환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 DCEP가 지폐와 크게 다른 점은 익명성이다. 지폐는 불법세탁에 쓰일 수 있지만 DCEP는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여 특정 익명성을 보장하는 동시에 불법에 쓰일 경우 빅데이터로 실제 신원을 추적할 수 있다. DCEP를 사용하면 일반 시민 자금의 흐름 추적이 가능해진다.

또한 중국인민은행의 디지털통화 DCEP 발행 배경에는 중앙은행과 상업은행 간의 힘겨루기가 있다.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통화는 주로 현금과 은행예금으로, 예금은 시중은행이 대출해 만들어 시중에 유통되는 현금은 5%에 불과하지만, 시중은행이 창출하는 은행 예금은 95%이다. 중앙은행은 통화 공급을 조절하는 기구이며, 그것이 유통 화폐를 창출하는 주체가 아니라면 조정 작업은 복잡하고 비효율적이 될 것이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머니는 이중 운용체제로 DCEP를 중앙은행에서 시중은행으로, 각 시중은행이 일반 대중에게 교환해주는 도매방식으로 중국 정부는 기존 거래에서 계좌 의존도를 크게 낮춘 이 구조가 화폐 공급 정책에 도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DCEP는 이중운영구조 때문에 화폐의 과잉공급이 불가능하다. 즉 중국인민은행은 상업은행에 발행하고 상업은행은 일반대중에게 부채형식으로 발행한다. 또 발행규모만큼 중앙은행에 100% 준비금을 예치한다. 시민들은 은행 인터넷뱅킹 앱 등을 통해 기존에 가지고 있던 현금을 DCEP로 바꿀 수 있다. 소액이라면 은행 계좌가 없더라도 인민은행이 제공하는 지갑 앱을 통해 DCEP를 사용할 수 있다. 은행을 통하면 DCEP를 다시 종이 지폐로 바꿀 수 있다. 중국은 뱅크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환전 한도를 설정할 계획이다. 대규모 환전 고객을 위한 사전 예약 서비스를 내놓을 가능성도 높다. 즉 상업은행의 역할은 DCEP 예금 관리 및 환전이다. 대출 등 DCEP를 이용한 금융상품은 출시할 수 없다

앞서 언급했듯이 중앙은행은 이중운영 메커니즘을 채택했으며, 중앙은행은 DCEP를 알리, 텐센트,  ICBC, BOC, CCB, ABC, 유니온페이로 변환한 다음 대중에게 발행할 수 있다. DCEP가 실제로 출시된 후 일반인에게 공개되면 위챗, 알리페이 및 뱅크 앱(Bank App)을 통해 직접 교환할 수 있다. 동시에, 중앙은행은 외국은행들과 협력하여 DCEP를 세계로 확대할 것이다. DCEP의 중요성은 은행 이체의 비용과 마찰을 줄이면서, 예비 화폐(M0) 시스템을 대체하는 것으로 설계되었다는 것이다. DCEP는 SWIFT (Global Interbank Financial and Telecommunications Association) 시스템 및 CHIPS (NYSE Bank Interbank Payment System) 등 미국에 크게 의존하는 시스템을 우회하여 위안화의 국경 간 지불 시스템 (CIPS)을 주도하는 지배적인 지불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DCEP는 블록체인 기술을 채택한 것이기에 개인의 국경간 이체 시 지불 기관, 은행 및 국제결제네트워크를 통할 경우 여러 은행을 통해야 하는 문제를 효율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지불기관과 상업은행 간의 인터페이스기술로 국경 간 지불에서 관련되는 참여기관에게 송금메시지를 동시에 전송함으로써 다자간 협업 정보처리가 가능하게 하여 정보전송 및 처리 효율성을 향상시킨다.

미래의 부는 달러도 금도 아닌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자산이다. 디지털 자산은 금융시스템의 새로운 총애를 받으며 글로벌 경제 변혁의 큰 흐름이 될 것이다. DCEP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법적 디지털 통화로 중앙은행 신용보증을 위해 위안화와 가치가 같아 '디지털화된 위안화'로 볼 수 있다. 화폐는 한 나라의 주권에 매우 중요하다. DCEP는 중국의 국운이 걸린 중대한 문제다. 내가 한 나라의 화폐 발행을 통제할 수만 있다면, 누가 법률을 제정할 것인가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마이어 로쉐(은행가) 말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한편, 중국이 세계 최초의 디지털 화폐 출시를 목표로 달려나가는 상황에서 러시아, 미국 등은 디지털 화폐 발행 자체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IMF는 세계은행과 함께 전 세계 96개국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응답자의 20%는 비용 절감과 통화정책 등의 면모에서 CBDC 발행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실제 CBDC 프로젝트 시범 프로그램을 돌리고 있는 국가로는 현재 우루과이와 바하마, 중국, 스웨덴, 우크라이나 등이 있다. 지난 4월 진행된 세계 경제포럼에서는 40개 이상의 중앙은행이 CBDC 혹은 블록체인 활용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중앙은행들이 아무런 이유 없이 혁신을 막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인 주장이지만 그에 따른 위험과 도전도 만만치 않다. (중국증권행정연구원 안유화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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