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SMA 결렬... '선례 제공' 韓 VS '막무가내' 美

김정래 기자입력 : 2019-11-19 19:20
선례와 부메랑, 美어깃장의 근거 미군 철수는 'NO', 군무월 월급은 'YES'
제11차 한미 분담금 협정(SMA)’ 3차 회의가 진통속에 중단됐다. 한국 측 협상 대표인 정은보 방위비분담협상대사는 19일 "SMA 협상이 미국 측에 의해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정은보 대사는 이날 오후 2시 40분경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처럼 밝히며 "미국 측은 새로운 항목신설 등을 통해서 방위비 분담금이 대폭 증액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며 "반면 우리 측은 지난 28년간 한미가 합의해온 SMA 틀 내에서 상호 수용 가능한 분담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회의가 파행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선례와 부메랑, 美어깃장의 근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해 ‘주한미군 가격표(Price tag)’를 약 10억 달러에서 50억 달러로 올렸고, 국무부와 국방부가 이를 걸러내 47억 달러로 낮추도록 설득했다.

그러나 47억 달러에 대한 근거는 없다. 총액을 정당화하기 위해 한반도에 순환 근무 방식으로 주둔하는 병력과 장비에 새로운 항목을 만든 것이 반증이다. 대표적으로 기존에는 없던 주한미군 기지 주둔비와 하수 처리 등 일상적 항목부터 준비 태세 항목 등이 포함됐다. 예를 들어 미국 폭격기가 무력시위 목적으로 한반도에 잠시 들른다면 한국이 비용을 대줘야한다는 의미다.

미국은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제5조에 따라 1991년 이전까지 우리 정부의 재정 여건을 고려해 주둔 유지 경비뿐만 아니라 한국이 제공해야 할 대부분의 시설까지 자국 부담으로 건설했다. 그러나 재정 여건 악화와 동맹국인 한국의 경제성장으로 인해 1991년부터 SMA를 체결해 주둔경비 일부를 지원받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이같은 전례를 이번 협상의 근거로 활용했다. 한국은 부유한 나라(경제 성장)이기 때문에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내야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간 정부는 방위비 분담금의 90% 이상이 우리나라의 장비, 용역, 건설 수요와 한국인 근로자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쓰임은 물론 국내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한다라고 주장했다. 예비역 장성 모임인 성우회와 재향군인회도 이같은 주장을 줄곧 해왔다.

그러나 국방부가 발간한 2018 국방백서를 보면 2018년도 방위비 분담금 중 46%인 4442억 원이 막사·환경시설 등 주한미군 시설 건축에 쓰였다. 또 15%인 1450억 원은 주한미군 탄약 저장, 항공기 정비, 철도·차량 수송에 소요됐다.

온전히 한국 몫으로 돌아가는 돈은 39%(3710억 원)를 차지하는 주한미군의 한국인 고용원 임금 정도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그간의 정부의 주장이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한·미간 첫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은 1991년부터 시작됐고, 제1차 협정에서 분담금은 1억5000만 달러로 타결됐다.
 

[그래픽=김정래 기자]


시기별 인상률은 △제2차(1994년) 18.2% △제3차(1996년) 10% △제4차(1999년) 8.0% △제5차(2002년) 25.7% △제6차(2005년) -8.9% △제7차(2007년) 6.6% △제8차(2009년) 2.5% △제9차(2014년) 5.8% △제10차(2019년) 8.2%였다. 주한미군 감축으로 8.9% 삭감된 2005년 제6차 협정을 제외하고는 모두 증가했다.

◆미군 철수는 'NO', 군무월 월급은 'YES'

이날 미국은 연말 협상 시한을 넘길 경우 주한미군 소속 한국인 군무원의 월급을 지급할 수 없다는 문제를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한국인 군무원 전체 월급의 25%를 분담(75%는 한국이 부담)하고 있는데 1분기가 끝난 내년 4월에는 군무원이 무기한 무급휴직에 들어가야 한다는 점을 협상 지렛대로 삼아 압박했다.

1991년부터 지속된 SMA는 지난 2월 10차 협정을 맺었다. 당시 한국 몫의 분담금은 1조 389억 원으로 정해져 협정 사상 처음으로 1조 원을 넘겼다. 미국은 이후 미국 군무원·가족 지원비용, 미군 순환배치 비용 등을 요구하며 50억 달러(5조8455억 원)를 부른 것으로 전해진다. 10차 협정 분담금의 5.6배(인상률 462%)에 달한다. 한국 정부는 10차 협상 때의 분담금 인상률인 8% 정도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미국 측은 새로운 항목 신설 등을 통해 방위비분담금이 대폭 증액되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우리 측은 지난 28년간 한·미가 합의해 온 SMA(한·미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 틀 내에서 상호 수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고 설명했다.

 

[그래픽=김정래 기자]


결국, 한국 측이 △인건비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 외에 추가 신설 범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SMA 결렬로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일본과 독일 사례를 대비했을 때 합당한 주장이다. 

일본은 특별협정에 따라 일본인 근로자의 인건비와 주일미군이 사용하는 수도·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훈련장 이전비 등을 부담하고 제공 시설정비비, 기지주변 민원해결을 위한 시설건설 및 정비, 민유지 및 사유지 임대료 등을 부담하고 있다. 물론, 2012년 일본의 주일미군 분담금은 약 2조 7115원으로 한국의 3배가 넘는다. 미국은 향후 주일미군 분담금을 4배 가량 인상할 것을 요구하구 있다. 그러나 방위비 분담금 세부 항목과 GDP 대비 방위비 분담금 비중을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가장 최근인 2014년 국회 예산정책처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9200억원 (2014년 기준)의 GDP 비중은 0.066%로, 일본 0.064%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역시 같은 기간 6000억 원으로 GDP의 0.016%에 그쳐 한국 대비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일본에 전년 대비 4배 가량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두고 봐야할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측은 동맹국인 한국을 향해 무리한 요구를 한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협상 결렬의 책임마저 한국에 돌렸다. 제임스 드하트 미국 방위비분담금 협상 대표는 "한국의 제안이 우리 요청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한국이 준비가 됐을 때 협상이 재개될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한미 양국 협상 대표가 별도 브리핑을 통해 상대방 제안을 비난하는 상황까지 발생해서 협상 전망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다음 회의 날짜는 이날 논의되지 않았다.

한편, 과거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과정에서 양국이 가장 심하게 충돌한 것은 2005년 협상으로 알려졌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분담금을 올리지 말고, 오히려 깎으라는 지시가 있었고, 이에 따라 방위비 협상 대표단은 미국과 격렬한 협상을 벌인 끝에 분담금을 2년 동안 올리지 않고 동결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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