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M+ 레볼루션] 애증이 엇갈리는 586…"경제적 과실만 따먹고 불평등 외면"

윤은숙 기자입력 : 2019-11-15 08:55
20~40대가 바라보는 586세대의 평가 속엔 존경과 원망 뒤섞여 "정치적 민주화 공로 인정하지만…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해 실망" 586세대는 '꼰대 아닌척 하는 꼰대' "본인들 아집 내세우기 보단 젊은 세대 경제적 불안 공감해주길"

20~40대 'M+'가 말하는 586세대는 사랑과 존경, 미움과 증오 비판이 교차했다. 애증이 엇갈린다는 표현이 어울렸다. 삼촌, 이모·고모뻘 혹은 부모를 바라보는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듯했다.

1990년대 중후반부터 한국 주류사회에 진입하기 시작한 586세대는 인구 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을 뿐만아니라 80~90년대초 군부독재정권이 민주정부로 바뀌는 정치적 격랑기를 이끌어 온 세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제 50대로 접어든 이들은 명실상부한 우리사회의 기득권으로 분류된다.

이들을 바라보는 '586 이후 세대'의 시선을 아주경제 기획취재부가 취재했다. 20대부터 40대중반까지 총46명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였다. 서울에 거주하는 이들은 거주 지역명을 따로 명기하지 않았다. 
 
◇한국 정치민주화 기여는 인정···"젊은 세대의 경제 불안엔 무심"

방송업계 종사자 박아무개(31)씨에게 586세대는 애증의 대상이다. 민주화를 부르짖으며 투쟁으로 점철된 대학 시절을 보냈다는 점에서 부채 의식도 있고 고맙다는 생각도 들지만, 현재의 경제적 불평등을 만들어낸 세대라는 점에서 원망 섞인 감정도 버리기 힘들기 때문이다. 

박씨는 "(586세대는) 기존체제에 대해 비판적이었지만 결국 경제성장의 열매는 독식한 세대라고 본다"면서 "대학 졸업 뒤 많은 이들이 재벌기업에 취직했으며, 이후 노조를 만들고 자신들의 기득권만 공고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인터뷰에 응한 대부분의 M+세대가 586세대를 바라보는 시각은 큰 틀에서 박씨의 평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586세대가 정치적으로는 힘든 시기를 견뎌내고 민주화에 기여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현재에 비해서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취업의 기회를 가졌었으며, 부동산 투자로 큰 부를 축척하는 등 경제적 혜택을 받은 세대라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기득권을 틀어쥐고만 있으며, 젊은 세대의 취업난과 경제적 궁핍을 개인적 문제로만 치부해버리거나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회사원 안철환(30)씨는 "흔히들 (586세대가) 많은 혜택을 누렸다곤 하지만 경제개발 시기와 민주화운동 등 갖은 고난을 넘어온 것도 사실이며, 그만큼 풍부한 경험과 연륜, 시대를 읽는 눈이 뛰어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안씨 역시 "586세대  정년이 늦어지면서 젊은층의 취업난도 점점 심화되고 있다고 본다"면서 "취업이 돼도 올라갈 자리와 기회가 잘 보이지 않아 힘을 내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온라인 콘텐츠업계 종사자 이아무개(30)씨는 "고마운 마음도 크지만, 한편으로는 젊은 세대를 위해 길을 터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며 "정치인들이 집값을 잡지 못하는 것은 현재 가장 많은 표를 쥐고 있는 586세대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최아무개(27)씨 역시 "586세대가 권위주의 정권 시대를 끝낸 공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면서 "그들의 노력은 2010년대의 촛불혁명이 만들어질 수 있는 기반이 됐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기성세대가 되어버린 586세대가 이전 세대처럼 기득권을 잡고는 쉽게 내려놓지 않으려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학생과 취업준비생들은 586세대가 주장하는 '노오력론'에 대한 불만이 높았다. 취업준비생인 류대성(26)씨는 "IMF 위기를 이겨내고 사회를 발전시킨 점은 대단하지만 자신들의 노력을 과하게 미화시키는 경향도 있다"면서 "현재 사회는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 것들이 있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에게 노력만을 강조, 강요하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학생인 김상호(29)씨는 "이들은 취업도 쉽게 할 수 있었고, 부동산 투자만으로도 큰돈을 벌 수 있었던 시대적 혜택을 받은 이들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패션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강아무개(32)씨는 "586세대는 젊은이들의 취업의 어려움은 공감하지 못한 채 자기 세대의 우월주의에 빠져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꼰대가 아니라지만···본인 말만 맞다는 강요 많아" 

직장인 천희진(29)씨는 586세대가 꼰대가 아닌 척 하는 꼰대라고 비판했다. 천씨는 "깨어있는 척하려 하지만, 사실상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는 꼰대 집단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사회에 일이 생기면 목소리는 내려고 하지만 결국 지난 사고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에서 꼰대라고 본다"고 말했다. 

대학생 양아무개(30)씨는 "정치문제에 관심이 많고 참여도 또한 높은 편이지만, 자기들만의 정의에 취해있는 것 같다"면서 "자기들 세대에서 만들어 놓은 각종 사회문제들은 해결하지 못한 채 현세대에 떠넘기고 요즘 애들 근성 없다는 비판만 난무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경기도 의정부의 한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홍아무개(29)씨 역시 586세대를 '꼰대'로 규정한다. 홍씨는 "어떤 문제가 발생하거나 했을 때 자기 말이 무조건 맞다고 생각하며 다 안다고 말한다"면서 "그래서인지 자기를 인정해주고 뭐든 챙겨주기를 바라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홍씨의 말처럼 본인의 생각을 잘 굽히지 않는다는 지적은 여러차례 나왔다.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이아무개(29)씨는 "모든 문제에 대해 너무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서 "윗세대의 경험 중에 도움이 되는 것도 있겠지만 굳이 조언을 구하고 싶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전북 익산시에 거주하는 박아무개(31)씨 역시 586세대는 참견하기를 좋아하는 세대라고 지적했다. 박씨는 "새로운 분야에 대해서도 과거 경험을 기반으로 해서 언제나 참견을 하고 조언을 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대학생 김아무개(23)씨 역시 "586세대는 민주화를 이끌기는 했지만, 이후 사회에 대한 비전이 부족했다고 본다"면서 "최근 50대의 정치인들의 논란이 보여주듯이 사회적 구조를 바꾸는 데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개인의 윤리의식과 잘못된 관습과 문화를 끊어내는데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비교적 586세대와 가까운 세대인 40대는 586세대에 대한 평가가 다소 달랐다. 더 날카롭고 비판적이었다. 이들 중 일부는 대학 재학 당시 이른바 386세대 중 일부와 함께 대학을 다니기도 했다. 부산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김아무개(45)씨는 "선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사회에 나가면 모두 변하는 것인가 하는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면서 "585세대의 위선을 보면서도 나도 저렇게 살지 않으면 도태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경기도 김포시에 거주하는 강아무개(42)씨는 "586세대는 기성세대의 모습 그대로를 답습하며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으로만 그러한 현실을 부정하는 아이러니에 빠진 듯하다"고 지적했다. 

◇일상적 민주주의에 무감···"과거 비뚤어진 성문화에 젊은 남성 욕먹어" 

586세대가 정치적 민주주의라는 거대 담론은 이끌어왔지만, 성차별 등 일상적 민주주의에 대한 감수성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방송계에서 일하고 있는 정아무개(30)씨는 "정치적 민주화를 이루는 데는 기여했지만, 성차별 문제 등 일상적 인권의 문제에 대한 감수성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정씨는"좌파 지식인과 정치인으로 분류되는 남성들 중 상당수가 젠더 이슈에는 터무니없이 무지한 감각을 드러내고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비판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진실(30)씨는 "586세대는 성차별 문제에 관심이 없고 여성 문제에 대해서는 괜히 분란을 일으키는 일이라고만 생각한다"며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경상남도 거제에 거주하는 김아무개(30)씨는 "페미니즘 문제가 부각된 것은 윗세대, 소위 부장급 세대의 올바르지 못한 성문화 때문에 비롯된거라고 생각한다. 접대문화나 성추행같은 문제를 많이 일으켰던 세대가 아닌가"라고 불만을 표했다. 김씨는 "윗세대들의 성차별적 관습으로 인한 불똥들이 2030세대들에 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르는 척 외면하고 있는 것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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