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e사람]김민우 호두랩스 대표 “5분이면 영어로 말하는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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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철 기자
입력 2019-10-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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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고 5분도 안 돼 애들이 영어로 말을 하니까. 엄마들이 가장 놀라죠.”

김민우 호두랩스 대표는 25일 아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처음 호두잉글리시가 출시됐을 때 부모들은 게임 요소가 짙다는 이유로 걱정을 많이 했다”며 “그러나 이젠 아이가 먼저 영어놀이를 하고 있으니 시키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호두잉글리시는 2008년 엔씨소프트가 미국 스탠포드대 연구진, 청담러닝 학습설계팀 등과 함께 만든 영어 말하기 학습 전문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이다. 미국 스탠포드대 연구진, 청담러닝 학습설계팀, 엔씨소프트 게임개발팀이 공동으로 제작한 영어 말하기 학습 전문 온라인 프로그램이다.

김 대표는 10여년 전부터 꾸준히 시도되는 에듀테인먼트(교육+오락)가 현재까지 빛을 보지 못한 건 실제 사용자 입장에서 바라보지 못한 게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재미있는 공부를 만들고자 했으나 정작 엄마들 입장에선 오락 요소 때문에 못 미덥고, 애들 눈에는 재미가 없다 보니 놀이가 아닌 공부가 됐다는 것이다.

“물을 먹이려면 물가로 데려가야 하는데, 교육이 애들에게 가기 싫은 물가가 된 것이죠.”

호두잉글리시는 교육에 재미를 입힌 게 아닌, 재미에 교육을 더하는 방식으로 에듀테인먼트의 방향을 충실히 따랐다. 김 대표는 “일단 게임처럼 보이게 만들어서 아이들이 관심을 갖게 하는 데는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김민우 호두랩스 대표[사진 = 호두랩스]


◆월 수백만원 영어교육에도 ‘외국인 앞에서 말 한마디 못하는 아이’

호두잉글리시의 영어교육 시작은 ‘말하기’다. 국내에서 진행되는 영여교육은 ‘읽기→쓰기→듣기→말하기’인데 반해 호두잉글리시는 ‘듣기→말하기→읽기→쓰기’다. 호두잉글리시는 아이가 영어로 말을 하지 않으면 미션이 진행되지 않아 플레이를 할 수 없다. 30분 정도 플레이하면 120번 이상 발화하게 된다. 하루 평균 학습시간은 50분 정도다. ‘선생님’과 영어로 대화할 때 실수하면 안 된다는 부담도 없다. 그렇다 보니 아이들은 영어로 말하는 것에 거부감이 줄어들고 자신감이 생긴다. 호두잉글리시 사용자 10명 중 8명이 영어 자신감이 늘었다.

“한국인 부모가 아이와 외국에 나가면 가장 많이 보이는 모습은 ‘네가 주문해 볼래? 물하고 메뉴판 좀 달라고 해봐…’라고 아이에게 영어를 시키는 부모들이에요. 부모들이 ‘영어교육’에 가장 많이 실망하는 시점이기도 합니다.”

영어를 배운 적이 없는 아이들은 호두잉글리시에서 ‘비기너 모드’(초심자용)에서 상황에 맞는 청크(학습자가 하나의 단위처럼 배울 수 있는 단어로 구·절을 뜻함)를 따라 말하며 영어 말하기를 익힌다. 300여개의 캐릭터를 만날 때마다 ‘How are you today’ 같은 청크를 반복하기 때문에 만날 때 하는 인사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식이다.

김 대표는 “캐릭터가 말을 알아듣지 못하면 안 되니까 아이들은 영어로 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영어로 대화하는 데 거부감이 줄어들며, 발음도 자연스러워진다. 그래서 엄마가 시키지 않아도 외국인에게 먼저 말을 건다”며 “이런 경험을 한 엄마들은 ‘신세계구나’라고 한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아이들이 실제 육성으로 영어 말하기를 하며 대화하는 것을 보자 부모들은 처음 ‘게임 요소’에 대한 우려가 자연스레 녹아내렸다. 현재 호두잉글리시 유저만 6만여명에 이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존중·워라밸 문화가 우리 회사 경쟁력이죠”

“분위기 좋고 화기애애하고, 연봉 높은 회사 만들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화가 굉장히 중요하죠.”

에듀테크 기업을 이끄는 김 대표의 ‘인재상’은 실력 있는 교육자도, 기술자도 아니다. 존중하고 융합할 수 있는 문화에 흡수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그가 원하는 ‘인재’였다. 김 대표는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기술자와 교육전문가를 붙여 놓으면 에듀테크가 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교육에서 중요한 것을 기술 쪽에서 존중하지 않고, 게임에서 중요한 요소를 교육 쪽이 받아들이지 못하면 안 된다. 서로 존중하고 콜라보해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 이것을 하느냐 못하느냐가 에듀테크 기업이 성공하느냐 망하느냐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회사 표어도 ‘존중, 융합, 창조’다.

그래서 김 대표는 기업 문화를 가장 먼저 챙긴다. 그는 “우리 회사에서 타협이 되는 게 있고 안되는 게 있다. 타협할 수 없는 건 문화”라며 “워라밸과 가족을 챙기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업무시간을 유연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반반차(2시간 연차)를 만들었다. 카카오톡을 통한 업무지시 등은 엄격히 금지된다. 김 대표는 카카오톡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다. 재택근무도 가능하다. 제주도에서 근무하는 두명의 직원은 물론, 회사 부서장도 재택근무를 적극 이용하고 있다. 김 대표는 “출산휴가 때문에 고급인력이 나가고, 애들 챙겨야 하니까 나가고, 이런 회사를 만들고 싶지 않다”며 “사람이 어디에 있든 일을 성공시킬 수 있는 팀을 빌드하면 그게 회사의 엄청난 경쟁력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이러한 기업 문화를 바탕으로 ‘정직원 100명, 평균연봉 2억’ 회사를 만들고 싶어 한다. 호두랩스는 최근 8개월 만에 직원 수가 10명에서 40명으로 늘었다.

◆“교육격차 해소하는 기업 될 것”

김 대표는 현재 PC로만 가능한 호두잉글리시의 모바일 버전을 내년 3월 내놓는다. 예상 유저는 17만명이다. 모바일 버전은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동시에 론칭할 계획이다. 중국과 말레이시아 진출을 준비 중이다. 호두잉글리시는 지시어를 빼면 모두 영어라서 이 부분만 현지 언어로 바꾸면 현지화가 쉽다.

김 대표의 궁극적인 목표는 교육격차를 해소하는 것이다. 온·모바일을 통한 교육은 지역에 구애를 받지 않고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동일하게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기술을 통해 교육서비스의 질은 유지하면서 교육비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호두잉글리시는 1년 회원권을 사용하면 월 비용이 1만원도 들지 않는다. 특히 김 대표는 교육 소외계층에게 에듀테크가 해줄 수 있는 게 많지만, 아직 사회에선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부족하다고 아쉬워했다. 실제 그는 한 지역의 차상위계층(잠재적 빈곤계층)에게 호두잉글리시를 무료로 제공하려 했으나 해당 지역 교육청에서 ‘선생님이 바빠 공지할 시간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고, 소방대원 자녀에게도 무료 제공하려 했으나 김영란법 때문에 해당 행위가 불법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돼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김 대표는 “공부를 하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하지 못하는 일이 많아질수록 사회엔 희망이 없어진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직원에게 누군가 ‘호두랩스가 뭐하는 회사냐’고 묻는다면 한결같이 ‘교육격차를 해소하는 기업’이라는 답변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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