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에 소멸위기 몰린 日농촌..."해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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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19-09-26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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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농촌 인구감소·고령화에 생활수준 하락·재정악화 악순환

  • 중앙정부 보조금 지원사격..지자체는 세금·인구 유치 경쟁

  • "불가항력 추세..농촌 소멸 인정하고 도시 집중해야" 주장도

2014년 일본에서 '소멸 가능성 도시'라는 조사 결과가 발표돼 충격을 안겼다. 민간 싱크탱크가 실시한 조사였는데 2040년이면 일본 지방자치단체 중 거의 절반이 소멸될 것이라는 불길한 예언이었다. 

예언은 현실이 되고 있다. 일본 열도 4개 섬 중 가장 큰 혼슈의 최북단 아오모리현(県)에 있는 이마베쓰정(町)이 대표적이다. 

화창한 날씨에도 거리는 스산하다. 슈퍼마켓, 식당, 카페 술집, 편의점도 좀처럼 찾기 어렵다. 많은 건물이 사람의 손길을 받지 못한 채 비어 있다. 2017년 2700명이던 인구는 2년 사이 6%(약 150명)나 쪼그라들었다. 대다수는 교육과 취업을 위해 도시로 떠난 젊은이다. 학교는 세 곳뿐인데 학생이 각각 30~40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10월 새학기엔 신입생을 한 명도 받지 못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전한 '소멸' 위기에 놓인 일본 지방 소도시의 단면이다. 젊은층의 이탈과 고령인구 증가 속에 지방을 중심으로 한 소멸 위험 지역의 확대는 이미 저항하기 어려운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日농촌 인구감소·고령화에 생활수준 하락·재정악화 악순환 

일본 농촌인구는 2018년부터 2030년까지 17%가량 급감할 것으로 유엔은 예측하고 있다. 비교하자면, 같은 기간 미국 농촌인구는 7.4% 감소가 예상된다. 독일과 이탈리아는 각각 7.3%, 15% 줄 전망이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사망하면서 그 뒤 10년 동안 일본의 인구 감소율은 매년 2%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불가리아와 알바니아를 제외하고 세계에서 가장 빠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2040년까지 일본의 인구 부족에 수백개 지자체가 완전히 소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인구감소만 문제가 아니다. 심각한 고령화는 문제를 더 악화시킨다. 젊은층의 이탈과 평균수명 연장은 농촌의 고령화를 부추기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현재 일본 농촌에서 65세 이상 고령자 비중은 37%에 달한다. 전국 평균과 비교하면 고령자 비율이 10%포인트 가까이 높다. 앞으로는 더 높아질 공산이 크다.

현재의 생활수준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학교, 식당, 상점, 병원이 사라지면서 이미 많은 농촌주민들의 삶의 질이 점점 악화하고 있다. 2002년부터 2017년까지 7000개 이상 공립학교가 일본 전역에서 문을 닫았는데, 대다수가 지방 소도시 학교였다고 한다. 편의시설 접근이 어려워지면 젊은이들이 도시로 떠날 이유는 더 늘어나는 셈이다. 

지자체 재정은 악화일로다. 이마베쓰정의 경우 연간 24억엔 예산을 쓰는데 세수가 2억엔에 그친다. 대부분을 중앙정부나 현(県)정부에서 조달한다. 부득이하게 대출을 받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재정적 부담을 키우는 일이다.
 
◆중앙정부 보조금 지원사격..지자체는 세금·인구 유치 경쟁

대다수 선진국 역시 일본과 비슷한 경로를 가고 있지만, 지방인구 고령화·과소화에 있어서 일본은 '선구자'로 통한다. 여기에 대처하는 일본의 방식은 전 세계 정책입안자들에게 교훈이 될 수도, 경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세계가 일본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이유다.

아베 정부는 지방도시 활성화를 위해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다. 지방 중소기업에서 일하거나 창업을 위해 도쿄를 떠나는 이들에게 최대 300만엔 정착지원금을 제공하고, 지방 대학이나 사업체에 다양한 보조금을 지급한다. 농촌 활성화 예산을 따로 마련하고, 외국인 노동자도 더 많이 수용하기로 했다. 납세자가 자신이 선택한 지역에 세금 일부를 내는 '후루사토노제이' 제도도 도입했다. 세금 일부를 내면 그 지역의 특산품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지자체 간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지자체는 젊은층을 유치하기 위해 무료 주택이나 보조금을 미끼로 내걸었다. 관광 활성화로 돌파구를 모색하는 지역도 있다. 도시 사람들이 별장을 짓도록 해 정기적인 방문을 유도하고 예술 작품을 새로 설치해 볼거리를 마련하는 식이다.

기본적인 편의 환경을 유지할 수 있도록 편의점이나 우체국에서 여러가지 공공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고,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를 위해 드론을 띄워 생활 필수품을 배송하기도 한다. 영상을 통한 원격 진료도 늘리는 추세다. 마키시마 가렌 가나가와현 중의원은 이코노미스트에 "도쿄에서 드론(무인기)으로 피자를 받는 건 재밌는 일인지 모르지만, 시골 어른들이 우유나 신문을 드론으로 배송받는 건 삶에서 훨씬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대책들이 농촌 소멸을 막을 수 있을지를 두고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도시인구를 유치하는 게 아니라 지방도시끼리 서로 인구를 빼앗아오기 위해 더 많은 혜택을 내걸고 경쟁하는 건 결국 제살 깎아먹기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특정 혜택에 이끌려 터전을 옮기는 경우도 별로 없다. 외국인 노동자를 더 많이 받아들인다고 해도 도시생활을 선호하긴 이들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인구감소 추세를 뒤집지 않는 한 농촌 소멸은 저항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불가항력 추세..농촌 소멸 인정하고 도시 집중해야" 주장도

블룸버그는 지금까지 일본이 다른 나라에 주는 교훈은 인구와 돈이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하는 것을 멈추는 건 불가능하다는 깨우침뿐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가 헛수고에 그칠 노력을 그만두고 거스를 수 없는 추세를 받아들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싱크탱크 중 하나인 노무라리서치 구와즈 고타로 수석 연구원은 블룸버그에 "21세기 일본이 전체를 아우르는 대신 도시 중심 국가로 재창조된다면 형편이 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마을마다 20분 거리 안에 응급시설을 유지하고 일본 전역에 가스와 수도를 계속 유지하는 건 솔직히 불가능하다. 차라리 보다 집중된 지역으로 사람들을 모으는 게 모두의 안정을 위한 방법"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구와즈 연구원은 "앞으로 도시가 미래를 주도할 것이므로 세계를 상대로 경쟁하려면 일본은 도쿄에 더 많은 자원과 힘을 실어줘야 한다"며 "도시의 렌즈를 통해 일본은 미래 계획을 다시 짜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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