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리 모인 소재·부품업계…"R&D 정책 전환 필요" 한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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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현 기자
입력 2019-08-07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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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총·과기한림원·공학한림원 '일본 수출규제 대응 토론회' 공동 개최

일본이 반도체 소재 3종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하자 학계와 산업계, 정부가 머리를 맞댔다. 특히 정부의 방향성 있는 기초과학 연구개발(R&D) 정책 필요성이 대두됐다.

7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한국공학한림원,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에 대한 과학기술계 대응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과학기술 R&D 정책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박영수 솔브레인 부사장은 "지난 20년 동안 5조원을 쏟아부었지만 보편적 기술이 적용된 것들만 국산화됐다"며 "국산화라는 단기적 성과에 치우쳐 기초과학 육성에 소홀히 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어 "예산 규모 보다는 집행 방식이 중요하다"며 "정권이 바뀌더라도 유지되도록 컨트롤 타워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종수 메카로 부사장도 "한국은 반도체 경쟁력을 확보해 후대에 물려주는 생태계 육성에 미온적이었다"며 "중국은 소재, 부품, 장비 등 후방산업을 전략적으로 키우는 것과 비교하면 아쉬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주현상 금호석유화학 팀장도 기초연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금호석유화학은 90년대부터 포토레지스트를 연구해왔다. 2010년에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7%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그러나 원재료에 대한 지속적인 기초연구가 부족해 일본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뒤쳐졌다.

주 팀장은 "소재를 생산하는 민간기업은 현업 위주의 연구보다는 미래시장을 내다보는 기초연구가 필요하다"며 "정부는 민간기업이 투자하기 쉽지 않은 고가의 장비 인프라 구축과 칩메이커와의 연결을 코디네이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장 국내에서 개발이 어려운 기술은 외부에서 사오는 방법도 제시됐다.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의 진공펌프를 제조하는 엘오티베큠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엘오티베큠은 독일에서 기술을 이전받아 사업을 시작했다. 김호식 엘오티베큠 사장은 "2000년대 초반 '국가신성장동력' 과제의 일환으로 진공펌프를 개발했고 지금은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엘오티베큠의 시장점유율은 30%에 달한다.

이현덕 원익IPS 대표는 "글로벌 회사와 비교해 장비업체 규모는 10분의 1도 안된다"며 "대기업도 한국 장비업체를 국산화 파트너라기보다는 설비 이원화의 파트너로 여겼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소재와 부품, 장비 수준을 같이 올려야 전체 공급망이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태성 성균관대 교수는 "교수들은 연구 성과로 업적을 평가받는 구조인데 기존에 존재하는 기술을 따라잡기 위한 연구는 영향력 있는 연구지에 실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지선 변호사는 "과학기술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며 "R&D 특별예산이나 예비비를 책정할 근거가 없어 긴급한 상황에 추가경정예산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에서도 R&D 관련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성수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이달 말 R&D에 대한 내용을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하겠다"며 "R&D에 특화한 별도 대책도 초안을 작성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사진=한국과학기술한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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