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韓, 경기부양 위한 과감한 재정정책 펼쳐야"

조득균 기자입력 : 2019-09-09 14:27

폴 크루그먼 교수는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2019년 경제발전 경험 공유사업(KSP) 성과 공유 컨퍼런스'에서 이같이 밝혔다. [사진=기재부 제공]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Paul Krugman) 뉴욕시립대 경제학 교수는 한국은 세계 경기침체에 대비해 단기적인 경기부양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나라는 확장재정에 필요한 예산이 충분한 만큼 과감한 재정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폴 크루그먼 교수는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2019년 경제발전 경험 공유사업(KSP) 성과 공유 컨퍼런스'에서 이같이 밝혔다.

크루그먼 교수는 "중국은 그간 신용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끌어 오면서 중국 정부가 개입해 여러 불안 요소를 막아왔다"며 "무역분쟁 자체가 확대되면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티핑 포인트는 작은 변화들이 어느 정도 기간을 두고 쌓여 작은 변화가 하나만 더 일어나도 갑자기 큰 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 상태가 된 단계를 말한다.

크루그먼 교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배운 교훈은 위험요인이 어디든 숨어있다가 갑자기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유럽의 경기불황이 이미 시작돼 세계 경제를 침체시키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일본은 재정확대 정책이 효과를 얻지 못했다'는 질문에 "현재 글로벌 경제가 악화되고 있어 지금은 장기 전망보다 즉각적인 조치가 더 필요하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경기부양, 확장재정에 필요한 예산이 충분히 있다"고 했다. "일본은 과거 재정정책을 했음에도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줬으니 한국은 이를 되풀이 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대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선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는 직접적인 요인은 국제 교역시장의 분란"이라며 "간접적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인데 기업의 입장에서 미래를 예측할 수 없어 투자를 꺼리게 된다"고 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어 "합리적인 기업이라면 투자를 결정하지 않고 관망하는 것이 옳은 선택"이라며 "자본지출이 약화된 상태에서 정부가 정책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해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를 국산화하는 조치를 취한데 대해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크루그먼 교수는 "장기적인 측면의 경제성장에 있어서 이런 분란은 좋지 않다"며 "한국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는 "최저임금 상승은 소비자들의 지출을 늘릴 수 있고 지출 여력이 있는 사람들이 돈을 더 쓰게 한다"면서도 "지금은 이런 긍정적인 영향이 크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세계 경기전망이 어두운 때에는 공공지출이 늘어나는 것이 더 좋다. 정부의 재정정책 확대가 최저임금 상승보다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앞선 기조연설에서도 공공투자를 강조하며 "지금은 민간투자가 부족해지는 시기로 이제는 공공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한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글로벌 변동성 확대는 경험과 정보가 부족한 개발도상국에 더 큰 시련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2019년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SP) 성과공유 콘퍼런스' 개회사에서 "지식공유는 점차 확대되고 있는 불확실성을 극복하는데 기여하는 영역까지 확장돼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홍 부총리는 "최근 세계 양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와 함께 자국 이익을 앞세운 무역 분쟁도 심화하고 있다"면서 "노딜 브렉시트로 인한 글로벌 시장충격 우려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역·투자상 주요 협력국에 대한 일방적 수출규제 조치로 인해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투자 질서를 위협할 뿐 아니라 글로벌 가치사슬을 교란함으로써 세계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홍 부총리는 "이러한 글로벌 변동성의 확대는 경제위기 발생 시 경험과 정보가 부족한 개도국에 더 큰 시련을 줄 수 있다"면서 "경제위기 극복의 경험이 있는 국가들의 사례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적극적으로 공유해 개도국들이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지혜를 얻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식공유가 국제사회의 지속가능한 번영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개발·발전을 위한 협력에서 나아가 혁신적 포용을 확산시켜 나가는 데 기여해야 한다"며 "제도·정책의 변화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국가 간 경제협력을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한국 정부는 협력국 경제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문에 대해 법·제도의 개선, 인프라 구축 사업의 종합자문 및 전문인력 양성 등을 중장기에 걸쳐 포괄적으로 지원하는 경제협력 파트너십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제도혁신과 구체적 경제협력을 연결하는 성공사례를 만들어가고자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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