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콘크리트 벽 파괴...GS건설의 직급 파격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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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19-12-09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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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S건설, 40대 허윤홍 사장 파격 발탁 이어 내년부터 직급 단순화 개편

  • 부동산 경기침체, 해외사업 위기감 커져...혁신사업 위해서는 수평적 조직문화 이득 판단

  • 전체 근로자 6684명 가운데 90% 이상이 남성…호칭 파괴 호불호 강해 쉽지 않을 듯

GS건설 사옥 이미지[GS건설 사옥 이미지]


GS건설이 조직의 허리인 과장급을 중심으로 직급체계를 단순화한 조직개편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대기업 가운데 가장 보수적인 문화를 가진 기업으로 분류됐던 GS그룹에서 직급 단순화 개편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는 사례는 GS건설이 최초라 주목된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부장-차장-과장-대리-주임-사원의 6단계 직급 호칭 중 과장 이상 직급을 '리더'로, 과장 이하 직급을 '프로'로 나눠 2단계로 축소하는 조직개편을 내년 적용을 목표로 준비중이다. 호칭은 아직 명확하게 결정되지 않았다. 회사 측은 복수의 안을 두고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개편을 통해 GS건설은 수직화된 기존 조직문화를 수평적 문화로 전환하는 전기를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그룹사 최초의 사례인 데다 GS리테일이나 홈쇼핑, 호텔 등 여성 인력의 비중이 높은 곳이 아닌 남성인력 중심의 보수적인 건설사에서 이 같은 시도를 먼저 하는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실제 GS건설의 전체근로자 6684명 가운데 90% 이상인 6046명이 남성이다.

GS건설 관계자는 "직급과 호칭을 단순화하자는 논의는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있어왔다"면서 "내년 초 적용을 목표로 세부적인 안을 조율하고 있는데 반대 여론도 적지 않아 전면도입할지, 일부 사업부 시행 뒤 확대 적용할지 논의중"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시도는 경영환경 악화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 차원이다. 최근 건설업계는 부동산 경기침체와 저유가 장기화로 불투명해진 해외사업에 대비하기 위한 신사업 발굴에 올인중이다. 실제 HDC현대산업개발,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 다양한 건설사들이 기존사업에 더해 항공, IT(정보기술), 금융 등을 접목한 다양한 사업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성공적인 사업융합을 위해서는 변화에 민첩하게 반응할 수 있는 조직문화가 필요하다는 게 최근 건설사들의 생각이다. 조직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협업하고, 신속하게 업무결정을 내릴 수 있는 수평적 구조가 기존 상명하복식 구조보다 더 유리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 건설업계에서 직급·호칭을 단순화하려는 노력은 GS건설이 처음은 아니다. 삼성물산은 지난 2017년부터 사원과 주임, 대리를 '선임'으로, 과장-차장-부장을 '수석'으로 바꾸고 6단계 직급을 3단계로 개편했다. 대림산업도 지난해부터 기존 7단계 직급을 4단계로 줄였고, SK건설 역시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등의 직급을 '프로'로 통일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9월부터 기존 5단계 직급을 3단계로 축소하고, 직급에 관계없이 모든 팀원의 호칭을 ‘매니저’로 통일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보수적인 문화의 건설업계 특성상 변화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건설사 특성상 외부업체와 협력할 일이 많은데 직급이 불분명할 경우 대외적으로 난감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건설사 인력 대부분이 건설현장, 남성중심이라 직급 단순화가 조직문화의 근본적인 변화는 이루지 못한 채 보여주기식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수평적 조직문화 확대라는 취지는 좋지만 구성원은 그대로인데 호칭만 바뀐다고 굳어있는 조직문화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면서 "조직 내부에서도 직급, 호칭 파괴에 대한 호불호가 상당히 강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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