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벤다졸’ 품귀현상…전문가가 본 암환자 개 구충제 복용 효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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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희 기자
입력 2019-10-30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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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구충제로 암 치료 논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암환자가 개 구충제를 복용하고 암 치료에 효과를 봤다는 이야기가 온라인을 통해 퍼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다수 전문가는 검증되지 않은 의약품의 경우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이번 개 구충제 논란은 지난달 4일 유튜브 채널 '월드빌리지 매거진 TV'에 '말기암 환자 구충제로 극적 완치, 암세포 완전 관해, 암환자는 꼭 보세요'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오면서 시작됐다.

해당 영상은 소세포폐암에 걸린 미국의 한 남성이 개 구충제를 먹고 폐암을 완치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암세포가 전신에 퍼져 3개월의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었으나, 한 수의사가 개구충제 복용을 권유해 ‘펜벤다졸’을 복용한 결과 3개월 뒤 암세포가 깨끗하게 사라졌다는 것이다. 펜벤다졸은 세포 분열과 활동을 관장하는 기관인 마이크로튜블(microtuble)을 억제해 기생충 성장을 막는 원리다.

해당 영상이 퍼지자 암환자 사이에서도 시도해보겠다는 사람이 다수 나왔다. 실제로 폐암4기인 개그맨 겸 가수 박철민씨는 지난 28일 자신의 SNS를 통해 개 구충제가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방사선 치료와 함께 현재 펜벤다졸을 4주째 복용하고 있는데, 통증이 반으로 줄고 혈액검사가 정상으로 나왔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반응에 따라 환자들뿐 아니라 일반 국민도 개 구충제가 실제로 항암효과가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항암제 ‘탁솔’이 펜벤다졸과 같은 원리로 만들어졌다고 알려지면서 반응이 뜨거워지고 있다.

개 구충제를 파는 약국 등에서는 펜벤다졸 품절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약국가에 따르면, 개 구충제가 암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급속도로 판매되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암거래도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검증되지 않은 약으로 인해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하거나, 헛된 희망을 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강진형 가톨릭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실제로 개 구충제가 암 환자에게 효과가 있다고 하면 임상연구를 통해서 검증이 돼야 한다”며 “의약품의 경우 여러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통해 나오는 것으로, 한 두 사람의 사례만 갖고 단순하게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환자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펜벤다졸을 복용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런 마음까지는 제지할 수 없겠으나, 환자를 포함한 국민들이 임상시험에 대한 중요성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명승권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최근 CBS와의 인터뷰에서 "유투버 조티펜스는 3일 동안 하루에 한 알씩 먹었고, 4일째에는 먹지 않았다"며 "용량을 분석해보면 보통 4.5kg짜리 푸들이 하루에 먹는 용량인 200mg인데, 환자가 50kg라고 가정을 해도 대략 2500mg을 먹어야 하는데 이보다 훨씬 적은 용량으로 효과가 있다고 보기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위험성으로 인해 복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펜벤다졸은 최근까지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결과는 없으며, 오히려 간 종양을 촉진시킨다는 동물실험 결과 등 상반된 보고가 있었다”며 “사람에게 처방해 사용한 적이 없기 때문에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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