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블랙리스트' 첫 공판서 또 야단맞은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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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기자
입력 2019-11-27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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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받아들일 수 없는 사실로 공소제기...주범이 피해자로 기재되는 모순도"

  • 조목조목 문제 지적한 부장판사 "재판이 잘 진행됐음 하는 마음..." 달래기도

  • 정경심 교수 사건 재판도 함께 맡은 송인권 부장판사

"앞으론 법률적인 부분은 더이상 말씀 안 드릴게요. 이것 때문에 마음상했다면 사과드리고요. 다만 재판장으로서 재판이 잘 진행됐으면 하는 마음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송인권 부장판사)는 27일 오후 2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형법상 강요죄 등 혐의로 기소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의 1차 공판에서 이같이 말했다.

1시간30여분 가량 진행된 이날 재판에서도 공소장에 대한 재판부의 지적은 이어졌다. 앞서 지난 29일 김 전 장관의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도 재판부는 공소장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강하게 힐난한 바 있다.

특히 이날 재판부는 공소장에 적시된 주위적 공소사실과 예비적 공소사실 부분을 문제 삼았다. 모순되는 사실이 같이 기재됐다는 것이 송 부장판사의 지적이다.

주위적 공소사실은 검찰이 공소장에 제기한 주된 범죄 사실, 예비적 공소사실은 주된 범죄 사실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경우를 대비하여 추가하는 공소사실을 뜻한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환경부 감사관실에 대한 감사 지시, 임원에 대한 일괄 사직서 제출 종용 등 김 전 장관에 대한 혐의에 대해서 설명했다. 검찰의 설명을 듣고 난 재판부는 검찰이 주위적 사실에 적시한 내용중 '형법상 강요죄' 부분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임원들이 따르지 않으면 안 될 정도의 사유가 없다는 취지다.

형법 12조는 '저항할 수 없는 폭력이나 자기 또는 친족의 생명, 신체에 대한 위해를 방어할 방법이 없는 협박에 의하여 강요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이 이들의 해임을 강요하기 위해 물리적인 위해를 하지 않았다면 처벌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허위공문서 작성 지시 등 위법한 명령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언급하며 "검찰이 반박을 해야하는데,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사실 관계를 기초로 주위적 공소사실을 작성해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임원들에 대해) 저항하지 못하는 폭력 있어야 하는데 공소사실에 기재가 안 돼 있다"며 "간접정범 부분은 증거조사도 필요 없어, 조정을 하거나 삭제해서 정의 구현하는데 별다른 장애가 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한 부분도 지적했다. 검찰의 공소장에는 임원 중 특정인물이 이 사건의 주범으로 기재돼 있는 부분과 피해자로 기재된 부분이 혼재돼 있어 모순됐다는 지적이다. 재판부는 이같은 경우 선별적 기소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검찰에 다음 재판까지 답변해줄 것을 요청했다.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은 2017년 12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환경부 공무원을 시켜 박근혜 정권에서 임명된 산하 공공기관 임원 15명에게 사표제출을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실제로 환경공단 이사장 등 임원 13명이 사표를 제출했다.

또 지난해 7월 청와대가 추천한 환경공단 상임감사 후보 박모씨가 임원추천위원회 서류심사에서 탈락하자, 임추위 면접심사에서 '적격자 없음 처리 및 재공모 실시' 의결이 이뤄지도록 조치했다.

당시 박씨가 대체자리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이 지배주주로 있는 유관기관 회사 대표 자리를 희망하자 해당 기관 임원들로 하여금 박씨를 회사 대표로 임명하도록 지시했다.

김 전 장관의 경우 박씨의 임추위 서류심사 탈락을 이유로 환경부 운영지원과장과 임추위 위원으로 참여한 환경부 국장에 대해 문책성 전보인사를 낸 혐의도 있다.

신 전 비서관은 박씨가 탈락하자 환경부 운영지원과장에게 '깊은 사죄, 어떠한 책임과 처벌도 감수, 재발방지' 내용이 담긴 소명서를 쓰도록 강요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또 2017년 9월~2018년 11월 환경부 산하 6개 공공기관·17개 공모직위와 관련해 사전에 청와대·장관 추천후보자에게만 업무보고·면접자료를 제공하고, 환경부 실·국장으로 하여금 추천후보자를 추천배수에 포함하는 임무를 하게 했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이 지난해 2~3월 환경공단 상임감사가 사표제출을 거부하자 이를 압박할 목적으로 환경공단에 임원들 감사자료를 준비하게 하고, 해당 인사에 대해서만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집중 감사해 사표를 받은 것으로 판단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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