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 모빌리티의 명과 암] ① 30년 경직된 국내 운송시장에 타다發 변화 바람... 카카오도 벤치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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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용 기자
입력 2019-11-10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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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법 논란에도 불구하고 타다는 꾸준히 성장하며 국내 모빌리티(운송수단) 시장에 변화를 가져왔다. 지난 10월 서비스 1주년을 맞이한 타다의 서비스 규모는 차량 300대에서 가입자수 125만명, 운행 차량대수 1400대, 드라이버 9000명 수준으로 늘어났다. 운행지역이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으로 제한된 점을 감안하면 택시와 대등하게 겨룰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타다는 지난 30년 동안 변화없이 관성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던 택시 업계에도 경각심을 줬다. 올해 들어 택시 업계에는 택시운송가맹사업자라는 새로운 형태의 사업자와 카카오T 블루, 마카롱택시라는 신규 서비스가 등장했다. 두 업체는 택시업계의 악습인 승차거부와 사납금 없는 월급제 택시를 강조하며 기존 법인 택시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경쟁이 가져온 긍정적 효과다.
 

[사진=아주경제 그래픽팀]


10일 모빌리티 업계에 따르면, 리얼미터가 CBS의 의뢰로 타다에 대한 국민인식을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는 많은 파문을 낳았다. 설문조사에서 타다가 '공유경제 개념에 기반을 둔 혁신적인 신사업으로 육성할 가치가 있는 서비스(찬성)'라는 응답은 49.1%였고, '정당한 자격 없이 택시업계에 뛰어들어 공정경쟁을 해치는 불법적 서비스(반대)'라는 응답은 25.7%에 불과했다. 타다는 불법이라는 정부와 택시 업계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국민 두 명 중 한 명이 타다에 찬성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과 택시 업계의 주장이 국민 여론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설문조사 결과를 두고 익명을 요구한 한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택시 업계가 승차거부를 막겠다고 외치지만, 지금도 이용자들이 늦은 밤에 택시를 잡는 것은 매우 어렵다. 카카오T와 같은 호출 앱을 이용해도 응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안으로 이용할 수 있는 타다가 주목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분석하며 "택시 사업의 근거가 되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 1조에는 여객의 원활한 운송, 여객사업의 발달, 공공복리 증진이 목적이라고 적혀있다. 적어도 현재 택시 업계보다는 타다가 이에 더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내년까지 운행대수를 1만대로 늘리고 서비스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는 타다의 계획이 정부와 택시 업계의 강력한 반발로 무산되자, 유력한 차기 서비스 후보지로 꼽히던 부산시의 많은 시민이 아쉬워했다는 후문이다.

타다는 불친절이 만연한 택시 업계의 틈새 시장을 공략함으로써 급성장했다. 주로 세단으로 운행되는 택시와 달리 11인승 승합차를 채택해 인원과 물자 운송의 한계를 극복했다. 배회영업을 하면서 서비스의 모든 품질을 기사에게 맡기는 택시와 달리 앱을 통한 강제 배차(승차거부 불가), 경로와 결제액 지정(임의운행 불가)으로 전체 서비스 품질을 균등화했다. 시간과 거리에 따른 탄력요금제를 적용, 장거리를 운행하는 드라이버가 갖는 페널티(이윤하락)도 최소화했다. 주기적인 친절·안전 교육과 차량 운행에 앞서 음주 검사를 의무 실시함으로써 드라이버의 불친절과 음주운전을 막고 있다. 설령 향후 서비스가 중단되더라도 택시 업계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만으로 타다는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는 게 모빌리티 업계의 평가다.

일각에선 타다의 혁신성을 부정한다. 타다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의 틈새를 교묘히 이용한 불법 서비스이며, 그 어디에도 자율주행이나 차세대 관제와 같은 기술적 혁신은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모빌리티 업계에선 혁신이란 꼭 기술에 국한된 것이 아니며, 기존 사회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고 이용자의 편의를 향상시키는 것도 혁신이라 보고 있다.

실제로 타다는 모빌리티 업계에서 앱을 활용한 강력한 중앙 관제 시스템의 유용함을 입증했다. 카카오 모빌리티도 이를 벤치마킹해 택시 업계에 타다와 같은 강력한 중앙 관제 시스템을 도입, 택시 업계의 양대 악습인 승차거부와 사납금 제도를 없애려 하고 있다. 현재 카카오 모빌리티는 웨이고블루를 서비스하는 타고솔루션즈를 포함 택시회사 5곳을 인수하며 480대 이상의 택시 면허를 확보했다. 연말까지 600대의 택시 면허 확보가 목표다. 이렇게 확보한 택시 면허로 일반 택시인 카카오T 블루와 함께 타다와 같은 11인승 대형 택시 카카오 벤티를 올해 내로 운영할 계획이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일하려는 사회 흐름에 맞춰 타다가 프리랜서와 경력단절 여성 등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 타다 드라이버로 등록한 인원은 약 8000명 수준으로,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타다 드라이버를 전업으로 하지 않는 프리랜서 드라이버다. 프리랜서 드라이버는 주 4일 미만으로 원하는 시간을 골라서 부업으로 타다 드라이버를 할 수 있다.

타다 운영사인 VCNC의 박재욱 대표는 "타다 드라이버가 평균수입 160만원 수준의 정규직 법인택시 기사와 같은 시간을 일하면 월 300만원이 넘는 수입을 얻을 수 있다. 타다는 드라이버가 원하는 대로 5시간, 10시간, 주말근무 등을 선택할 수 있고 프리랜서, 투잡 근로자뿐만 아니라 경력단절 여성에게까지 일할 기회를 공평하게 제공하고 있다"며 "개인택시 자격을 보유한 타다 프리미엄 기사의 경우 보조금을 합해 월 1000만원이 넘는 수입을 올리는 경우까지 나오고 있다"고 타다가 질 낮은 일자리를 양산하는 기존 비정규직 파견과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사진=아주경제 그래픽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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