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하신 몸' 공공택지…새 먹거리 골몰 건설 대형사 vs 중견사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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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관, 한지연 기자
입력 2019-11-07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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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수도권 택지난에 경기침체ㆍ규제강화 등까지 겹쳐 입찰방식 논란

  • 대형사 "벌떼입찰로 부당이득, 중견사 자살골...대기업 참여로 경쟁 투명화"

  • 중견사 "분양가상한제로 정비사업장 막히자 골목상권 침해...기울어진 운동장"

수도권 공공주택 공사현장. [사진= 아주경제DB]


국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조성한 공공주택용지를 두고 대형 건설사와 중견 건설사의 기싸움이 본격화하고 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장의 사업성이 불투명해지면서 저비용·고효율을 확보할 수 있는 공공택지의 장점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건설사들은 해외 플랜트·발전소 등 고급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대기업들이 공공택지 사업마저 독점하려는 것은 '골목상권 침해'라고 주장한다. 반면 대기업들은 자금력이 탄탄한 건설사들이 경쟁에 참여해야 투명 경쟁이 가능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힐 수 있다며 반박하고 있다.

◇건설사 5곳이 공공택지 30%이상 독점...논란 불 지핀 중견건설사들

공공택지를 둘러싼 논란이 재조명된 건 올해 정기국정감사에서 중견건설사들이 공동주택용지를 편법 획득해 부당이익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소수의 건설사들이 공공택지 당첨확률을 높이기 위해 시공능력이나 경험이 전무한 수십 개의 계열사를 동원해 공공택지 입찰에 참여 한 뒤 수천억 원 상당의 분양수익을 거둬간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실제 경제정의실천연합과 송언석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제출한 최근 10년치 공공주택용지 입찰 현황을 분석했더니 지난 2008~2018년까지 분양된 473개 아파트 용지 가운데 5개 건설사가 택지의 30%이상을 싹쓸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흥건설이 47개(9.9%)로 가장 많았고, 호반건설 44개(9.3%), 우미건설 22개(4.7%), 반도건설(3.8%), 제일풍경채 11개(2.3%) 등으로 5개 기업이 142개를 가져갔다. 대한주택건설협회의 회원사가 7827곳(2019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5개 건설사가 10년간 전체 분양 택지의 30.0%를 낙찰 받는 것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불가능하다.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공공택지 공급의 3분의 1 가량을 가져간 5개사는 땅을 10조 5666억 원에 공급받았다. 현재 분양이 이뤄진 곳은 102개 필지로, 해당사업을 통해 5개사가 가져간 분양수입은 26조 1824억 원이다. 경실련이 LH매각 금액을 토대로 산출한 적정분양가 19조9011억 원을 기준으로 보면 한 채당 분양수익은 2억4000만원, 평균 8000만원으로 추정된다. 분양매출 대비 수익률이 24%에 육박한다.

경실련 관계자는 "공공택지의 민간매각을 중단하고 전부 공공이 직접 공급하도록 제도개선을 해야 한다"면서 "공공택지가 건설사들의 먹잇감이 되지 않도록 택지를 사들인 경우에는 반드시 토지매입 건설사의 직접시행, 시공을 의무화하는 대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견건설사들의 항변...공공택지 두고 대형사와 전쟁 본격화

무자격 업체가 입찰에 참여하는 것을 막기 위해 LH, SH 서울주택도시공사 등은 경쟁방식을 기존 추첨제에서 일정 시공능력을 갖추거나, 설계공모를 통한 방식으로 변경했다. 실제 2016~2019년까지 최근 3년간 공공택지별로 참여 자격 요건을 강화했더니 경쟁률이 최대 600대 1에서 180대 1로 일정부분 낮아지는 효과가 있었다.

SH공사는 고덕강일지구 공동주택용지1,5블록 일반분양을 현상 설계공모를 통해 진행했다. 1블록은 제일건설 컨소시엄을 비롯한 15개 컨소시엄이, 5블록은 현대건설을 비롯한 7개 컨소시엄이 참여했다. 실제 설계작품을 출품한 곳은 각각 6곳으로 경쟁률은 6대 1이다. 현재 진행 중인 10블록 일반분양에는 대림산업 컨소시엄을 비롯해 11개 업체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무작위 추첨과 비교해 경쟁률이 대폭 낮아졌다.

그러나 중견건설사들은 이러한 방식이 불공평하다고 입을 모은다. 시공능력에 대한 기준이 지나치게 높고, 설계공모를 통해 선발할 경우 자금력 높은 대형건설사가 유리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공공택지 독점이 특혜라고 보는 시각은 매우 잘못됐다"면서 "당시 입찰 방식 테두리 안에서 열심히 참여한 결과가 특혜취득이 됐다"고 억울해했다.

다른 중견건설사 관계자 역시 "과거에는 대형건설사가 이윤이 적은 공공택지 대신 일부 우량 택지 입찰에만 참여했고, 서울-수도권 중심으로 사업성이 높았던 재건축 정비사업장에 관심을 뒀기 때문에 당연히 중견건설사들이 택지 입찰 비율이 높았던 것"이라며 "때문에 공공택지를 살 건설사가 없어서 LH에서 영업을 다닌 적도 있다. 결과론적으로 사태를 이해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입찰 참여자격 문턱을 높이면 당연히 자본력이 있는 대형사가 유리해질 것"이라며 "LH의 공공임대주택 도급 참여를 했을 경우 공공택지 분양 시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 등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에서는 입찰요건 강화를 반기는 분위기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공공택지 입찰을 설계공모로 바꾸면 중견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풍부하고 설계력이 우수한 대형사가 유리하다"며 "중견사 입장에서도 페이퍼컴퍼니 등을 통해 불필요한 자금을 낭비하는 대신 설계능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로 삼고, 장기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그동안 공공택지에 들어서는 아파트 브랜드가 중소건설사에 국한돼 소비자 선택권이 보장받지 못한다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왔다"며 "무자격 페이퍼 컴퍼니들이 경쟁에 참여해 택지보증금 등 금융비용이 커지면 사업비가 늘어나 장기적으로 분양가에도 악영향을 미쳐 소비자들만 피해를 본다"고 주장했다.

내년부터 분양가상한제가 본격 시행되면 정비사업상 사업성이 급격하게 위축돼 공공택지를 확보하기 위한 건설업계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국토교통부, LH, SH공사, 한국주택협회, 대한건설협회 등 정부와 유관단체들은 공정한 공공택지 입찰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논의 중이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국토부가 연내 세부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만큼 조만간 관련 대책회의가 이뤄질 것"이라면서 "현재 논의 중인 300가구인 주택건설실적을 700가구로 늘리고, 건설회사의 신용평가등급을 요구하는 내용 등은 업계가 예상한 수준보다 훨씬 강화된 요건이라 현실화될 경우 입찰에서 탈락하는 중견사들이 수두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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