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우의 프리즘] 뉴욕서 미국의 北비핵화 '새로운 방법론' 캐내라

주재우 경희대 교수 입력 : 2019-09-22 15:19
 

[주재우 교수 ]


미국과 북한이 최근 북한 비핵화 협상의 실무진을 교체하면서 협상의 새판을 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이 선수를 쳤다. 2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의 책임으로 실무협상을 이끌었던 김혁철 국무위원회의 대미특별대표를 숙청하고 7월 14일 김명길 순회대사를 임명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또한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의 해묵은 '리비아모델' 발언의 부당성을 이유로 지난 11일 그를 전격 경질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북한의 실무협상자 교체가 이뤄진 딱 두 달 만인 9월 14일에 리처드 오브라이언이 후임으로 임명됐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새로운 방법'으로 북한 협상에 임할 것을 천명했다.

트럼프의 '새로운 방법' 언급으로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실무급협상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이를 두고 트럼프가 볼턴의 강성적인 협상 방식에 불만을 노골적으로 알리면서 보다 설득력 있는 실용적인 접근전략을 준비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메시지로 풀이되고 있다. 이에 김명길 대표도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이제 세상의 이목은 트럼프의 '새로운 방법론'에 집중되고 있다. 이를 두고 북한이 주장해온 '단계적 접근방식'의 해법이 가장 유력하다는 설을 여러 매체들이 앞다투어 보도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우리 정부도 오는 11월 부산에서 개최 예정인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 위원장을 특별 초대하고 싶다는 입장을 거듭 표명했다. 이에 북한은 그러나 묵묵부답이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9월 22일 (현지시간) 뉴욕에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 기회에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진전을 일궈낼 수 있는 기반 마련에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김정은의 초청 문제를 놓고 미국의 입장과 견해를 타진해보겠다는 의미다. 김정은의 방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못하나 현재 상황에서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과거와 달리 남북관계 개선이 더 이상 북·미정상회담의 전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북·미회담을 우선시해왔고 북·미회담과 남북관계 개선을 별개로 다뤄왔다. 북한 또한 남북관계를 북·미관계에 종속적인 것으로 여기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북·미정상회담의 연내 개최 가능성은 희박하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8월 셋째 주에 전해진 김정은의 친서에 평양정상회담 개최 제안이 담겨있다고 한다. 이의 수락 여부에 대한 지난 16일 기자들의 질문에 트럼프는 시기상조라고 일축했다. 그럼에도 연내에 북·미정상회담을 갖고 싶다는 언질을 남겼다. 이때 '새로운 방법론'이 언급되었다.

북·미정상회담은 두 가지 이유로 이제 물리적으로 연내 실현 불가능한 현실이 되어 버렸다. 첫째, 트럼프가 아시아를 방문할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유일한 희망은 11월 개최 예정인 APEC정상회의였다. 회의가 아시아에서 개최되면 북·미정상회담을 ‘덤’으로 끼워 팔 수 있었다. 불행히도 올해 회의는 칠레에서 개최된다. 둘째, 지난 두 차례의 북·미정상회담을 보면 북·미정상회담의 개최는 최소한 두 달여의 준비기간이 요구된다. 아니면 지난 6월과 같이 트럼프의 아시아 순방을 틈타 판문점에서 '깜짝' 조우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도 즉흥적 만남이라고만 볼 수 없다. 판문점 기자회견에서 트럼프는 몇 달간 준비기간을 가진 결과의 만남으로 설명했다. 트럼프가 김정은을 만나고 싶은데 연내에 만나지 못할 공산 또한 매우 커 보인다.

앞으로 있을 북·미정상회담 개최의 관건은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방법론' 마련 여부에 있다. 미국은 '새로운 방법론'에 북한이 수용 가능한 제안을 담아 내야한다. 북한은 미국의 제안을 놓고 고심에 빠질 수 없다. 이를 거절할 시 더욱 강한 제재나 군사적 대응도 배제할 수 없다는 미국의 경고를 심각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방법론'의 내용을 차치하더라도 트럼프의 발언에 미뤄보면 당근과 채찍을 병행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의미다. 이런 배경 속에서 미국 제안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과연 트럼프는 새로운 전략 구상을 마련할 수 있을까. 미 전문가들은 '단계적 접근'을 가장 유력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에 따르면 이 접근 전략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나 비핵화의 최종 단계를 기다리는 것이 아닌 미국이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해 ‘동시행보’에서 해법을 찾겠다는 구상을 담고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시행보’전략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1994년의 제네바협의문이나 6자회담의 합의 또한 동시행보의 전략에 기반했다. 결과는 모두 불이행으로 종결되었다.

관건은 미국이 과거의 ‘동시행보’전략보다 더 창의적인 해법과 수순을 제시할 수 있느냐에 있다. 전례가 입증하듯 어떤 의제로 첫 단추를 꿰느냐가 최대의 관건이다. 북한의 체제 안전보장부터냐, 아니면 북한의 경제보상과 제재 완화조치 요구를 우선 충족하느냐를 결정해야 한다. 모두 미 의회의 승인을 전제한다. 현재 트럼프가 의회의 승인을 이끌어낼 가능성은 낮다. 미 의회가 획기적인 비핵화 조치를 북한의 지원과 보상의 전제조건으로 고수하기 때문이다.

현재로서 트럼프의 새로운 방식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트럼프의 예측불가능한 행보를 고려하면 세상을 놀라게 할 획기적인 방식을 제시할 수도 있다. 1차 북핵위기사태 때부터 미국이 북한 핵개발 활동과 관련하여 일관적으로 연속성을 가지고 요구한 게 한 가지 있다. 과거의 핵개발 전력과 현재 상황, 그리고 미래계획을 알고 싶어한다. 즉, 북한 핵개발프로그램의 투명성을 요구해왔다. 그래서 특별사찰을 줄곧 요구했었다. 이런 맥락에서 새로운 방식은 아마도 모든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동결하여 이의 사찰을 미국으로부터 받는 것일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의 국제기구에 대한 불신으로 사찰단은 미국이 주도할 것이다. 따라서 이번 뉴욕 한·미정상회담에서 평화프로세스에 연연하지 말고 미국의 '새로운 방법론'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것이 우선되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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