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 레이더] ‘내로남불 전형’...피의사실 공표 금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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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훈 기자
입력 2019-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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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 알 권리’ vs ‘피의자 보호’...2008년 이후 기소 0건

국민 알 권리와 피의자 보호라는 법익 사이에서 사실상 사문화된 ‘피의사실 공표죄’가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논란을 타고 이슈의 중심에 섰다.

형법상 피의사실 공표죄는 ‘검찰, 경찰 기타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가 얻은 피의사실을 공판청구 전에 공표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한다.

피의사실 공표죄는 헌법상 보장된 △무죄추정의 원칙 △재판받을 권리 등을 위해 제정됐지만, 2008년 이후 이 죄로 기소된 사건은 0건을 기록하면서 사실상 사문화됐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피의사실 공표죄는 정치권에서 회자되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전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자당이나 정치적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인물이 검찰에 의해 피의사실이 공개되면 “피의사실 공표를 하지 말라”고 주장하지만, 정반대의 상황에서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피의사실을 공표해야 한다”고 하기 때문이다.

실제 피의사실 공표로 논란이 됐던 대표적 사건들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논두렁 시계’ 사건 △2011년 은진수 감사위원 금품수수 △2012년 국정원 댓글 사건 △2017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2018년 이명박 전 대통령 뇌물수수 의혹 △2019년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의혹 △2019년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딸 KT 채용비리’ 등이다.

해당 사건들을 두고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여야는 피의사실 공표를 두고 설전을 벌여왔다. 2008년 이후 여야는 사문화된 피의사실 공표죄를 실효성 있게 바꾸자는 취지의 법안들을 꾸준히 국회에 제출했지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서도 피의사실 공표죄의 '사문화를 방지하자'는 취지의 법안이 나왔다. 지난 6월 정갑윤 한국당 의원은 ‘김성태 의원의 딸 KT 채용비리’ 관련한 검찰의 수사 내용이 언론에 수시로 공개되자 피의사실 공표죄를 강화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정 의원은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피의자의 혐의사실 등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헌법상의 무죄추정 원칙이 유명무실할 뿐만 아니라 피의자의 인격권 및 명예권 등이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피의사실 공표죄와 별도로 수사기관의 ‘공표행위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법에 명시하자는 내용이다. 현재 해당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돼 심사를 앞두고 있다.

최근에는 법무부가 ‘피의사실 공표’를 사실상 제한하는 수사 공보준칙 개정에 나서 논란이 됐다. 18일 당정이 수사 공보준칙 개정을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 수사가 마무리된 이후 시행하기로 하면서 일단락됐다.

그러나 한국당은 당정과 법무부가 ‘국민의 알권리를 박탈하려는 공보준칙을 만들려고 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김현아 한국당 의원은 국회가 정부의 행정입법을 감시하고 수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이날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정부의 행정입법을 심사하고 상당한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행정기관의 장에게 시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해당기관 장(長)은 3개월 내에 처리결과를 상임위에 보고해야 한다.

만약 행정기관 장이 시정요구를 받고도 기간 내에 처리결과를 보고하지 않으면 본회의에 부의해 그 효력을 상실토록 했다.

김 의원은 “피의자 조국 장관의 공보준칙 개정 꼼수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권이 국회를 패싱하고 행정입법을 통해 국회의 입법권을 무력화시키려는 시도가 도를 넘고 있다”며 “이번 개정안을 통해 정권의 입맛대로 행정입법이 악용되지 못하도록 정당한 국회의 권한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하는 조국 장관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조국 법무부 장관이 18일 오전 국회에서 주승용 국회부의장,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 예방을 마치고 의원회관으로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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