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낮춰도 소용없는 '돈맥경화'… 새 처방 필요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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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영 기자
입력 2019-10-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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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주열 총재 "효과 제한적"… 통화정책 한계 인정

  • 정부가 유망분야 직접 투자해 시장심리 자극해야


"통화정책의 파급 메커니즘이 과거와 같지 않아 그 효과가 제한적인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통화정책보다는 재정정책의 효과가 더 큰 게 사실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통화정책 효과가 제약돼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경기부양의 한 축인 통화정책만으로는 경기 활성화와 성장잠재력 확충이 역부족이라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금리 낮춰도 '머니 무브' 없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사실상 금리 인하에 따른 기대 효과는 낮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기준금리를 내리면 화폐 회전 속도가 빨라지는 게 일반적이지만,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 오히려 통화정책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향후 경기가 악화된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 가계와 기업의 소비·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

풀린 돈이 시중에서 얼마나 잘 유통되는지 나타내는 화폐유통속도는 올해 2분기 역대 최저인 0.69로 떨어졌다. 2008~2013년 0.8대에서 2014~2018년 0.7대로, 2019년부터는 0.6대로 하락세다.

한은이 현금을 발행하거나 시중은행에 자금을 풀었을 때 실제 국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자금으로 확대되는 배율을 나타내는 통화승수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8월 통화승수는 15.6배로 전월(16.0배) 대비 하락했으며, 1990년대 중반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이 때문에 금리 인하가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만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가계부채는 1556조원으로 불어났다. 1분기 3조원을 겨우 넘어섰던 증가액은 2분기 16조원으로 대폭 늘었다.

주택담보대출을 누르면서 신용대출 증가폭이 늘어나는 현상도 반복되고 있다.

여기에 아파트 매매가격이 서울을 중심으로 상승 전환되고, 고가 아파트 거래 비중도 증가하고 있다. 아파트 전세시장도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인한 공급 감소와 분양가상한제 시행 이후 분양을 받으려는 수요자들의 매수 둔화 등으로 가격이 다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통화정책+α' 필요한 때··· 재정정책이 답?

통화정책 효과가 빛을 보기 위해서는 '또 다른 불씨'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통화정책 운용의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경기활성화 및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서는 추가 요소와의 공조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재정정책과의 시너지 효과다. 

이는 금리 인하와 재정 확대를 한 번에 쏟아내야 시장의 심리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정정책이 통화정책보다 상대적으로 여력이 높다는 점도 재정정책에 기대려는 이유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지난 8일 첫 공식연설에서 정부 재정지출 확대로 혜택이 기대되는 나라 중 하나로 한국을 지목하면서 "금리인하만으론 경기둔화에 대응할 여력이 충분치 않은 만큼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번 정부의 경제정책 간판으로 여겨온 '소·주·성(소득주도성장)'을 이끌기 위해서는 정부가 생산성 있는 분야에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승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금리인하 효과가 실물경제로 파급되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극심한 경기부진 속에서 대외 불확실성이 현재의 통화정책을 무력화시키는 가장 큰 원인"이라며 "금리인하를 통한 간접적이고 소극적인 통화정책보다는 가계 및 기업에 대한 직접적이고 선별적인 자금지원을 통한 적극적인 유동성 공급으로 소비와 투자를 진작시키는 방안이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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