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눈]'흔들 수 없는 나라' 文경축사에 작심하고 흔드는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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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논설실장
입력 2019-08-16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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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이상국 논설실장의 '뉴스의눈']지난 14일 광복절 전날, 아주경제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경축사 내용에 관해 청원하면서, 일본에 대해 불필요한 자극을 할 수 있는 말을 삼가는 게 좋겠다고 했는데(과연 대통령은 그 부분에 조심을 하신 것 같다), 이제 보니 북한에 대해 불필요한 자극을 할 수 있는 말을 삼가는 게 좋겠다는 내용을 좀더 강조해 표현했어야 하는 걸 그랬다.

평화경제란 말은, 우리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북한의 뜻과 잘 맞춰야 하는 일인데 이쪽에서 일방적으로 주창하는 걸 김정은이 달갑게 여기긴 어렵다. 그들은 한국이 이런 방식으로 남북관계를 주도하면서 앞서 나가는 것을 불편하고 불안하게 여기는 것 같다. 미국과의 협상을 앞두고,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를 별도 관리하겠다는 선언을 하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북한은 한미 군사훈련과 연계하여, 광복절 전의 대남 비방 기조를 최고조를 끌어올렸다. 작심한 듯 하다. 남조선 당국자들과 더이상 할 말도 없으며 다시 마주 앉을 생각도 없다며, 험악한 쐐기를 박고 있지 않은가. 다음은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오늘 쏟아낸 말이다.

“남조선 당국이 이번 합동군사연습이 끝난 다음 아무런 계산도 없이 계절이 바뀌듯 저절로 대화국면이 찾아오리라고 망상하면서 앞으로의 조미(북미)대화에서 어부지리를 얻어보려고 목을 빼 들고 기웃거리고 있지만 그런 부실한 미련은 미리 접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남조선 당국자가 최근 북조선의 몇 차례 ‘우려스러운 행동’에도 불구하고 대화 분위기가 흔들리지 않았다느니 북조선의 ‘도발’ 한 번에 조선반도가 요동치던 이전의 상황과 달라졌다느니 뭐니 하면서 광복절과는 인연이 없는 망발을 늘어놓았다. 지금 이 시각에도 남조선에서 우리를 반대하는 합동군사연습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때에 대화 분위기니 평화경제니 평화체제니 하는 말을 과연 무슨 체면에 내뱉는가 하는 것이다. 전쟁 시나리오를 실전에 옮기기 위한 합동군사연습이 맹렬하게 진행되고 있고 반격훈련이라는 것까지 시작되고 있는 시점에 버젓이 북남 사이의 대화를 운운하는 사람의 사고가 과연 건전한가 하는 것이 의문스러울 뿐이다. 정말 보기 드물게 뻔뻔스러운 사람이다. 아랫사람들이 써준 것을 그대로 졸졸 내리읽는 웃겨도 세게 웃기는 사람이다. 남조선 국민을 향해 구겨진 체면을 세워보려고 엮어댄 말일지라도 바로 곁에서 우리가 듣고 있는데 어떻게 책임지려고 그런 말을 함부로 뇌까리는가.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 이행이 교착상태에 빠지고 북남대화의 동력이 상실된 것은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자의 자행의 산물이며 자업자득일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을 마친 뒤에 차를 마시며 목을 축이고 있다. 2019.8.12 scoop@yna.co.kr



경축사를 발표한 문대통령을 향해 "보기 드물 게 뻔뻔스러운 사람" "웃겨도 세게 웃기는 사람" "어떻게 책임지려고 함부로 뇌까리는가" 따위의 욕을 퍼부으며, 인내심을 시험한다.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대통령을 향해, 일단 북한이 세게 흔들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향후의 남북회담까지 일단 보이콧하는 선언도 했다. 이게 대통령 경축사에 대한 가장 신랄하고 심각한 논평이 되는 게 아닌가 싶어 걱정이다. 이 리얼리티와 희망적 미래의 격차를 냉혹하게 인식하는 것이, 현재로선 시급한 당면과제가 아닐까 싶다. 

                                이상국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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