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586 아웃!…산업화-민주화세대 수고했다

이상국 논설실장입력 : 2019-11-14 18:16
[총론] ‘586아웃論’과 M+세대 깃발론

[사진=최우석 기자]



산업화-민주화세대 수고했다, 이젠 선진화세대다
[총론] ‘586퇴진論’과 M+세대 깃발론


위기로 보일 수도 있고 기회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세대는 아직 도래하지 않았고 낡은 세대는 여전히 퇴장하지 않은 채 머뭇거리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상당히 오래갈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임계치(臨界値)를 말하는 사람들은 이 기간이 가장 급격한 변화를 앞둔 시점이라고 지적하기도 하죠. 아주경제가 창간 12년을 맞은 지금, 글로벌 환경과 국내의 여러 상황들 그리고 언론 환경과 신문사 내부 상황까지, 모두 큰 변화의 지점으로 바짝 다가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유연한 생각과 미래지향적인 관점으로 빠른 발전을 이뤄온, 젊은 언론 아주경제는 2019년 바로 지금 아주 중요한 국가적 제안을 하고자 합니다. 현재 우리가 봉착한 ‘세대적 모순’을 보다 과학적이고 적극적인 방식으로 인식하고, 시대가 요청하는 세대 레볼루션을 통해 대한민국이 중대한 상승의 한 걸음을 떼야 한다는 메시지입니다. 이것은 추상적인 구호가 아니라, 아주 현실적이고 절박한 실행을 담아야 하는 것이기에 우리 사회가 귀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사안입니다.

# 조국사태로 떠오른 ‘586퇴진론’

조국의 법무장관 임명과 관련한 검증과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내밀한 비위(非違)는 정의와 공정을 표방하던 한 개인의 언행 불일치나 뿌리 깊은 가식이었기에 국민적인 충격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이 사태가 조국 전 장관이 속한 세대 전반의 문제를 들여다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은 오히려 다행일 수도 있습니다. 조국세대를 586세대(50대, 80년대 학번, 60년대생)라 부르죠. 그는 1965년생으로 서울대 82학번이며 올해 54세입니다. 조국사태로 “모든 세대는 공정하다. 하지만 어떤 세대는 더 공정하다”는 조지 오웰 소설 ‘동물농장’ 명구절의 패러디가 생겨났습니다. 그 ‘어떤 세대’가 바로 586일 것입니다.

세대 논쟁에 불을 붙인 것은 올 8월에 출간한 이철승 교수(서강대 사회학과)의 ‘불평등의 세대’(문학과지성사)란 책도 한몫했습니다. 이 책은 그가 쓴 논문인 ‘세대, 계급, 위계-386세대의 집권과 불평등의 확대’를 보완하고 현실적 문제들을 추가해 내놓은 세대론 저술입니다. 586세대는 일찍이 20년 전에 386세대(그들이 사회 주역으로 등장하던 30대 시절에 붙여진 명칭)로 주목을 받았기에, 책은 그들을 386세대라고 부르고 있습니다(그러나 여기서는 586으로 통일하고자 합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50대는 국가를 주도하는 세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 기업에서 이사진의 대다수는 50대입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이사진의 경우 50대가 60% 정도의 비중을 꾸준히 차지해 왔습니다. 그런데 1960년생이 50대가 되던 2010년부터 놀랍게도 50대의 이사진 비중이 빠르게 늘어납니다. 2010년대 후반을 조사해보니 그 비중이 72%로 늘어나 있었습니다. 즉, 586이 한국 기업의 이사 자리를 이전보다 훨씬 많이 꿰차게 된 거죠. 정치적으로는 더욱 뚜렷합니다. 2012년 총선에서 586세대는 전체 당선자의 33.3%였고, 2016년 총선에는 44%에 이르렀습니다.

이 같은 비중은 베이비붐 세대(1955년에서 1964년까지 태어난 900만명)의 일부가 포함되어 있기에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철승 교수의 문제의식은 좀 더 날렵합니다. 586이 경제와 정치 쪽에서 ‘독과점’을 이룰 수 있었던 건 독재정권과 빈곤에 맞서 직접 스스로를 조직해 싸워나가면서 어떤 ‘세대적인 체력’이 생겨났기 때문이라는 거죠. 그 체력의 첫째는 맹렬한 능동성이며, 둘째는 20대에 민주화 운동을 벌이며 만들어놓은 조직 자산입니다. 연대의 경험을 공유한 조직 자산은 이후에 그들만의 네트워크라는 강력한 힘이 되었죠.

산업화 이후에 이뤄진 민주화는 그들에게 중요한 기회를 주었습니다. 산업화 세대가 구축해온 국가와 기업 간의 유착관계가 해체되면서 그들이 틈입할 기회를 만든 겁니다. 1997년 IMF 외환위기는 산업화 세대를 일시에 퇴장시키면서 그 아래에 포진하고 있던 586들이 자연스럽게 부상합니다. 위쪽의 인적 쇄신과 아래쪽의 구조조정 사이에서 586은 핵심 정규직으로 세력을 다지는 찬스를 맞았죠. 이들은 200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기업과 정당의 수뇌부로 자리를 잡습니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586은 정치권의 ‘40대 기수론’을 만들어내기 시작합니다. 노무현 정부는 이들을 정치적 토대로 삼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586 전성시대를 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조국 사태는 586세대의 장기패권론에 주목하게 했습니다. 1980년대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던 그들이 민주화 이후 빠르게 기득권에 진입해 다른 세대를 착취하며 군림하기 시작했다는 주장입니다. 조국은 이번 법무부장관 검증 과정에서 지위(서울대 교수)와 인맥·지연·학연을 자녀 입시에 적극 활용한 혐의를 받았고, 이 지점에서 586 기득권의 실상에 대해 추궁하는 목소리들이 터져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운동권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핵심 내부자 그룹을 구성하고 선출직과 임명직을 독식하는 이른바 세대 독점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것이 이철승 교수의 문제의식이기도 합니다. 청년층들은 586이 청년 때는 분배와 정의를 외쳤으면서 이제 와서는 기득권을 쥐고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놓습니다. 조국 사태 이후 뚜렷해진 풍경이죠. 586이 기득권이 되면서 사회 전반에서 ‘젊은 피’의 수혈을 막아 사회활력과 경제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과도 궤를 같이하는 얘기입니다.

# 586퇴진론의 진원지와 국민여론

총선을 의식한 정치권이 앞다퉈 세대교체를 외치면서, “이제 더 이상 586에게만 나라를 맡겨놓을 수는 없다”는 인식이 생겨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제까지 훨씬 덜 주목받았던 그 아래 세대에 대한 관심이 생겨나고 있기도 합니다. 586 퇴진론에는 몇 가지 함정이 있습니다. 조국 사태의 반사이익을 키우고자 하는 정파적 논리에 말려드는 것일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즉, 조국과 586을 동일시하는 것이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일 수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베이비붐 세대로 국가적 활력을 만들어왔으며 젊은 시절 위험과 고통을 감수하며 민주화를 일군 세대를, 오직 그 숫자의 규모나 일단의 폐해를 이유로 서둘러 밀어내는 것은 사회적으로 봐서도 위험한 생각일 수 있다는 겁니다. 특히 운동권 정권으로까지 불리는 문재인 정부의 주축세력을 흠집내려는 야권에서 마치 586세대 전체를 ‘운동권’인 것처럼 매도하면서 과장스런 세대교체론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비판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진짜 586’에 대한 논의까지 일어났습니다. 586 중에서도 1987년 민주화 항쟁 이후에 대학을 간 88과 89학번은 586의 찬밥이라는 주장이 있죠. 이들은 ‘586 끝물’이라 불리면서, 정치계에서는 ‘잘 풀리면 구청장, 못 풀리면 보좌관’의 한계를 지닌 불우한 세대들이라고 하죠. 586의 주류가 ‘87학번 이상에 인서울 대학’이라는 기준은 여의도 정계에서는 정설로 되어 있다고 합니다.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6월항쟁, 직선제 개헌 때 시위에 참여했느냐가 ‘운동권 이력서’의 핵심이라는 겁니다. 이런 견해들은 이 정권의 ‘운동권 세력’ 역학을 들여다보게 하며 그들의 특권의식도 짚어보게 합니다.

과연 집권주체인 586들이 2019년 이후 대한민국을 제대로 이끌어갈 수 있느냐의 질문은 단순한 세대론만으로 등장한 것은 아닙니다. 그들이 2년반 동안 보여준 성과들은 586세력의 국정 능력을 의심케 할 만한 것이었습니다. 소득주도 성장은 성장률 급락과 경제의 침체를 불렀으며 좋은 일자리가 사라지는 고용참사를 낳았다는 지적이 있고, 탈원전 정책은 세계가 부러워하던 한국 원전산업을 고사시키는 결과를 낳기도 했죠. 집값을 잡는 정책은 평당 1억 시대를 만들고 말았습니다. 거기에 외교와 대북정책은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일본과의 냉골, 미국과의 갈등, 거기에 중국과 러시아 전투기가 우리 방공식별 구역을 휘젓는 상황 또한 심각하지만, 끝없는 우호적 제스처에도 조롱과 비웃음이 돌아오고 미사일 발사 도발이 끊이지 않는 대북관계도 이 정부의 평화 정책에 회의를 갖게 만들고 있습니다. 여기에 조국사태로 더욱 골이 깊어진 진영갈등과 여야 불협화음의 증폭 또한 큰 문제가 되어갑니다. 이제 반환점을 돈 문재인 정부가 과연 이런 총체적 국난을 수습하고 만회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죠. 그 기저에 586의 완고하고 독선적인 판단과 가치 체계가 깔려 있다는 인식이 세대교체론을 부르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나 586퇴진론은 분명히 세대 전체의 관점에서 보여지는 불공정의 측면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며, 여권뿐 아니라 야권 내부의 구태의연한 정치와 관행을 생산하는 50대 주축세력을 겨냥하고 있기도 하기에, 문재인 정부를 흔들기 위한 주장으로만 읽어내는 것은 편협할 수 있습니다. “586세대가 1980년대에 젊음을 민주화에 바치는 희생을 통해 오늘의 자리에 올랐다면, 이제는 후배세대들에게도 공정한 사회를 물려주기 위한 두 번째 희생을 고려할 때”라는 이철승 교수의 말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 586 세대교체는 시대적 요구이다

“그들은 꼭 밤의 도둑같이 올 것이다.” ‘사장의 세계’ 저자 최송목은 한국 사회에서 이뤄질 세대교체를 이같이 극적인 예언으로 표현했습니다. '그들'이라고 표현한 대상은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중반에 태어난 Z세대를 말합니다. Z세대는 20세기 마지막 세대를 의미하며 현재 전체 인구수 대비 21.7%를 차지하며 그 절반이 이미 성인으로 사회에 진출했다고 합니다. 이들은 디지털 신기술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스마트폰-탭-랩톱-데스크톱 등 평균 4개 화면을 넘나드는 ‘화면세대’이며 디지털 원주민으로 불립니다. 1020세대와 겹치는 이 세대는 밀레니얼 세대 바로 아래 세대입니다. 이들은 탈권위적이며, 성과 중심주의로 확실한 보상을 추구하고, 부모세대가 금융위기로 경제난을 겪는 상황을 지켜보며 자라났기에 안정성과 실용성을 추구하는 세대입니다. 또 혼밥, 개인맞춤 서비스와 같은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합니다. 이들은 하루 6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즐기며 유튜브, 인스타그램, 스냅챗 등 이미지 소통을 하는 인플루언서 세대입니다. 최송목은 이들이 조만간 사회를 이끄는 ‘미래권력’이라고 주장합니다.

최진석 교수(사단법인 ‘새말새몸짓’ 설립자·철학자)는 선진화 세대교체론을 폅니다. “건국세력은 산업화세력에 의해 도태되고, 산업화세력은 민주화세력에 의해 도태되면서 국가의 선한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진화한다. 지금 우리에겐 민주화세력을 도태시킬 새로운 세력이 형성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현재 민주화세력이 시도해온 적폐청산은 국가발전의 새로운 어젠다를 등장시키면서 하는 적폐청산이 아니라, 수평적 레벨에서 하는 정치투쟁적 성격이 강하다. 이것은 사람 청산이나 정치 청산으로 귀결되고 만다.” 이 말은 민주화 세대가 새로운 수준의 국가 재창조를 이뤄내는 데 실패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는 중진국의 최상위 레벨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제 선진국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그곳으로 인도할 만한 비전과 역량을 민주화 세대가 가지고 있지 않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선도력을 가진 높이로 이끌어갈 새로운 세대가 필요하며, 그 세대의 특징은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습니다. 집단적 사고에서 벗어난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사고를 하는 세대이며, 디지털 문화를 기반으로 창의성을 발휘하고 글로벌한 무대에서 자유로움을 구가할 수 있는 세대입니다. 이 세대는 우리 사회를 한 단계 상승시킬 ‘선진화 세대’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586 이후를 진단하는 예측들은 다양하지만, 새로운 세대의 도래가 불가피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동의합니다. 그들은 몇 가지의 세대교체 불가피론을 폅니다.

첫째는 인터넷 아비투스(몸에 밴 습관)를 지닌 세대가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관청이나 회사, 공동체와 개인에 이르기까지 모두 네트워크에 연결된 세상에서 새로운 시대정신과 새로운 상상과 행동을 하는 디지털세대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관측입니다.

둘째는 역사적인 관점에서 산업화세대와 민주화세대의 모순과 적폐를 극복할 새로운 세대가 생겨날 수 있는 토양과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국가역량의 축적으로 닦아놓은 선진화 기반은 새로운 세대의 역할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 기존 세대들이 보여준 행태로는 더 이상 리더 역할을 하기 어려울 만큼 국민들의 경험치와 눈높이가 높아져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박근혜 탄핵 퇴출의 촛불경험을 한 민의정치는 권력의 아집과 독선을 직접 심판하는 단호한 결집을 이끌어 냈습니다. 최근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서 한 총선 관련 여론조사는 응답자 80% 이상이 세대교체를 원한다는 민성(民聲)을 전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세대를 요구하는 여론은 여야를 막론하고 지금 대대적인 물갈이를 불가피하게 하고 있죠.

# ‘M+세대’는...

아주경제는 창간대기획으로 ‘대한민국 제3세대, M+세대 레볼루션’을 내놓습니다. 산업화와 민주화 세대에 이어, 디지털 문명을 주도하며 글로벌을 무대로 활약하는 새로운 세대인 ‘M+세대’를 주목합니다. M+세대는 2030세대(1990년대와 1980년대생)와 40대(1970년대생)를 아우릅니다. M세대는 밀레니얼세대와 모바일세대, 마이셀프세대를 가리키는 말로 2030에 해당합니다. 여기에 586의 활약에 치이며 그늘세대를 형성해온 이른바 497세대(40대, 90년대 학번, 70년대생)로도 불리는 40대들이 포함됩니다.

이들은 경제위기 속에서 자라났고 디지털 혁신을 가장 깊숙하게 겪었으며 일자리의 고통과 씨름해온 이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들은 개인주의적이지만 특권의식이 없으며, 글로벌화 환경에 자연스럽게 적응하는 세대이기도 합니다. 이들의 가장 핵심적인 측면은 산업화와 민주화의 과정 속에서 단련된 ‘진영논리’에서 비교적 자유로우며, 삶의 안정을 중요시하면서도 상대를 배려하는 세대입니다. 이 세대를 집중탐구함으로써 우리의 ‘미래 대전환기’를 미리 살펴보고자 합니다. M+의 대한민국이 지금 어둠을 뚫고 달려오고 있습니다.

                               이상국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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