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와 선거] ② 페북·네이버 개편 급물살... '정치권 개입' VS '자율규제'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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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기자
입력 2019-11-0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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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 미국 대선 조작, 드루킹 사태 겪은 후 IT기업들 콘텐츠 유통 관리 나서

  • 정치권 요구에 사실상 두발 들어... 플랫폼 기업 여론 독재 막기 위한 개입 필요하다는 주장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포털 등 인터넷 기업들이 가짜뉴스와 전쟁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정치권의 요구 때문이다. 그동안 인터넷 기업들에게 불법성이 없는 한 어떤 정보가 유통되어도 개입을 최소화하자는 게 원칙이었다. SNS나 포털은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콘텐츠와 정보를 교류하는 장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도 불과 2년 전까지 “우리는 플랫폼이지 미디어 회사가 아니다. 제3자가 우리 플랫폼에 무슨 일을 하든 우리에게 책임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이용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자 사회적 책임을 요구받기 시작했다. 올해 2월 기준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일일 사용자 수는 각각 약 1억2600만명, 12억명에 달한다. 네이버 모바일 앱은 월 3000만명이 이용하고 있다.

러시아가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악용해 미국 대선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고, 국내에서도 불법 프로그램을 통한 댓글 조작이 발생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각국 정치권에서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졌고, IT기업들도 더 이상 문제를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자율규제를 통한 자정 노력에 힘썼다.

 

페이스북 로고 [사진=연합/AFP]

◆ 페이스북·트위터, 2016년 美 대선 과정서 러시아가 여론 조작에 활용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2016년 제45대 미국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러시아의 개입에 활용된 사실이 드러났다. 친 러시아 정부 성향의 인터넷리서치에이전시가 2015년 1월부터 2017년 8월 사이에 120페이지 분량의 포스팅 8만건을 올린 사실이 밝혀졌다. 당시 관련 포스팅을 직접 받은 페이스북 이용자는 2900만명에 달했다. 해당 포스팅은 1억2000만명 이상이 접속하는 뉴스피드에도 공유됐다. 집행된 광고 금액만 10만 달러(약 1억1000만원)에 이른다.

인터넷리서치에이전시는 트위터 계정 2752개를 만들어 140만건의 선거 관련 트윗을 올렸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이 사건으로 2017년 10월 미국 의회의 청문회에 불려가 대선 개입을 막지 못한 점을 집중적으로 추궁당했다. 이후 관련 기업들은 보안 인력 증원, 친러시아 성향 단체의 광고 수주 금지와 같은 재발 방지책을 내놨다. 당시 잭 도시 트위터 CEO는 “12년 전 트위터를 창업할 때는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며 "우리는 실제 전 세계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을 인정한다. 문제 해결에 책임을 다하겠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지난해 4월에는 제45대 미국 대선 과정에서 당시 도널드 트럼프 후보자의 캠프를 지원한 데이터 분석업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mbridge Analytica)’가 페이스북 사용자 5000만명의 정보를 불법 수집해 트럼프 캠프에 유리하도록 활용했다는 내부 폭로가 나왔다.

당시 마크 저커버그 CEO는 미 의회 공청회에 참석해 “페이스북에서 벌어진 일에 대한 책임은 저에게 있다”고 공식 사과했다. 페이스북 생태계에 개입하지 않겠다던 그동안의 입장이 선회한 순간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 네이버, 드루킹 사태 후 국회서 뉴스·댓글·실검 개편 요구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도 지난해 댓글 조작 사건인 ‘드루킹 사태’를 겪으며 한차례 홍역을 치렀다. 드루킹(본명 김동원)은 여러 포털에서 활동하는 파워블로거의 닉네임인데, 지난해 3월 기준으로 드루킹 블로그의 누적 방문자 수는 980만명에 달한다.

드루킹은 매크로라는 불법 프로그램을 활용해 네이버 뉴스 댓글의 추천 수를 조작했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 문재인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을 옹호하는 댓글을 올렸다. 민주당이 정권을 잡은 이후 일본 오사카 총영사와 청와대 행정관 자리를 요구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자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공격하는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네이버는 2018년 1월 드루킹을 댓글 조작 의혹으로 경찰에 고발했으며, 드루킹은 1심에서 징역 3년 6개월, 지난 8월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 받았다. 

이를 계기로 네이버의 뉴스 서비스와 댓글 정책이 크게 변경됐다. 지난해 말부터 네이버 모바일 앱 첫 화면에 뉴스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검)가 빠지고 검색창만 두는 개편안을 도입했다. 그동안 메인에 자리 잡았던 실검과 뉴스는 두 번째, 세 번째 페이지에서 보이도록 배치했다. 사용자 아이디 하나당 달 수 있는 댓글 수를 3개로 제한하고, '댓글 공감수'를 24시간 기준 50개이상 달지 못하도록 했다. 연속적으로 댓글을 달 때는 1분의 시간차를 두도록 했다. 뉴스 댓글 편집권한도 입점한 언론사에게 모두 넘겼다.

올해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임명되는 과정에서 지지자들 간에 ‘조국힘내세요’, ‘조국사퇴하세요’와 같은 실검 올리기 경쟁이 벌어지면서, 자유한국당으로부터 조직적으로 실검을 조작하는 사태를 방치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실검 전쟁은 일주일 넘게 펼쳐져 화제가 됐다. 이를 두고 여론 조작인지, 정치적 의사 표현의 일종으로 봐야 할지 여야 의원 간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고, 급기야 일부 의원들은 포털 기업에 실검을 폐지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대표가 또 한 차례 네이버 본사를 항의 방문했다.

이에 따라 네이버는 이용자에게 동일한 실검 키워드를 보여주던 기존 정책을 바꾸고, 연령대별·관심사별로 실검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포털 페이지를 개편하기로 했다. 사실상 국회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포털 다음에선 드루킹과 같은 범법 행위가 드러나진 않았으나 네이버와 같은 포털 사업자라는 이유로 동일한 요구를 받으며 카카오도 뉴스 서비스와 댓글, 실검 정책을 개편해나가고 있다. 카카오는 정치, 사회 뉴스 댓글 폐지도 고려하고 있으며, 대대적으로 뉴스 서비스를 개편한다는 계획이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오른쪽)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실시간 검색어 조작 의혹 관련 지난 9월 5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를 항의 방문해 한성숙 네이버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 ‘IT기업 자율규제 vs 정부 개입해야’ 의견 분분

각국 정부나 국회가 IT기업들이 특정 서비스를 바꾸도록 압박하는 것을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과 최소한의 개입은 필요하다는 주장이 충돌하고 있다.

성동규 중앙대 교수는 “정부나 국회에서 가이드라인을 강요하는 것 자체가 기업의 경영 자율성 등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사업자들이 알아서 판단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또한 정부가 민간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개입하려면 그에 맞는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SNS와 포털의 실검, 댓글이 사회적으로 어떤 역기능이 있는지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전적으로 기업의 자율에 맡길 경우 플랫폼 기업들의 새로운 독재가 나타날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최근 구글이 운영하는 동영상 포털 유튜브가 ‘광고주에 친화적이지 않은 콘텐츠’에 노란딱지를 붙여 광고 수익을 제한하고 있는데, 유튜브 측의 판단 근거가 지나치게 자의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노란딱지를 받은 유튜버들은 유튜브에 이의 제기를 하고 있으나 납득할만한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화제가 됐다. 일부 의원들이 존리 구글코리아 대표를 상대로 해명을 요구했으나 의미 있는 답변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서명준 베를린자유대 언론학 박사는 “자율규제에 모든 것을 맡길 경우, 자율규제의 탈을 쓴 새로운 기업 독재, 자본 독재가 발생할 수 있다”며 “중립을 지킬 수 있는 정부가 조금은 개입할 여지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상우 연세대 교수와 시장조사업체 엠브레인이 지난달 8일부터 11일에 포털 이용자 1153명을 대상으로 실검에 대한 소비자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실검 규제는 '포털사업자 스스로' 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34%, 제3의 민간기구가 해야한다는 응답자는 31%였다. 반면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응답은 7%에 불과했다. 관리가 불필요하다는 답변은 28%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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