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시위 격화로 초유의 'APEC 포기'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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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람 기자
입력 2019-10-31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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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화책에도 '성난 민심' 여전…12월 기후변화당사국 총회도 취소

  • 백악관 "시간표대로 마무리 기대"…中 대안 제시 가능성도

칠레 정부가 반정부 시위 격화로 다음 달 중순 열릴 예정이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를 포기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개막을 불과 17일 남기고 내린 전격적인 결정이다.

현지 일간 엘메르쿠리오와 AP통신 등 주요 외신은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11월 APEC 정상회의와 12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5)를 개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피녜라 대통령은 이같은 결정이 "최근 몇 주간 칠레와 모든 국민들이 겪어온 어려운 상황" 때문이라며 "정부가 가장 걱정하고 중요시하는 것은 공공질서와 시민들의 안전, 사회적 평화를 회복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매우 어렵고 고통스러운 결정이었다"며 "이 결정으로 APEC과 COP에 생길 문제와 불편에 깊은 유감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내달 16∼17일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릴 계획이던 APEC 정상회의엔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특히 이 자리에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과 관련한 1단계 합의에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서명하는 방안도 추진돼왔다. 그러나 APEC 정상회의 취소로 이를 계기로 한 미중간의 협상 체결 추진 등 참가국 정상들의 일정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COP25는 오는 12월 2∼13일 열릴 계획이었으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등이 참석하기도 돼 있었다.

다만 미 백악관이 당초 시간표대로 1단계 합의 서명을 희망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혀 칠레에서의 APEC 정상회의 무산에도 불구하고 머지않은 시기에 서명이 이뤄질 가능성은 남아있다.

백악관은 이날 칠레의 APEC 취소 소식에 놀라움을 표시하면서도 별도의 성명을 통해 "중국과의 무역합의는 기존 시간표대로 진행하는 것을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다.

호건 기들리 백악관 부대변인은 "우리는 같은 '시간 프레임' 내에 중국과의 역사적인 1단계 합의를 마무리하기를 기대한다"며 "(후속 계획과 관련) 발표를 하게 될 때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기들리 부대변인은 "현재로서는 칠레에서 APEC 정상회의는 개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로서는 준비된 제2의 (APEC 정상회의) 후보지는 없는 것으로 안다. 우리는 다른 장소와 관련한 잠재적 정보를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들리 부대변인의 '다른 장소' 언급은 APEC 정상회의 장소나 일정 재조정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한 폭스뉴스는 중국이 미국 측에 칠레가 아니라 마카오에서 대신 회담을 할 것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폭스뉴스 및 폭스비즈니스뉴스의 에드워드 로렌스 기자는 이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중국이 칠레 대신 마카오에서 정상회담을 하자는 요청을 미국에 했다고 전했다. 그는 "중국은 이미 마카오를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고 말했다.

 

지하철 요금 인상으로 촉발된 시위 8일 째인 25일(현지시간)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 국기를 든 한 시위자가 국가 경제 모델에 항의하고 있다. 100만 명이 넘는 칠레 사상 최대 규모의 시위 인파가 이날 산티아고에서 개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언론들이 전했다. [사진=산티아고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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