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 칼럼] 왕이 방한에 들썩 ..한중관계 복원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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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사)중국경영연구소 소장,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입력 2019-12-0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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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사)중국경영연구소 소장 겸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지난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방한을 두고 화장품, 면세점, 호텔 등 국내 사드 관련주들이 들썩였다. 중국 외교를 책임지는 국무위원이 5년 만에 한국을 방문했으니 시장 분위기가 한한령(限韓令) 해제에 무게가 실리면서 시장에서는 즉각 반응이 나타난 것이다. 게다가 산둥성 당서기가 250여명의 산하 시장 및 공무원, 기관, 기업인들을 대동하고 한국기업유치를 위해 서울, 부산, 경기도를 방문했다. 비슷한 시기 '제2회 한·중 기업인 및 전직 정부고위인사 대화' 진행 등 지난주만 보면 사드로 인해 냉각된 한·중관계가 복원된 것처럼 보인다. 과연 한·중관계가 복원되고 있는 것인가? 대답은 ‘글쎄요’ 이다. 사드는 변수일 뿐이고, 사드라는 변수를 결정짓는 상수를 살펴봐야 한다.

한·중관계의 상수와 변수는 이번 왕이 외교부장의 방한 목적에서 잘 나타난다. 크게 한국에 대한 강력한 압박의 메시지(상수)와 한·중관계 복원(변수)의 유화적인 목적을 가진 이중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른바, ‘3압박+3유화책’으로 요약된다. ‘3압박’은 첫째, 미국이 중거리미사일협정(INF) 파기 후 추진하고 있는 한국 및 일본 등 지역에 중거리미사일 배치에 한국이 결코 동참해서는 안 된다는 압박이다. 일본의 경우 외무상이 "일본에 중거리미사일 배치와 관련해 미국과 논의한 바 없으며, 일본에 핵무기를 배치하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언급한 이후 시선이 한국으로 옮겨가고 있다. 따라서 이번 왕이 부장 방문을 통해 중국은 한국에 무언의 압박을 했을 것이다. 둘째,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를 포위하기 위해 구상 중인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이 적극 참여해서는 안 된다는 압박이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인 미·중 간 무역전쟁에서 한국이 미국 주도의 프레임에 끼지 말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미 국무부에서 펴낸 '인도·태평양 안보전략 보고서'를 보면 미국은 일본-인도-호주-대만을 잇는 다이아몬드형 국가라인을 구축해 중국과 러시아를 포위하겠다는 전략으로, 한국은 빠져 있다. 그러나 미국은 상황 추이에 따라 한국을 자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편입시키고자 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최근 해리 해리스 주미대사가 모 일간지 신문에 특별기고한 문장을 보면, 이미 그것을 공론화하는 분위기이다. 해리스 대사는 기고문에서 “한국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협력한다면 엄청난 시너지 창출효과와 기회를 얻을 것”이라고 회유하고 있다.

셋째, 일반 환경평가 이후 사드 추가배치 중단을 위한 압박이다. 환경영향평가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사드는 정식배치가 아닌 임시배치라는 점을 강조한 압박이다. 이는 이미 지난 6월 오사카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이 직접 언급한 상황인 점을 감안한다면, 내년 시 주석의 방한에 있어 중요한 결정요인이 될 것이다. 따라서 3압박 결과에 따라 사드는 언제나 변할 수 있는 변수인 것이다.

그렇다면, 3유화책은 무엇일까? 첫째, 지소미아 종료문제 및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으로 불편해진 한·미관계와 균열조짐이 보이는 한·일 간 갈등으로 인해 한·미·일의 삼각외교안보 구조가 느슨한 틈을 타서 한국을 끌어들이기 위한 유화책이다. 한·미·일과 북·중·러로 양분되는 외교안보 프레임 속에서 한국을 적당한 거리선상에서 활용하고자 하는 목적의 유화책인 것이다. 둘째, 북핵문제에 있어 한·중 협력의 필요성을 위한 유화책이다. 북·미 간의 직접 대화로 인해 한국과 중국의 역할이 축소된 국면에서 한·중 간 협력을 통해 북핵문제를 주도적으로 풀어 나가자는 것이다. 중국도 북핵문제가 원만히 해결되길 바란다. 북한은 중국에 있어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중요한 완충지대이기 때문에 북·미 간 관계가 다시 긴장국면으로 전환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중국은 북·미 간의 직접대화에서 한국의 역할 및 그 실효성이 낮다고 판단하고, 한·중 양국이 적극적으로 남·북·미·중의 4자회담의 불씨를 다시 살려야 한다고 우리를 설득할 것이다. 중국은 한국전쟁의 주요 당사국임을 강조하며, ‘미국바라기’에서 벗어나 한·중 공동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할 것이다.

셋째, 한국기업의 대중투자 확대를 위한 유화책이다. 사드사태로 소원해진 한·중관계가 최근 들어 매우 역동적으로 변화되는 등 긍정의 시그널은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민간차원을 넘어 정부차원의 행사와 상호방문이 점차 확대되는 추세이다. 왕이 부장의 방한뿐만 아니라 산둥성 당서기가 16년 만에 대규모 사절단을 대동하여 한국을 방문한 것 또한 결코 흔한 일이 아니다. 비록 사드와 같은 정치외교적인 장벽이 있지만, 우선 경제적인 측면에서 중국은 한·중관계 복원을 희망하고 있는 듯하다. 그 이유는 현재 중국이 당면한 경제적 리스크와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펀터멘털이 취약해졌기 때문이다.

경제는 중국 공산당 리더십의 바로미터이다. 백성이 배고프면 나라에 불만이 많아지게 마련이고, 결국 민심을 잃으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는 것을 중국은 지난 역사를 통해 잘 알고 있다. 실업률 상승에 직면한 중국은 다시 외국기업 유치를 통해 해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외자기업 유치는 외환보유고 안정성 확보와 고용창출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길이다. 3조 달러의 세계 1위 외환보유 국가이지만 장단기 외채 2조 달러를 제외하고, 매년 지불해야 할 배당금 5000억 달러를 빼면 실제 중국정부가 가용할 수 있는 외환보유고는 5000억 달러에 불과하다. 중국이 미국산 농수산물 400억~500억 달러 수입을 바로 하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또한 연초부터 진행하고 있는 감세정책으로 인해 줄어드는 국고를 외자 유치를 통해 메워야 하는 실정이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 관련 반독점 이슈를 제기한 중국이었는데, 오히려 리커창 총리가 직접 시안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서 투자 격려를 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중국 내 외자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3%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외국계 기업의 고용창출 비중은 6%, 세수 비중은 거의 20%에 가깝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기업의 중국투자 확대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중 간의 정치외교적 상호신뢰는 미·중 간 패권이 지속되는 한 결코 쉽게 구축되기 힘들다. 현명한 대중 통상외교가 필요한 시점이다. 일본의 대중 처세론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미·일 간의 굳건한 동맹 속에서 중·일 간 경제협력은 더욱 강화되는 추세다. 지난 한·중관계는 정냉경온→정온경열→정냉경냉으로 변화되어 왔다. 태생적으로 체제가 다르고, 미국과 북한 이슈가 존재하는 한 한·중관계의 정치적인 협력의 공간은 크지 않다. 우선 일본처럼 경제협력의 공간을 살펴봐야 한다. 중국 대외경제협력의 최적화된 파트너가 일본이 아닌 한국이 될 수 있도록 노력을 서둘러야 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 및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을 5년간 역임했다. 현재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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