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 투자 '경영권 유지'를 위한 수단... 法 "현정은 1700억원 배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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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기자
입력 2019-09-26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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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엘리베이터의 2대 주주인 쉰들러 홀딩스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을 상대로 파생금융상품 투자로 인한 손실을 배상하라며 제기한 항소심에서 현 회장이 1700억여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1심은 현 회장 등에 배상 책임이 없다고 봤지만, 항소심은 이를 뒤집고 일부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서울고법 민사14부(남양우 부장판사)는 쉰들러가 현정은 회장과 한상호 전 현대엘리베이터 대표 등을 상대로 낸 750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현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에 1700억원을 지급하고 한상호 전 대표도 이 가운데 19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소송은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 주주인 쉰들러가 "현대 측이 파생금융상품 계약을 함으로써 현대엘리베이터에 7000억원 가까운 손해가 발생했다"며 "현대 측이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현대상선 대주주인 현대엘리베이터로 하여금 파생금융상품 계약을 맺게 함으로써 거액의 손실을 봤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이 소송에서 문제가 된 파생금융상품은 5.4~7.5%의 수익을 보장하는데, 현대상선의 주가 추이에 따라 주가가 오르면 이익을 나눠 갖고, 주가가 떨어지면 회사 측이 금융사에 손실을 보전해줘야 하는 구조다.

주가 하락으로 현대엘리베이터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거래손실 710억원, 평가손실 4291억원을 냈다.

쉰들러 측은 2014년 초 현대엘리베이터 감사위원회에 공문을 보내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을 요청했으나 감사위원회가 답변하지 않자 주주 대표소송을 냈다.

주주 대표소송은 회사의 이사가 정관이나 임무를 위반해 회사에 손실을 초래한 경우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이사의 책임을 묻기 위해 제기하는 소송이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파생상품계약이 핵심 계열사의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의견을 받아들여 소송을 기각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쉰들러는 현 회장 측이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방편의 일환으로 신청한 유상증자가 허가되면서 자신들의 주식 가치가 훼손됐다며 지난해 10월 한국 정부를 상대로 3400억원 규모의 투자자-국가(ISD)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쉰들러의 항소로 개시된 2심 재판에서는 ‘경영권 유지’가 목적이었다는 쉰들러 측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현대엘리베이터 이천 본사[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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