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첨단산업 쥐락펴락...중국發 희토류 전쟁 터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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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지 기자
입력 2019-11-14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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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그동안 수출제한 전략...이번엔 공급확대

  • 경쟁업체 고사시켜 독점 강화 땐 美 타격

  • 美, 中의존도 낮추려 호주 등 수입선 다변화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

1992년 ‘개혁·개방 총설계사’ 덩샤오핑(鄧小平)이 개혁·개방을 강조하기 위해 광둥성을 찾았던 남순강화(南巡講話) 때 한 말이다. 희토류가 명실상부한 중국의 전략적 자원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희토류는 스칸듐, 이트륨과 란탄계열 원소 15개 등 17개 원소를 말한다. 반도체, LED(발광다이오드), 스마트폰, 전기·하이브리드 자동차 등 첨단제품 생산에 꼭 필요한 원료다. '4차 산업혁명의 쌀'로 불리는 이유다.

희토류는 '희귀하다'는 의미의 이름과 달리 매장량이 풍부하다. 다만 다른 원소와 합쳐져 있기 때문에 추출하기가 어렵다. 추출 과정에서 환경오염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중국 이외 지역에서는 생산 규모가 크지 않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95%를 차지한다. 사실상 지구상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희토류가 중국을 거친다고 봐도 무방하다.

지난해 미국이 중국에 대한 추가관세 부과로 시작된 무역갈등이 최근 1단계 합의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낙관론이 부상했지만 1단계 합의를 위한 '단계적·동시적' 관세철회 여부를 놓고 힘겨루기가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동안 잠잠했던 중국의 보복 가능성이 다시 대두됐다. 중국의 대표적인 보복카드로 거론돼온 게 바로 희토류다. 중국이 무역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최근 희토류 생산에 박차를 가하는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희토류 보복카드'를 공식화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래픽=아주경제]

◆中, 희토류 수출 제한 아닌 희토류 공급량 확대...美 '고사' 전략?

블룸버그는 지난 11일 중국 공업신식화부와 자연자원부 자료를 인용해 중국의 올해 희토류 생산량이 13만2000t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12만t)보다 10%가량 많은 것이자,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14년 이후 최대치가 된다. 올 하반기 희토류 채굴량과 제련량은 각각 7만2000t, 6만9500t으로 예상된다.

이는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제한할 것이라는 예상과 다른 행보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관세 부과에 맞서 '희토류 수출 제한 카드'를 사용할 가능성을 시사한 적은 있지만 구체적 실행 의지를 밝히는 데는 신중한 입장을 표명해왔다. 

이와 관련해 국영 컨설팅업체 베이징 안타이커정보개발기관의 장루이 애널리스트는 "중국이 희토류 생산량을 늘리는 건 자체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중국의 관련 기업들이 수요 증가에 따라 생산량 증대를 허용해달라는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또한 그는 중국 당국이 중시하는 신에너지 자동차의 모터와 배터리에 희토류가 필요하기 때문에 수급 조절을 위해 공급량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 업체들을 시장에서 내쫓기 위해 희토류 공급량을 무서운 기세로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급을 확대하면 세계적으로 수급이 완화해 가격하락 압력이 커져 희토류를 자급자족하겠다는 미국의 성장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자원시장 조사업체 로스킬의 데이비드 메리먼 애널리스트는 "중국이 희토류 생산량을 늘리면 관련 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미국 민간기업이 추진하는 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5월 장시성 진리(金力) 희토류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연합뉴스]

◆美, 中 의존도 낮추기 위해 희토류 수입선 다변화 주력

미국은 중국과 기술 패권을 다투고 있지만, 정작 희토류의 정제나 가공 기술 면에서는 중국에 뒤처진다. 한때는 세계 최대 생산국이었지만 환경문제와 가격 파동으로 자국 내 개발 및 생산에 어려움을 겪어 중국 등 다른 국가로부터 수입해왔다. ​특히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이 생산한 희토류는 약 12만t으로 전 세계 생산량의 71%를 차지했다. 미국과 호주가 중국의 3분의 1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뒤를 이었다. 미국은 최근 수입량의 5분의 4를 중국에 의지한 채 수입량을 대거 늘려 왔다. 지난해에만 17%가량 늘었다.

이런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5월 장시성 간저우에 있는 희토류 생산업체 진리영구자석과학기술을 시찰하며 희토류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미·중 무역협상이 결렬되자 세계 희토류 시장에서의 지배적 지위를 활용, 무역전쟁에서 희토류 공급을 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을 작심하고 내비친 것이다.

이후 미국은 대비 태세를 본격화했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지난 6월부터 희토류 수입선 다변화에 주력하고 있다. 캐나다와 호주 등 국가와 희토류 광물 공급을 지키기 위한 안보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를 인수하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그린란드는 경제적으로는 중국을, 군사적으로는 러시아를 견제할 수 있다. 게다가 그린란드에는 막대한 양의 희토류가 매장돼 있어 중국의 대미 희토류 수출 중단에 대응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희토류. [사진=지구과학산책 제공]

◆중국 희토류 공급 확대, 글로벌 기업에도 직격탄?

중국 경제일간지 매일경제신문(每日經濟新聞)은 중국이 희토류를 미·중 무역전쟁에서 무기화하면서 수출 제한 가능성을 시사하자 글로벌 희토류 관련 기업들이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번에 중국의 희토류 공급량 확대는 이들 기업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중국을 제외하고 가장 큰 생산규모를 자랑하는 호주 최대 희토류 생산업체인 라이너스는 미국 화학업체 블루라인과 손잡고 미국 텍사스에 희토류 생산·정제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라이너스는 그동안 골머리를 앓았던 말레이시아 공장 면허 갱신 문제를 해결하고, 호주 마운트 웰드 광산에서 희토류를 채굴해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정제하기도 했다.

캐나다 희토류업체 음캉고도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희토류 생산에 필요한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영국 레인보우 희토류는 아프리카 부룬디에서 희토류를 생산한다.

매일경제신문은 익명의 비철금속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이 희토류 생산·공급을 늘리면 미국은 물론, 유럽연합(EU), 호주 등 다른 국가와 관련 기업들도 희토류 개발에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이 희토류 시장을 좌우하고 있는 한 영향을 피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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