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리틀DJ’ 한화갑 “최악의 정국 운영…여야 기생충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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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기자
입력 2019-09-13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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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해찬, 유신독재와 싸웠던 사람의 기질인가?”

  • “노무현 후배들 대립 극복하는 정치 하고 있나”

  • “황교안, 지도자 감 아냐…하자는 대로만 해”

한때 ‘리틀DJ’로 불렸던 한화갑 한반도평화재단 총재가 문재인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한 총재는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과 관련, 여야 정치권을 ‘기생충’에 비유하기도 했다. 한 총재는 “정치는 차악이라지만 최악 이상의 범죄적인 정국 운영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16대 대선 당시 민주당 대표를 역임했던 그는 노 전 대통령과 숱한 갈등을 겪었다. 그는 이제는 “내가 2019년에 와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재평가한다”며 “누가 노무현의 해방 61주년 경축사를 보내왔더라. 해방 이후 대립의 정치를 극복하자고 얘길 하더라. 내가 그 말을 듣고 공감했다”고 했다.

이어 “지금 노무현의 후배들이 정권을 잡았는데 대립을 극복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느냐”며 “패거리 정치의 표본”이라고 비판했다.

한화갑 총재를 10일 경기도 수원의 한 음식점에서 만났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둘러싸고 여야 정치권이 극한 갈등을 겪고 있다. 현 여권을 어떻게 평가하시나.

“지금 정치는 내가 볼 때 수준 미달이다. 국가 경영의 지표나 정국 운영의 지혜를 찾아볼 수가 없다. 지금은 정의의 기준이 없어졌다. 내 편을 편드는 게 정의다. 누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해방 61주년 경축사 유튜브 동영상을 보냈더라. 내가 노무현의 말을 듣고 공감했어. ‘해방 이후 이념 대립하고, 친일·반일 대립하고, 그다음에 국내에서 민주화투쟁 세력과 독재 세력이 대립하고, 이러다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대립하고, 이렇게 극과 극의 대립인데 이걸 극복하자’고 얘길 하더라고. 지금 노무현의 후배들이 정권을 잡았는데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나? 동양대 총장이 (조국 딸에게 수여된 표창장이) 가짜 표창장이라고 하는데 그걸 합법화시키는 게 이 집단들이다. 정의의 기준이 뭔가? 나한테 이로운 게 정의가 됐다. 어떻게 국민의 양심이 제대로 발휘되겠나. 정치는 최악을 버리고 차악을 택하는 것이라지만 최악 이상의 범죄적인 정국 운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조 장관 인사청문회는 보셨나.

“청문회를 보니까 어느 지역의 국회의원이란 사람들이 주민의 대표가 아니라 꼬붕 노릇을 하고 있더라. 이해찬이 보라고. 이것이 감옥살이하고 유신독재와 싸웠던 사람의 기질이야? 지금 보면 원내총무(이인영 원내대표)가 김근태 계열이여. 지금 그 양심이 독재하고 싸웠던 전대협 의장의 양심이야? 지금 이걸 옹호하는 거야? 자기들이 과거에 야당할 때 주장한 것은 지금 여당이 돼서 부인해버렸더군. 야당이나 여당일 때의 일관성이 없다. ‘어떻게 이걸 합리화시키고 내 이익을 옹호하느냐’ 이것이 원칙이 됐다. 참 이래갖고 국민을 위한 정치가 되겠냐는 말이야. 정치의 요체는 간단하다. 국민을 평안하게 하고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면 된다. 국민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그걸 해주면 된다. 지금 권력자들은 내가 원하는 걸 국민이 따라오라 이거야. (권력을) 위임받은 게 아니라 내 거라는 거야. 이것이 문제라고 나는 생각한다.”

-야당은 어떻게 평가하시나.

“한나라당 사람들이 DJ 10주기 때 와서 ‘(DJ는) 정치 보복을 안 하셨습니다’ 그러더라. 그걸 인제사(이제야) 알았어? 그걸 인제사 알았느냐 말이야. 저거(자기들) 같으면 전두환을 사형 시키려고 했는데 사면복권 시켜 석방해주겠나? 거기서 교훈을 얻어야 된다. 황교안은 지도자가 아냐. 깃발을 들고 나를 따르라고 앞장서서 끌고 가야 돼. 그래야 지도자인 거야. 근데 원 오브 뎀(one of them)이야. 그 사람들 중의 하나야. 하자는 대로 하고 있어. 그래서 지도력이 없는 거야. 기생충이라는 영화를 봤는데 어떻게 보면 전부 기생충이야. 그 집단의 기생충이야. 그래서 지도자가 될 수 없는 거야. 정치가 바로설 수 없는 거야.”

-‘기생충’이라는 게 어떤 의미인가.

“내가 옛날에 정치할 때는 내 집단의 이득을 생각하고 김대중 대통령한테 마이너스 되는 일은 안 했어. 내가 정치를 그렇게 한 거야. 그러니까 한화갑이 정치인으로 독립될 수가 없는 거야. 한화갑이는 김대중 대통령의 부속품이야. 더 나쁘게 말하면 DJ의 기생충이야. 지금은 그것을 내가 깨달은 거야. 정치를 할 때는 내가 주체가 돼야 내 정치가 있는 거야. 그러나 기생충이 되면 원 오브 뎀이고 누구의 꼬붕이고 지도자가 못 되는 거야. YS나 DJ 두 분 모두 훌륭한 대통령이고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다고 하지만 실세는 있었다. 그런데 지도자는 없었어. 밑에 지도자가 탄생할 수가 없었어. 정치는 아무리 큰 정치 지도자라도 사람을 키워주기 위해 사람을 쓰는 게 아냐. 내 정치를 하는데 필요해서 쓰는 거야. 그러다가 내 취향 안 맞으면 잘라버려. 저놈이 독립하려고 하면 조져버려. 그렇기 때문에 기생충 노릇을 하면서는 지도자 될 수가 없어. 내가 대통령이 못 된 건 당연한 거야. 그래서 크고 작은 지도자가 많아야 정치가 선의의 경쟁이 되고 발전한다고 본다. 김근태는 후배지만 좋아했어. 김근태의 계보에 속한 사람들, 지금 김근태가 살아있다면 그 사람들보고 ‘네가 내 계보 자격이 있느냐’ 그럴 거야. 김근태는 DJ한테도 바른말 하면서 달려들었다. 노무현한테는 ‘계급장 떼자’고 했어. 지금 김근태 계보 중에 문재인에게 계급장 떼자고 하는 사람 있나. 이래서 되겠어?”
 

한화갑 한반도평화재단 총재가 10일 경기도 수원의 한 음식점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김도형 기자]

한 총재는 지난 2012년 대선에서 한광옥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경재 전 한국자유총연맹 총재 등 동교동 인사들과 함께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다만 다른 두 사람과 달리 새누리당에 입당하지 않았고 특별한 공직에도 나서지 않았다.

-다른 동지들의 반대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를 선언했었는데.

“그때 조건이 있다고 박근혜를 만나서 그랬지. ‘내가 DJ를 만든 사람 중에 하나고, 노무현도 내 이름이 적힌 공천장으로 대통령이 됐는데, 내가 대통령 후보라고 당신 선거운동하고 다니면 그게 체면이 서겠냐, 지지 선언까지는 해줄 수 있다’고 했지. 처음에는 내가 거절했다. 그때 ‘전라도 사람들 차별하지 말고 등용해라, 전라도 지역 개발에 대해 신경을 써주라’고 공약 사항을 몇 개를 줬다. 그걸 박근혜가 광주에 가서 공약했다. ‘한화갑 대표하고 약속해서 내가 이렇게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래서 내가 지지 선언을 해줬다. 그게 끝이야. 나를 그렇게 만든 사람들은 전라도 사람들이었어. 나한테 와서 ‘우리는 DJ 빽도 없고 공무원들 다 죽게 생겼다, 기댈 언덕이 없다, 당신이 나서서 구제해줘야 된다’고 하더라. 내가 전라도 사람으로 역할을 한 거다. 그래서 지지 선언을 해줬다. 내 정치 인생은 끝났고, 전라도를 위해서 마지막 봉사를 하려고 한 거야. 그래서 내가 이거라도 고향 사람에 도움 주겠다고 했는데 전라도 사람들은 내 뜻을 몰라줘.”

한 총재는 인터뷰 중 ‘통합’과 ‘화합’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한국에서 화합하면 갑종”, “한마음으로 화합하여 갑시다”며 자신의 이름을 풀이해 준 인사들과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에게 김대중 정부의 가장 큰 장점을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물었다.

“DJ는 국민 통합을 주장했고 지역 차별 철폐를 주장했다. 우선 첫 조각에 경상도 사람을 데려다가 비서실장을 시켰다. 두 사람을 시켰다. 김중권과 이상주. 그리고 향피제(鄕避制)를 했다. 부처의 장관이 전라도 사람이면 차관은 전라도 사람을 안 시켰다. 자유민주연합과의 연합정부였지만 전라도 사람은 국무총리를 안 시켰다. 좌파·우파 하는 통념상으로도 통합을 강조했다. 초대 통일부 장관을 보수원조인 강인덕씨에게 맡겼다. 그뿐인가, 경남대 총장하는 박재규씨에게도 통일부 장관을 맡겼다. 예산을 편성할 때는 각 시·도지사를 청와대에 초청해서 희망사항을 다 받았다. 그걸 토대로 해서 예산을 편성했다. 이념을 초월했고, 지역을 초월했다. 지금은 국회의원들이 다 장관으로 가지만 DJ는 의원이 장관으로 갈 때는 의원직 내려놓고 오라고 했다. 그렇게 원칙을 갖고 국정을 운영했다. 김대중-오부치 선언 때는 어느 정권에 봉사했느냐를 따지지 않고 일본통들을 불러다가 전부 의견을 청취했다. 그래서 오부치 선언이 나온 거다. DJ는 어떤 걸 추진하겠다고 생각해도 그걸 뒷받침하는 여론을 전부 청취한 거다. 정말 요순시대의 얘기지.”

팔순을 넘긴 노(老) 정객은 정정했다. 혈색은 좋았고 표정은 맑았다. 매일 운동을 한다며 팔 근육을 과시하기도 했다. 요즘엔 한반도평화재단 총재로 정·경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인재 육성에 매진하고 있다. 정·경 아카데미는 4기 수료자를 내고, 5기를 모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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