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엔터프라이즈] 카카오모빌리티, 택시와 갈등 딛고 대형택시 '벤티'로 새출발

정명섭 기자입력 : 2019-09-30 17:24
수도권 법인택시 100여곳과 맞손... 기사 모집에 3000명 이상 지원 지난해 252억원 들여 카풀 회사 인수, 시범 서비스 과정서 택시와 갈등 택시업계와 상생 택한 카카오모빌리티 "중형택시 외 다양한 서비스 선보일 것"
카카오모빌리티가 이르면 이달 중 대형택시 서비스인 ‘벤티(Venti)’를 선보인다. 9~11인승 차량을 활용한 택시 서비스다. 이를 위해 택시업계 100여곳과 손잡았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해 카풀 서비스를 출시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택시업계와의 극심한 갈등을 뒤로하고 상생과 혁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거머쥘 수 있을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10월 중 '벤티' 출시, 대형택시 시장 본격 진출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르면 10월 중 벤티 서비스를 선보인다. 현대·기아자동차의 스타렉스와 카니발 차량을 활용한 대형택시 서비스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 7~8월 서울과 경기, 인천 지역의 법인 택시를 대상으로 진행한 사업 설명회에서 선보인 시범 차량에 카카오프렌즈의 인기 캐릭터인 ‘라이언(RYAN)’이 새겨져 ‘라이언 택시’라는 이름이 처음 붙었으나, 최근 벤티라는 서비스명을 확정했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밴(VAN) 이라는 차종에 대한 직관성과 '카카오T' 플랫폼의 차별화된 이동 서비스라는 일관성을 함께 전달하고자 했다"며 "커피전문점에서 그란데보다 20온스 큰 제품으로 통칭되는 이탈리아어인 벤티(Venti)를 활용했으며, Van과 T를 조합한 중의어로 '넓고 쾌적한 서비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벤티는 카카오 브랜드를 입힌 것뿐만 아니라 내부 좌석 배치를 변경해 더 안락하게 개조한 것이 특징이다. 벤티는 기존 법인택시의 면허를 활용한다. 대형택시에 맞게 면허를 전환하는 것이다. 여기에 카카오 택시와 대리·주차 서비스를 망라한 카카오T 플랫폼을 통해 운영된다.

이는 현재 카니발을 활용해 승차공유 서비스를 하는 ‘타다’와 다른 점이다. 타다는 차량 렌털 기반의 서비스다. 이용자가 차량을 호출하면, 렌털한 카니발 차량과 운전기사를 동시에 보내는 식이다. 택시업계는 이 같은 서비스 방식은 ‘편법’이라고 비판한다.

초기 투입될 벤티의 차량 수는 700대에서 800대 수준으로, 시장 상황에 따라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다. 서비스 지역도 초기에는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서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회사는 이달 초부터 벤티 기사를 모집하기 시작했다. 현재 지원자가 3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양측은 면접 통과자에 한해 면허 취득을 지원하고, 벤티와 관련한 교육을 진행해 기사로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벤티 기사는 사납금이 아닌 완전 월급제가 적용된다. 월 급여는 세전 260만원 수준이다. 목적지에 따라 손님을 골라 태우는 승차 거부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서울시는 대형택시 운행을 위한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 요금은 탄력요금제가 적용된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수백억원 들인 카풀 접고 ‘택시와 상생’ 선언

벤티는 플랫폼 사업자와 택시업계가 손잡고 내놓는 최초의 대형택시 서비스라는 점에서 관련 업계의 관심이 높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벤티 출시를 논의하기 전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발단은 카풀 서비스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2월 카풀 스타트업 ‘럭시’를 252억원에 인수했다. 카카오택시 서비스의 보완 수단으로 카풀을 활용한다는 계획이었다.

럭시를 인수한 지 약 8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카풀 운전자를 모집하기 시작했고, 그해 12월 7일에 카풀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러나 택시업계는 생존권 침해를 이유로 강하게 반대했고,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 국회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카풀 시범 서비스가 시작된 지 3일 만인 지난해 12월 10일,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는 택시기사가 자신의 택시 안에서 분신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업계와의 협력과 사회적 합의가 우선이라고 판단, 카풀 시범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후 올해 1월과 2월 각각 택시기사의 분신 사건이 추가로 발생하면서 카풀 서비스를 사실상 접었다.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업계의 갈등은 국회와 국토교통부, 택시업계, 모빌리티업계가 참여한 사회적 대타협기구 출범으로 이어졌다. 국토부는 지난 7월 사회적 대타협기구에서 합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택시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택시 면허제도 내에서만 사업을 할 수 있어 모빌리티업계 전반의 혁신만 놓고 보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나, 카카오모빌리티와 같은 플랫폼 사업자가 ‘플랫폼 택시’와 같은 사업을 제도권 내에서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무엇보다 플랫폼 사업자가 전통 산업과 상생, 혁신을 도모한 결과라는 점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플랫폼 택시란 IT 플랫폼을 활용해 택시를 호출·결제하고, 여러 부가 서비스를 적용할 수 있는 택시 서비스다. 예를 들어, 차종·외관과 관련한 규제를 받지 않고, 여성이나 VIP 의전 전용 택시 서비스를 선보이는 식이다.

◆카카오대리, 음주운전 기준 강화에 이용률↑

카카오모빌리티의 대형택시 시장 진출이 관심받는 또 다른 이유는 그동안 택시뿐만 아니라 대리운전과 같은 다른 모빌리티 영역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끼쳤기 때문이다.

2015년 3월 출시해 올해로 4주년을 맞이한 카카오택시는 그동안 2300만명이 이용했고, 주행 거리는 65억㎞에 달한다. 이는 지구에서 태양까지 20차례 이상 왕복할 수 있는 거리다.

카카오택시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택시업계에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빅데이터를 이용한 추천 대기장소 제안, AI 머신러닝을 이용한 차량 배차 알고리즘이 그 예다. 이 같은 기술들은 택시업계의 난제였던 수요·공급 불일치를 해결, 차량-승객 매칭 효율화를 통해 승객과 기사 모두를 만족시키고 있다고 카카오모빌리티는 설명했다.

카카오는 대리운전 문화도 바꾸고 있다. 최근 출근 시간대에 대리운전을 이용하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지난 6월 25일부터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부터다. 면허정지 기준 혈중알코올 농도가 기존 0.05%에서 0.03%로 대폭 내렸고, 면허취소 기준은 0.1%에서 0.08%로 내려갔다. 술기운이 조금만 남아 있어도 면허정지나 취소 처분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음주운전 사망사고 발생 시 가해자의 처벌은 1년 이상의 징역에서 3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으로 강화됐다. 이에 법 개정 후 출근시간대의 카카오 대리 호출 수는 평소 대비 77%나 늘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새 법안이 시행되자 과거 늦은 밤이나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잠시 눈을 붙인 뒤 아침에 운전대를 잡았던 사람들도 이제는 음주단속에 걸릴 확률이 높아졌다”며 “이에 출근 시간대에 대리운전을 부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카카오대리 이용자 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 약 1년간 카카오T 대리 운행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31%(운행 완료 기준) 늘었다. 오후 9시부터 다음달 새벽 1시까지 4시간 동안 이용하는 비율이 전체의 66%를 차지했고, 오후 8시부터 새벽 2시까지로 시간 범위를 넓히면 80% 이상으로 늘어난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앞으로도 중형택시 외에 다양한 사람들의 이동 수요를 감안해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카카오모빌리티 '벤티' 기사 모집 이미지[사진=카카오모빌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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