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송환법 철폐 후 ‘첫 주말 시위’... 中-국제사회 대립 격화

곽예지 기자입력 : 2019-09-08 17:43
규모 줄었지만 과격... 시위대 사망설로 '혼돈' 中, 국제사회 비난에 "내정 간섭" 반발 계속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철폐를 선언했지만, 홍콩의 시위는 14주째 이어졌다. 규모는 줄었지만, 시위대는 한층 과격해 졌으며, 시위를 둘러싼 중국과 국제사회의 긴장감도 깊어지고 있다.

◆시위대 사망설로 분노...시위대·경찰 충돌 이어져 

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MCP)에 따르면 전날 저녁 무렵 몽콕 지역에 있는 프린스 에드워드 지하철역 앞에는 검은 옷을 입은 시위대 수백명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인근 몽콕 경찰서 앞 도로를 점거하고 거리 시위를 벌였으며 일부 시위대는 거리에서 물건을 쌓아 불을 붙이기도 했다

지난 주처럼 대규모 시위는 없었지만 프린스 에드워드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도시 곳곳에서 산발적 시위는 계속됐다.

송환법 철회에도 홍콩 시민들의 분노가 사그라지지 않는 것은 지난달 31일 경찰이 이곳에 최정예 특수부대 '랩터스'를 투입해 시위대 63명을 한꺼번에 체포할 당시 발생한 강경진압 때문이다. 당시 경찰 진압장면을 촬영한 영상을 보면 경찰들은 지하철 열차 안까지 들어가 시위대들에 곤봉을 휘두르는 등 폭력을 가했다.

부상자들의 병원 이송도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시위대들 주장에 따르면 경찰들은 부상자 치료를 거부했고, 상태가 위중한 부상자들도 병원 이송에만 3시간이 걸렸다.

게다가 이 진압과정 중 시위대 3명이 사망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시위대들의 분노는 격화했고, 지하철 역에는 이들을 추모하는 장소가 마련되기도 했다. 프린스 에드워드 지하철역이 시위의 새로운 중심지로 떠오른 이유다.

이에 따라 홍콩 정부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6월 이후 시위 진압 과정에서 숨진 시민은 한 명도 없다고 사망설을 반박했지만 시민들은 이를 믿지 않고 있다.

다만 이번 주말 시위는 지난주에 비해 눈에 띄게 규모가 줄었다고 SCMP는 설명했다. 4일 홍콩 정부의 송환법 철폐 선언 이후 일부 시위대들이 홍콩 갈등을 관망하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하지만 홍콩 시위대들은 송환법 철회를 포함한 5대 요구사항이 모두 관철될 때까지 시위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홍콩 시위대의 5대 요구 사항은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다.

◆홍콩시위대, 국제사회 지지 끌어내려 美대사관앞 행진

시위를 둘러싼 국제사회와 중국의 입씨름도 계속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유럽을 순방 중인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국 정부를 향해 홍콩 시위 개입을 자제하라고 경고했다.

중국을 방문 중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리커창 중국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홍콩 시민의 권리와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면서 “대화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며 최근 상황에서 폭력만큼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측은 홍콩 시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간섭’을 중단하라고 반발했다. 데 천쉬(陳旭) 제네바 유엔본부 주재 중국 대표는 제네바 인권이사회 회의에 앞선 브리핑에서 "홍콩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며 그 어떤 외부 세력의 간섭도 용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천쉬 대표는 "폭력을 막고 질서를 회복하자는 게 홍콩 각계의 공감대며 가장 강력한 호소"라면서 "중국 중앙 정부와 홍콩 전체 시민은 홍콩이 조속히 질서를 회복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홍콩 시위대는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8일 시위대는 미국 대사관 앞으로 행진하며 미국 의회에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 통과를 요구했다. 이 법은 홍콩의 민주화 및 인권을 탄압한 중국 또는 홍콩 관리들을 제재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홍콩의 미국과의 무역 지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날 행진에 참가한 시위대 중 한 명은 SCMP에 “홍콩은 중국에 맞서고 있다”며 “우리의 싸움을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서는 홍콩 시위가 올해 중국 최대 행사인 10월 1일 신중국 건국 70주년 이후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6일 홍콩 몽콕에서 시위대가 바리케이드를 불태우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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