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백색국가 제외 강행] 韓·日, '이열치열' 속 접점 찾기는 '시대적 과제'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이경태 기자
입력 2019-08-29 01: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밖으론 '이열치열(以熱治熱)', 속으론 '와신상담(臥薪嘗膽)'

  • "'단교(斷交)' 아니라면, 협상 여지 찾아라"

결국 강대강 대치가 현실화됐다. 기습적인 일본의 반도체 분야 부품 소재 수출 규제에 이어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 제외 결정, 우리나라의 지소미아(·GSOMIA·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까지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가 전개됐다. 28일 결국 일본이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민간에서 시작된 일본 상품 불매운동은 여전히 확산되는 분위기다. 양국 간 평행선 행보의 끝이 보이질 않는다. 

다만, 양국 모두 단교(斷交)에 이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경제·외교·안보·정치 등 분야에서 양국이 떠안아야 할 피해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경기침체를 넘어 경제위기 우려 등 커다란 파도를 앞둔 상황에서 필요없는 짐을 내려놔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진다. 양국 간 접점에 도달할 수 있는 묘안 찾기가 절실하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이어진다.

밖으론 '이열치열(以熱治熱)', 속으론 '와신상담(臥薪嘗膽)'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우리나라 정부의 선택은 확고하다. 정부는 '다시는 지지 않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을 통해 일본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했다. 지난 2일 일본 각의가 우리나라를 일본의 백색국가 목록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한 뒤, 우리나라 정부의 행보는 일본에 대한 백색국가 제외, 지소미아 폐기로 이어졌다.

주권국가로서 일본에 대한 우리나라의 백색국가 제외는 어느 정도 예견됐던 조치로 평가된다. 이와 달리, 지소미아 폐기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당초 예상하지 못했던 결단이라는 평가도 들린다. 그만큼 상황이 엄중했다. 

일본의 경제보복성 규제에 맞서 동일한 조치인 백색국가 제외는 일본사회에 경제적 피해를 주지 못한다는 시각에 힘이 실린다. 그렇다 보니 일본에 대응하기 위한 카드로 지소미아 폐기가 추가됐다는 의견도 들린다.

이에 대해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28일 "안보문제와 수출규제 조치를 연계시킨 장본인은 바로 일본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지적하고자 한다"며 "한·일 지소미아는 양국 간 고도의 신뢰관계를 기초로 민감한 군사정보를 교환하기 위한 것으로, 일본의 주장처럼 한·일 양국 간 기본적인 신뢰관계가 훼손된 상황에서 지소미아를 유지할 명분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우리의 국익을 위한 외교적 공간을 창출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병행해 한국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대책 마련도 활발하다.

특히, 내년 513조원가량의 역대 최대 규모 예산안을 마련한 청와대, 정부, 여권은 한국 산업의 기틀인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의 경쟁력 확보에 예산을 쏟아붓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일본 수출규제 대응 당·정·청 상황점검 및 대책위원회 2차 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마친 뒤 좌석에 앉고 있다. [연합뉴스]


28일에는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소재·부품·장비 공급망 조기 안정과 상용화를 위해 내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정부 예산 5조원 이상을 투입하기로 했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추경 예산인 2732억원도 시급히 추진할 사업에 지원된다. 


"단교(斷交) 아니라면, 협상 여지 찾을 때"

양국 간 경색국면이 장기화될 경우엔 글로벌 경제뿐만 아니라 한·일 경제에도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안길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자칫 양국 관계가 단교로 치닫게 될 경우, 동북아 경제·외교·안보는 또 다른 혼란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수 있다. 

양국 간 명분 싸움이 치열해질수록 양국 경제와 안보 분야가 특히 휘청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렇다 보니 일본의 대응에 대한 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분석도 요구된다.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의 백색국가 배제 조치로 최악의 경우, 일본으로부터 전략 물자 수입 시 90일까지 걸릴 수도 있다. 다만, 일본 전문가들은 일본이 우선 3대 수출 규제 품목 중 포토레지스트를 허가하는 등 규제를 다소 푼 점과 백색국가 배제 시 최악의 상황이 아닌, 4~5주의 기한을 둘 수 있다는 점 등에 대해 정부가 면밀히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강철구 배재대 일본학과 교수는 "일본과의 맞대응 속에서 일종의 숨고르기를 할 수 있는 시기가 필요할 것"이라며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은 바람직하더라도 상황을 최악으로 몰고가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WTO 제소로 푸는 방법은 3~4년의 오랜 시일이 필요하기 때문에 해결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외교적인 해결법이 필요하나 보다 세련된 당국 관계자의 접근법과 대응책 등이 보다 더 연구돼야 할 것이며, 아마추어식 대응은 한국 경제엔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안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