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先반영' 한은, 금리동결 시사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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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웅·김민석 기자
입력 2019-11-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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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내년 확장 재정도 동결에 무게

  • 디플레 현실화 땐 추가 인하 가능성

한국은행이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국내 기준금리를 당분간 현 수준으로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미 금리 인하가 시장에 선반영된 조치로 판단한 것이다. 정부가 내년도 '확장 재정'을 예고한 점도 동결 전망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그러나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는 데다 한·미 금리차가 좁혀진 만큼, 한은의 금리 인하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는 31일 오전 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는 시장 기대에 부합하는 정도였다"며 "한은의 통화정책 스탠스를 바꿀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사실상 '금리 동결'을 시사한 것으로, 그간의 한은 입장과 결이 다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9월 19일 "연준이 금리를 낮추는 것은 통화정책 운용 부담을 줄여주는 측면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연준이 금리 인하를 단행하며 추가 인하엔 선을 그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연준은 지난 달 29~30일(현지시간)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종전 연 1.75~2.00%에서 0.25% 포인트 인하했다. 하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현재 통화정책 상태가 적절하다"며 당분간 금리동결을 시사했다. 앞서 지난 10월16일 한은은 국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인 연 1.25%로, 종전보다 0.25% 포인트 내렸다.

내년 확장재정이 예고된 점도 한은의 이번 입장에 힘을 실은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올해보다 9.3%(43조9000억원) 늘린 513조5000억원 규모로 편성했다. 경기 부양을 위해 돈을 풀겠다는 것으로, 한은은 금리인하 부담을 덜 수 있다.

채권시장 역시 한은의 금리동결을 전망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채권금리는 10월 기준금리 인하에도 최근 오름세를 유지 중이다. 향후 금리가 현 수준보다 떨어질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은이 내년 상반기 중 금리 추가 인하를 단행할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경기 침체와 저물가가 이어지며 디플레이션 발생 우려가 커지고 있는 탓이다.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9년 이후 10년 만에 1%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8월(-0.04%)과 9월(-0.4%) 두달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내며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치(2.0%)를 크게 하회하고 있다.

특히 주요 국내외 기관들은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우리 경제의 어려운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 미국의 금리 인하는 한은에 통화정책 여력을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며 "한은이 향후 통화정책에 대해 밝힌 이번 스탠스에도 불구하고 실제 경기하향이 현실화되면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가 3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관련 상황점검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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