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유화 칼럼] 중미 AI전쟁 본격화가 주는 시사점

안유화 중국증권행정연구원장입력 : 2019-10-11 06:00
 

[안유화 원장] 

지난  10월 1일, 중국 베이징에서 신중국 건국 70주년 열병식이 있었다. 중국 최첨단 기술 및 군사력 굴기를 미국에 과시하는 행사였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7일 화웨이에 이어 중국 기관과 기업 28곳을 추가로 수출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렸다. 이 중에는 4개의 인공지능(AI) 기업이 포함되어 있어 큰 주목을 받았다. 미국이 중국의 ‘인공지능 굴기’를 막아선 것이다. 

사실 2017년부터 중국 과학기술부(科技部)는 매년 최신 중국 인공지능 개방혁신 플랫폼 기업을 발표하고 있다. 지금까지 지정한 기업으로는 알리클라우드(阿里云), 바이두(百度), 텐센트(腾讯), 커다쉰페이(科大讯飞), 상탕커지(商汤科技), 이투커지(依图科技), 밍뤠커지(明略科技), 화웨이(华为), 중궈핑안(中国平安), 하이캉웨이스(海康威视), 징둥그룹(京东集团), 쾅스커지(旷视科技), 하오웨이라이(好未来), 샤오미(小米) 등 기업이 있다. 이 중 지난 7일 미국 상무부에 의해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4개 기업을 살펴보자. 

우선, 중국에서 미국판 ‘시리’로 불리는 커다순페이이다. 이 기업은 음성인식 분야 AI 기업으로 중국 스마트폰 대부분이 이들 기술을 탑재하고 있다. 다음, 중국 알리바바가 지원하는 상탕커지이다. 이 기업은 구글 알파고보다 먼저 인간과의 대결에서 승리한 AI 기술을 보유한 업체로, 중국 AI 업계에서 가장 앞서가는 회사이다. 또한 이미지 인식과 딥 러닝 소프트웨어를 설계하는 쾅스커지도 포함되었는데, 이 기업은 세계 최대 규모의 타사 인증 소프트웨어 제공업체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이투커지는 이미지 인식 기반 비주얼 컴퓨팅 AI 기업으로, 최근 미국과 공동으로 아이의 질병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AI 모델을 개발했다. 한마디로 중국정부가 주목하고 육성하는 AI 성장동력 기업들이 줄줄이 미국의 제재대상이 된 것이다. 이는 명백히 미국이 세계 AI시장을 주도하려는 중국의 굴기를 막아선 것이며 중국의 인공지능 기술 우세를 억제하려는 본격적인 움직임이 시작된 것이다. 미국의 이런 조치로 당일 커다순페이 주가는 2.67% 하락하였다.

4차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영역은 AI와 빅데이터이다. 중국정부의 네거티브 제도시스템 덕분에 중국은 빅데이터 영역에서 절대적인 우세를 보여주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은 1970년대와 1980년대 이르러 이미 많은 연구와 기술이 개발이 되었지만 큰 빛을 보지 못하다가 최근 빅데이터 수집이 가능해지면서 딥러닝 등 기술을 앞세워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분야는 5G시대 가장 크게 성장할 영역으로 꼽히고 있다. 화웨이 런정페이 회장은 5G는 소아과 기술에 해당하며, 미래 최대산업은 인공지능 분야라고 하였다. 현재 AI 기술 특허를 보면 중국은 7327건 이상으로 미국의 3440건, 일본의 2403건, 한국의 1635건, 독일의 649건보다 절대적인 우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중국은 빅데이터 영역 우세를 앞세워 딥러닝 기술을 각 산업에 융합시킴으로써 현재 거의 모든 산업에서 큰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예를 들면 윈충커지(云从科技), 상탕커지(商汤科技), 이투커지(依图科技)와 함께 중국 인공지능 4대 기업의 하나인 쾅스커지는 인공지능, 그중에서도 안면인식 기술에 특화된 기업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사업 범위는 안면인식에 국한하지 않는다. 자체 연구개발한 딥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컴퓨터 비전 기술을 상업화하는 데 성공했으며, 이 기술을 PC 및 스마트 도시 시스템 등 사물인터넷 분야에 광범위하게 응용하고 있다. 예를 들면 '탈주범 잡은 안면인식 기술'로 쾅스커지는 정부기관을 위한 보안서비스를 제공하며 테러방지, 공공 안전, 출입국 심사 등에 활용되고 있다. 또한 2018년 중국에서 제조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샤오미, 오포(OPPO), 비보(VIVO) 등 가운데 70% 이상이 쾅스커지의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동시에 샤오미진룽(小米金融), 니워다이(你我贷) 등 인터넷금융회사 및 일부 상업은행에도 안면인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쾅스커지는 사진보정 앱으로 유명한 메이투(美图)에도 자사 안면인식 기술을 제공하고 있으며, 중국 일등 뉴스추천앱 진르터우탸오(今日头条)에도 온라인 신분 인증(본인인증)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레노버(联想), 차이나모바일(中国移动) 등 중국 업체들도 쾅스커지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지난 100여년 동안 미국은 글로벌 최신 첨단기술의 선두 자리를 지켜왔다. 과거, 현재, 미래에 있어서 변하지 않는 사실은 오로지 기술의 최첨단 위치를 차지하는 국가와 기업만이 경쟁에서 살아남는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미국의 이런 절대적인 우위에 중국은 ‘중국제조 2025’라는 발전전략으로 큰 도전장을 냈고 성과 또한 보이기 시작하였다. 현재 인공지능 원천기술 특허분야에서 중국이 2년 연속 미국을 압도하고 있다. 2016년, 중국의 AI 관련 특허출원건수가 549건인 데 비해 미국은 135건에 불과했다. 특히 2017년에는 중국의 특허건수가 무려 1293건으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많아진 반면, 미국은 231건에 그쳐 그 격차가 훨씬 더 벌어졌다. AI 특허분야에서 중국이 미국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 주요도시별 창업기업 수량 면에서도 현재 중국 베이징은 395개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287개를 절대적으로 앞서고 있다. 이는 미래에도 격차를 늘려갈 잠재력이 높음을 말한다.
 

 


​현재 중국 정부는 핵고기(核高机) 프로젝트를 실행하여 핵심기술·첨단 하이테크기술에 대해 0에서부터 1에 이르기까지 원천기술과 세계 최고 핵심기술을 보유한 경쟁력 기업을 육성하는 전략을 추진해 오고 있다. 현재 중국 정부가 매년 투입하는 연구개발비는 전 세계에서 2위이며, 연구개발비는 GDP의 2.2%인 2조 위안을 초과하고 있다. 화웨이는 매년 매출액의 15%를 연구개발비에 투자하며 이 중 운영체제, 5G 기지국, 휴대전화, 서버, 라우터 칩 등의 원천기술 혁신만도 500억 위안으로 절반을 차지한다. 미국은 지난 5월 16일 화웨이를 처음으로 '블랙리스트'에 포함시켰으며, 8월 19일 미 상무부는 화웨이에 대한 임시사용 허가증을 11월 18일까지 90일 더 연장하였다. 그러나 미국은 화웨이 계열 46개 자회사를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중·미 무역전쟁은 결국 기술패권전쟁이다. 기술 경쟁력은 무역전쟁의 중요한 카드이다. 미국은 첨단기술영역에서 줄곧 우세를 지키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미 상무부가 중국 인공지능 대표기업 4개를 '블랙 리스트'에 올린 이유도 이런 인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블랙 리스트'에 오른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기술과 제품을 수입하려면 미국 정부의 임시 사용 라이선스가 없는 한 불가능하다. 미국은 중국의 과학기술 굴기를 어린 싹에서 잘라버리려고 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안감시·인공지능 분야는 중국 업체의 강점이 큰 업종으로, 중국은 카메라 등 하드웨어 장비, 인공지능 알고리즘 착지 애플리케이션 등 면에서 미국에 비해 우위에 있다. 어쩌면 미국의 타격은 이미 늦었고, 중국 기업들의 발전을 막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중국은 자체 보안 감시, 인공지능을 갖춘 소프트 및 하드웨어 개발 플랫폼, 산업체인을 통해 탄탄한 기반을 형성하고 허점을 보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또 미국 기업을 안보시장에서 몰아내고 국제시장에서 미국 보안업체와 경쟁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중국 기업의 생존력이 커진다는 것은 미국에 대한 최대 억제조치를 의미한다. 중국 시장과 중국 제조가 날로 확장됨에 따라, 실제로 미국의 많은 기초기술업체나 하이테크 기업의 가장 큰 고객은 다름 아닌 중국기업들이다. 이는 중국이 미국 측과의 게임에서 어느 정도 '인질'을 잡고 있는 셈으로, 이들 미국 납품업체를 잘 활용하는 것은 중국의 반격에 가장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미국이 중국 기업들을 싹부터 잘라버리려고 하는 이유이다. 중국은 미국과의 협상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자주적인 혁신 성장 능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장기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과학기술 혁신의 수준을 높이고, 미국의 압박이 없더라도 기업의 활력과 지적재산권 보호를 확대하기 위한 자체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중국증권행정연구원 안유화 원장)

 
어린이꽃이 피었습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네티즌 의견 0
    0 / 300

    실시간 급상승

    9.9초 더보기

    아주 글로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