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며 시작한 북·미 실무협상…"미국 빈손으로 나와" 북한 '비난전'으로 종료(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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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19-10-06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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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명길 순회대사 "미국, 요구한 계산법 하나도 안 들고와"

  • 북한 측 "협상 우리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결렬됐다"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7개월여 만에 재개된 북·미 실무협상이 북한의 결렬선언과 대미 비난전으로 끝이 났다.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와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각각 대표자로 구성된 북·미 대표단은 5일(현지시간) 오전 10시경 스웨덴 스톡홀름 외곽에 있는 콘퍼런스 시설 ‘빌라 엘비크 스트란드’(Villa Elfvik Strand)에서 실무협상에 돌입했다.

비건 대표 등 미국 대표단은 오전 9시 15분경 협상장에 먼저 도착했고, 김 대사 등 북한 대표단은 이보다 35분 정도 늦은 9시 50분경에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비건 대표가 차에서 내리는 김 대사를 웃으며 맞이하는 모습이 외신 영상에 잡히는 등 협상은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협상 시작 2시간 뒤인 낮 12시경 김 대사 등 북한 대표단이 돌연 협상장을 떠나 인근 북한대사관으로 이동해 2시간가량 머물렀다. 김 대사가 협상장을 떠난 정확한 이유가 알려지지 않으면서 오전 협상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됐다.

협상장을 나와 북한대사관으로 향하는 김 대사에게 취재진이 ‘만족하느냐’고 묻자, 그는 “두고 봅시다”라고 말했다. 당시 표정도 나쁘지 않았다. 또 김 대사는 협상장으로 다시 돌아가서 “협상하려 갑니다”라고 말해 협상에 대한 비관적인 추측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협상을 마친 김 대사는 결국 실무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그는 협상장을 떠난 지 10분 만인 오후 6시 25분경 북한대사관에 들어서며 현장에 있던 취재진에게 직접 입장 발표를 하겠다고 예고했고, 5분 만에 북한대사관 정문으로 종이에 출력된 성명을 들고나와 굳은 얼굴로 이를 낭독했다.

김 대사는 “협상은 우리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결렬됐다”며 “미국이 구태의연한 입장과 태도를 버리지 못했다. 우리가 요구한 계산법을 하나도 들고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협상 결렬의 원인을 미국의 책임으로 돌린 것이다.

이날 성명 발표 자리에는 권정근 전 외무성 미국 담당과 북한의 통역사도 함께 했다. 특히 북한의 통역사는 김 대사가 읽는 성명을 한 문장 한 문장을 뒤이어 영어로 통역했다.

북측은 김 대사의 성명 낭독이 끝난 뒤 “질문을 3개만 받겠다”며 이례적으로 취재진으로부터 질문을 받았고, 다시 대사관으로 들어갔다.

이날 김 대사의 성명 발표는 갑작스러운 것으로 보인다. 앞서 예비접촉, 실무협상 등이 ‘철통 보안’ 속 비공개로 진행됐다. 하지만 예비접촉 분위기가 우호적으로 진행되고, 이날 미국 측에서도 협상 결과에 대한 낙관적인 신호가 포착됐기 때문이다.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5일(현지시간) 저녁 6시30분께 스톡홀름 외곽 북한대사관 앞에서 이날 열린 북미 실무협상 관련 성명을 발표하고 "북미 실무협상은 결렬됐다"고 밝혔다.[사진=공동취재단]


그리스를 방문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실무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현지 기자회견에서 “우리(미국)는 일련의 아이디어(a set of ideas)를 가지고 왔다. 우리는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 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합의한 것을 진전시키고 이행하고자 시도하는 좋은 정신과 의향을 갖고 왔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김 대사가 스웨덴으로 떠나기 전 “미국 측에서 새로운 신호가 있었다. 큰 기대와 낙관을 하고 간다”고 이례적으로 밝히고,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새로운 방법’을 언급하는 등 이번 협상이 긍정적인 결과는 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하노이 노딜’ 이후 7개월여 만에 재개된 북·미 협상은 또 위기에 놓이게 됐다.

한편 미국 대표단은 이날 오전 협상장에 들어간 뒤 북한 측이 입장 발표를 예고할 때까지도 나오지 않다가 이후 협상장을 떠나 숙소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무부는 협상 관련 성명에서 “미국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을 가져갔고 북한 카운터파트들과 좋은 대화를 가졌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 대표단에서 나온 앞선 논평은 오늘 8시간 반 동안 이뤄진 논의의 내용이나 정신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북측의 책임 제기론을 정면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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