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초대형방사포 시험발사' 韓과 선긋고 美 눈치보는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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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19-11-0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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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인 대통령 모친상 조의문 보낸 지 하루 만에 시험발사

  • 김정은, 시험발사 현장에 안가…대미 압박 수준 조절 의도

북한이 지난달 31일 올해 세 번째 초대형방사포 시험발사를 진행했다. 

특히 이번 시험발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 모친상에 조의문을 보낸 지 하루 만에 이뤄져 논란이 가중됐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남한과의 관계 개선에는 관심이 없고, 미국의 눈치를 보며 초조함을 드러낸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1일 북한의 초대형방사포 시험발사를 두고 “북한이 얼마나 일방주의적이고 자기중심적이며 대화하기 힘든 상대인지를 다시 한 번 보여 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 본부장은 “문 대통령의 모친상이 북한 매체에 소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국방과학원에서는 이를 몰랐을 수도 있다. 하지만 초대형방사포 시험사격은 김 위원장의 승인 없이는 이뤄지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는 “물론 북한이 한국의 첨단무기 도입에 반발하는 것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아무리 ‘자위적 군사적 발전’이 시급했다고 해도 조의문을 보낸 지 하루 만에 시험사격을 승인했다는 것은 외부세계에서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행동”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의 인재 부족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 본부장은 “북한이 예측하기 힘든 상대인 만큼 북측의 행동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아야 한다”며 “한국 정부가 긴 호흡과 전략적 사고를 갖고 비핵평화전략, 대북정책, 대외정책을 추진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나 정부 내에 컨트롤 타워나 전략가 등 ‘운전자’가 보이지 않아 답답할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금강산 남측시설 철거 지시, 대면 실무회담 거부 등 점점 멀어지는 남북관계, 추진력을 잃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등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대응책이 없다는 것을 꼬집은 것이다.
 

북한이 지난달 31일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사진은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공개한 시험사격 모습. [사진=연합뉴스]


북한의 초대형방사포 시험발사가 미국에 체재 안전보장을 요구하며 ‘새로운 셈법’ 수용을 압박한 의도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스웨덴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 결렬 이후 북한은 대미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김계관 외무성 고문,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원장 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을 앞세워 비핵화 협상 시한이 ‘연말까지’라는 점을 강조하고, 미국의 적대정책 철회 등을 요구했다.

그런데도 김 위원장은 이번 초대형방사포 시험발사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 9월에는 현장을 방문해 “연발 사격시험만 진행하면 될 것”이라고 말해 추가 시험발사를 짐작하게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0월 2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 시험발사에 이어 이번에도 군 무기 시험발사 현장을 찾지 않았다. 이는 올 연말까지 미국의 눈치를 보며 수위를 조절해 비핵화 협상에서 우의를 차지하려는 속내가 담긴 것으로 추측된다.

최근 북한이 김계관, 김영철 등 북·ㅔ미 협상에서 한걸음 물러난 고문급 원로들을 앞세워 대미 압박 메시지를 보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 협상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지 못했다. 북·미 대화 시기를 연말까지로 못 박았지만, 미국이 스톡홀름 협상 이후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앞서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연말 총화를 앞두고, 초조감을 점점 드러내고 있다”며 “미국이 새로운 셈법을 받아들일 것 같지도 않은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딜레마가 깊어지는 모양새”라고 분석한 바 있다.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만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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