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위한 통로…방송대 ‘우리 시대를 이해하기 위한 현대 명저 106선’ 선정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윤상민 기자
입력 2019-08-05 01: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국문학부터 치의학까지 다양한 전공 교수 57인 추천

  • 현재적 의미 탐색에 무게 두고 근대세계의 변화 이해하는 책 골라

(왼쪽부터)김태성 방송대 교수, 유현주 연세대 교수, 정준영 방송대 교수, 진태원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선임연구원, 이권우 경희대 특임교수[사진=방송대 ]

토머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 미셸 푸코의 ‘감시와 처벌’,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 최인훈의 ‘광장’,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

방송통신대(방송대) 학보 ‘KNOU위클리’가 ‘우리 시대를 이해하기 위한 현대 명저 106선’(현대 명저 106선) 최종 목록을 발표했다. 전국의 각 전공 분야 교수 57명이 목록 선정에 참여했다.

방송대는 현대 명저 106선 선정을 위해 우선 방송대, 서울대 등 주요 대학의 권장도서, 추천도서 목록과 해외 대학의 고전목록을 참고해 20세기 이후 발표된 ‘추천후보 목록 200권’을 작성했다.

이렇게 작성된 200권의 후보 목록은 국문학에서부터 치의학까지 전국의 각 전공 분야 교수 57인에게 메일로 발송됐다. 3주간의 검토기간 후 교수들이 회신한 목록으로 2차 목록이 만들어졌다.

57인의 추천 교수들은 ‘현대 명저 106선’ 목록 작업에 “교육기관으로서 교양의 형성을 돕는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적극 공감하면서, 건네받은 목록 외에도 추가해야할 책들을 덧붙였다.

이렇게 정리된 2차 목록은 최종 선정위원에게 메일로 전해졌다. 최종 선정위원에는 미국 코넬대에서 식물병리를 전공한 김태성 방송대 교수, 독일 훔볼트대에서 매체이론을 연구한 유현주 연세대 교수, 서울대에서 사회학으로 학위를 받은 정준영 방송대 교수, 서울대에서 스피노자를 연구한 진태원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선임연구원, 출판평론가로 일하고 있는 이권우 경희대 특임교수가 참여했다.

◆명저의 기준? 당대 사회 대표성과 미래 준비하는 사유의 대응

선정위원들은 ‘현대 명저 106선’ 선정 기준으로 △당대 사회의 대표성 △근대세계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지적 고투 △미래를 준비하는 사유의 대응 등을 꼽았다.

애초에는 ‘100선’이 목표였지만, 선정위원들은 ‘100선’에 얽매이지 않고 좋은 책을 찾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인문·사상 30종 △사회과학 25종 △자연과학 21종 △문학예술·기타 30종 등 모두 106종을 최종 선정했다.

장편 대하소설은 개인의 선택 영역으로 두자는 의견에 ‘토지’(박경리), ‘태백산맥’(조정래) 등이 이번 목록에서 빠졌다. 대신 한국의 오늘과 광주민주화운동을 그려낸 한강의 ‘소년이 온다’가 한국사회의 부정의와 불합리성을 교정해줄 수 있다는 점을 높이 사 최종목록에 올랐다.

해외문학에서는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과 카프카의 ‘변신’ 등이 2차 목록에 올랐지만, 선정위원들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너무나 익숙한 작품 대신 좀더 새로운 문제의식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대체하자는 것이었다. 그 결과 ‘콜레라시대의 사랑’(마르케스), ‘심판’(카프카)으로 대체됐다.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 대신 ‘넙치’가, 토마스 만의 ‘마의 산’ 대신 ‘베니스에서의 죽음’이 선정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또 하나의 특징은, 대표성 있는 대작과 함께 입문서를 같이 제시했다는 것. 난해하기로 이름난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 사르트르의 ‘존재와 무’, 들뢰즈·가타리의 ‘천개의 고원’, 페르낭 브로델의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월러스틴의 ‘근대 세계체제’, 그리고 케인스의 ‘고용·이자·화폐에 관한 일반이론’ 등은 각각 입문서로 ‘형이상학이란 무엇인가’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 ‘대담’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읽기’ ‘월러스틴의 세계체제 분석’ ‘평화의 경제적 결과’를 첨부했다.
 

[표=방송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대신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
자연과학 분야에서는 ‘과학혁명의 구조’(토머스 쿤)가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지만, 선정위원들은 ‘어떤 목록에도 있는’ 이 책을 끝까지 고심했다. 국내 저자의 책으로는 장회익의 ‘삶과 온생명’, 전상운의 ‘한국과학사’가 약진해 최종목록에 올랐다.

교수들로부터 복수의 추천을 받았던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는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에 가로막혀 최종목록에 들지 못했다. 선정위원인 이권우 경희대 특임교수는 “‘총·균·쇠’를 읽었다면, 굳이 읽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총·균·쇠’의 일부를 확장한 내용이다”라고 평가했다.

선정위원장인 정준영 방송대 교수는 “현재 우리의 사고틀을 형성하는데 영향을 끼쳤던 책, 사고틀을 넘어서는 데 기여하는 책들을 명저로 삼아 최종 106권을 선정했다”며 “이 명저 목록이 지식의 확장이란 점에서, 나아가 교양의 완성이란 점에서 교육현장에서 풍요롭게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현대 명저 106선’은 방송대 학보 ‘KNOU위클리’가 평생고등교육시대 지식생태계의 빠른 변화에 대학생과 일반 시민이 능동적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교양과 지식의 확장을 돕기 위해 마련한 기획이다. 디지털 초연결사회로 변화한 21세기의 지적 기원과 변화의 방향을 전망할 수 있게 동시대의 저작에 좀 더 주목, 20세기 이후에 발표된 책을 대상으로 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