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법성에 대한 문제성 있다"... 법조계, 정경심 재판 공소기각 가능성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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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기자
입력 2019-11-27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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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검찰의 두 차례에 걸친 공소제기가 법정에서 기각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공소기각은 검찰의 기소가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될 때 법원이 내리는 판단으로 상당히 드문 예에 속한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정 교수에 대한 검찰의 기소가 그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송인권 부장판사)는 26일 오전 정 교수의 사문서 위조(동양대 표창장) 혐의에 대한 2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당초 이날은 정 교수의 혐의 가운데 사문서 위조(동양대 표창장) 혐의에 대한 공소장 변경과 추가 기소된 증거인멸·사모펀드 관련 혐의에 대한 심리병합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었다. 공소장 변경과 사건병합을 요청한 것은 검찰로, 검찰은 당연히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 질 것으로 봤다. 

하지만 이날 재판부는 검찰의 기대와 달리 병합여부에 대한 결정을 보류했다. 사건의 '동일성'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고, 공소제기 후 압수수색 등이 이루어져 판례에 맞지 않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오히려 검찰 수사·공소절차를 조목조목 지적하며 '법리에 맞지 않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표창장 위조와 관련해서는 1차 공소장과 2차 공소장의 내용이 너무나 달라 동일한 사건에 대한 기소인지 알수 없다고 지적했다. 당장 날짜는 물론 동양대 총장의 직인이 찍힌 경위, 공범 여부가 모두 다르다고 꼬집었다. 

기소를 한 뒤에 수사를 본격화한 점에 대해서도 지적이 이어졌다. 

재판부는 "공소 제기 후 압수수색은 적법하지 않고, 피의자 구인 역시 적법성에 대한 문제성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데 이어  "(언론을 보면) 공소가 제기된 이후에도 압수수색이나 피고인 영장, 피의자 신문조서 등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각종 인턴증명서 위조와 증거인멸의 실행에는 정 교수 외에 다른 인물들이 개입했거나 직접 처리한 것으로 공소장에 기재돼 있지만 아무도 공범(혹은 정범)으로 기소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심지어 "정범에 대한 기소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 재판은 할 필요도 없다"라는 재판부의 '발언'도 나왔다. 

법조계에선 이번 재판에서 검찰이 위기에 직면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재판부가 지적한 처럼 형사소송법 등에 위배되는 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검찰이 지난 9월6일 심야에 정 교수를 전격기소한 뒤에 압수수색 등 본격적 수사를 시작해 증거를 확보했다는 것이 문제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박사는 형법 제 308조의2를 제시하면서 "(공소제기 후)사문서 위조 관련 피의사실에 대해서 강제수사를 하는 것은 허용이 안 되기 때문에 강제수사를 통해서 획득한 증거라면 그 증거는 사용할 수 없다"며 "이 부분이 빠지면 공소장이 변경돼도 사문서 위조 사실에 대해서는 사실상 무죄판결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사건의 동일성' 문제도 심각한 법리적 문제가 있다는 분석이다. 공소장을 변경하려면 동일한 사건에 한해서 가능하고 그것도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허용이 된다. 하지만 '표창장 위조' 부분은 동일한 사건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다.

재판부가 '동일성'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에는 공소자체가 기각될 가능성이 있다. 형법 제327조 제2호는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 공소를 기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백번 양보해 동일성을 인정한다고 해도 공소제기 후 압수수색물을 증거로 인정해야 겨우 가능한 수준이다. 즉, 법을 위반하지 않으면 공소유지가 힘들어 지는 셈이다.

정 교수 재판의 재판장인 송인권 부장판사의 과거 발언도 '공소기각'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는 이유다.

송 부장판사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재판도 맡고 있다. 그는 지난달 29일 '환경부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의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공소기각"을 언급하며 검찰을 강하게 힐난한 바 있다.

그는 "투망식으로 공소제기한 다음에 피고인들이 모든 가능성에 대해 반론할 것으로 염두에 두고 증거조사 한 다음, (그때가서 드러나는 사실관계를 집어내) 변론 종결 직전에 공소장을 변경해서 특정한다면, 이는 적절하지 않다"며 '본 공판절차에 들어가기 전에 공소장을 변경하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재판이 시작되기 전에 수사가 마무리 되야 하는데 오히려 법정에 제출되는 피고인 측의 반박증거를 재조합해 검찰이 재판이 끝날 무렵에야 공소대상을 정한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사안은 다르지만 정 교수의 사건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분명히 있는 셈이다. 

김남국 변호사는 최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검찰이 기소할 수 없는 사건을 기소했다"면서 "여론재판으로 피고인의 명예를 훼손한 뒤에 나중에 엉뚱한 건으로 유죄를 받아내는 검찰의 기존행태에 제동을 걸때가 됐다"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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