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혜 부총리에게 교육부 소속 학부모 전수조사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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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수 부국장
입력 2019-11-19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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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학년 대학 수학능력평가(수능)가 끝났다. 올해는 다행히(?) 문제가 그리 어렵지 않았단다. 지난해 홍역을 치른 반작용이다. 입시생들은 며칠간의 짧은 해방을 만끽하고 다시 논술과 면접 준비에 바쁘다. 입시 때마다 입시제도에 관한 다양한 의견이 쏟아진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생각해 봐도 똑 떨어지는 정답이 없다.

올해는 더하다. 깨끗해 보였던, 운동권 출신 서울대 교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불쏘시개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시 확대'라는 소화기를 직접 들고 나섰다. 이젠 전 국민이 수시와 정시, 학생부종합전형(학종)과 같은 말을 상식으로 알아야 하는 단어가 됐다. 조국 사태를 보면서 많은 부모가 자책하고 있다는 보도는 이 나라 학부모들의 상실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입시제도에 관한 의견은 불씨만 튀면 활활 타오르는 마른 장작 같다. 자식을 둔 부모라면 모두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사안이어서 그렇다. 이해관계가 복잡할 수밖에 없다. 부모로선 자식 공부를 어떻게 지원해야 할지 늘 걱정이다. 좀 더 시키면 더 잘할 것 같고, 부족하면 그래서 또 어떻게 해야 할까 걱정인 게 부모 마음이다. 입시제도와 정책이 고차함수인 이유다.

#. 자고로 '선생님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고 했던가?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주변의 모습이 변하고, 사람의 생각이 달라지듯, 스승과 선생님이라는 존재에 대한 이상형도 바뀐다. 요즘 아이들의 선생님은 유튜브가 아닐까 생각한다. 인기 유튜버를 닮고 싶고, 그래서 유튜버가 되길 원한다는 아이들이다. 존경의 대상은 유튜버뿐이다.

최근 몇 년간 자식을 대학에 보낸 부모들은 대체로 한 학급이 60명을 넘는 시절에 중·고등학교를 다녔다. 지금은 25~30명이다. 선생당 학생 비율은 선진적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왜 선생님을 향한 존경의 마음은 그 전보다  줄었을까?

겉모습만 바뀌었을 뿐 내용이 바뀌지 않아서다. 아이들이 줄어 선생님이 더 세심하게 학생을 관찰하고 지도해줄 것이라는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유교적 권위주의와 형식적 행정으로 뒤범벅된 채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때만 되면 돌팔매를 맞는 신세는 당연해 보인다.

#. 전 세계적으로 유대인 교육시스템을 주목하는 이유는 그들이 성과를 내서다. 전 세계 부호 순위, 노벨상 수상자, 영향력 있는 인물 순위에서 유대인은 많은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교육시스템의 우월성을 증명한다. 묻고 토론하는 그들의 수업 형태가 다양성을 인정하는 첫걸음이다. 그 다양성에서 창의성을 끌어내고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우리도 문제 풀이식 수업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로 이를 인정한다. 그러면서도 수능 때만 되면 약방의 감초로 나오는 것이 EBS 연계율이다. 상급 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중요한 수능에서 학교는 없고, 역시 문제 풀이인 EBS 교재와 방송을 보면 성적을 낼 수 있다고 강변한다. 그러니 현재의 학교는 다양성 확보는커녕 문제 풀이도 못 하는 정체불명의 집단인 셈이다.

학부모들이 조국 사태를 보며 분노하고 자괴감을 느끼는 이유가 이런 것이 아닐까? 아이가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해도 선생님은 주민센터 공무원 같은 얘기만 한다. 학교 폭력 가해자에겐 징계만이 능사가 아니라며 어쭙잖은 참교육만 들먹인다. 이런 모습은 행정 편의주의와 힘센 사람들의 입맛이 어우러져 나온다는 걸 동네 아주머니도 다 아는데 말이다.

#. 교육 당국자들은 맘카페들이 사교육을 조장한다고 예민하게 반응하지만, 한 번이라도 그곳에서 그들이 무엇에 분노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귀를 열고 들어볼 것을 권한다. 교육부 공무원 중에도 학부모들은 많을 터이니 전수조사부터 해보길 정중히 권한다. 교육부 공무원으로서 무슨 마음으로 자식을 강남 학원에 보냈고, 왜 자사고·외고에 보냈는지부터 알아보길 바란다.

인생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말은 분명한 참이다. 그러나 내 아이의 상황을 학원 선생에게서 더 자세히 들을 수 있다면, 그것이 학원비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것을 문제 풀이 기계를 만들기 위한 극성 부모들의 행태로만 비난할 수 있을까? 세금은 꼬박꼬박 내는데, 이 정도도 해주지 않는 공교육과 교육 서비스에 관한 문제를 교육 당국과 선출직 교육청장들은 냉철히 돌아봐야 한다.

인류의 역사를 보면 다양성이 경쟁력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진화의 과정이 그렇고, 유대인 교육시스템이 이를 말해준다. 다양성의 확보는 여러 특징과 강점을 살려낼 기회가 많다는 것과 맞닿아 있다. 그렇게 기회를 다양화하려면 획일적인 줄세우기식 정시 비중 확대만이 답이 아니라는 것도 인정할 수 있다.

조국 사태로 수시가 거부당했으니 정시를 늘려야겠다는 발상이야말로 문제 풀이식 교육의 병폐다. 1번이 아니니 2번이 답이라는 식이다. 교육부는 어떤 대안도 내놓지 못한 채 대통령 발언의 꽁무니만 좇고 있으니 어처구니없다. 이미 대통령이 직접 '수시 확대'를 언급할 때까지 어떤 언질이나 상의도 없었다니, 유은혜 교육 부총리는 이미 배제된 것이나 다름없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머리카락을 넘기고 있다. 2019.11.15 kjhpre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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