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크레인 2차 총파업 초읽기]"다 죽는다"vs"믿을 수 없는 임의적 기준", 국토부-양대노총 소형 기준 놓고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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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19-08-02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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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소속 전국 타워크레인 노동자 동시 파업 첫날인 4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한 공사현장의 타워크레인이 멈춰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국토교통부와 타워크레인 관련 노조가 소형 타워크레인 기준을 두고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양측 간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타워크레인 노조가 2일 2차 파업을 예고했다.

소형 타워크레인이란 사람이 타지 않고 리모컨으로 조작하는 것으로 무인 크레인으로도 불린다. 현행법상 소형 타워크레인은 들어 올릴 수 있는 무게가 3톤 미만인 것으로 제한된다.

국토부는 지난 25일 '타워크레인 안전성 강화방안'을 발표하고, 기존 소형 타워크레인 분류 기준에 지브(운반을 가능하게 하는 수평 구조물)와 모멘트(길이별 최대하중)를 추가했다.

국토부는 지브와 모멘트의 기준을 각각 50m, 733kN·m(킬로뉴턴미터)로 제시했지만 노조는 30m와 300~400kN·m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모멘트 기준에 따라 인양무게도 결정, 생계에 직접 영향
가장 의견이 갈리는 지점은 모멘트이다. 이 기준에 따라 감축 규모가 결정되고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의 생계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모멘트는 타워크레인의 길이와 하중을 곱한 값으로, 수치가 높아질수록 행동반경이 넓어지고 인양 무게도 커진다.

국토부 기준에 따르면 소형 타워크레인의 지브가 25m일 때 인양가능무게는 2.9t, 50m일 때는 1.5t으로 제한된다.

그에 비해 노조의 주장에 따른다면, 모멘트 기준이 300kN·m일 경우에는 지브가 각각 25m, 30m일 때 1.2t, 1t, 400kN·m라면 1.6t, 1.3t으로 제한된다. 소형 타워크레인이 채 2t을 들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국토부와 노조의 공방
이에 대해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노조안에 따르면 기존 소형 타워크레인의 95%가 사라질 것"이라면서 노조가 제시한 기준안의 부당함을 피력했다.

덧붙여 "정부의 규제안은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 장기적 시야를 갖고 시장에서 수용 가능한 합리적이고 안전한 대책이어야 한다"면서 노조에 비해 정부의 기준안이 느슨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국토부가 제시한 기준만으로도 기존 소형 타워크레인의 43%가 대형 타워크레인 범위로 변경된다면서 그 자체로 '충분히 강한 규제'라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노조는 국토부의 모멘트 산정 기준이 임의적이고 실효성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원희 한노총 홍보국장은 "모멘트를 산정하며 넣은 계산 대상들이 둘쭉날쭉하다"면서 "소형으로 불법등록된 13톤 대형크레인이나 국내에는 한 대도 도입되지 않은 외국 기종까지도 포함돼 우리 실정에 전혀 맞지않다"고 주장했다.

이 국장은 또한 "최근 6개월 동안 현장에서 실제 운영된 대수는 소형 전체(1845대)의 30% 정도밖에 안 된다"면서 국토부의 '충분히 강한 규제' 주장에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6개월간 실제 운영된 소형 타워크레인의 30%(1171대)를 기준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소형 타워크레인의 실효 대수는 국토부의 규제 대상 규모(43%)보다 더 적어진다. 

덧붙여 "50층 호텔을 소형크레인이 지었다고 하면 누가 믿겠느냐"면서 국토부가 여전히 소형 타워크레인의 높이를 규정하지 않은 점 역시 지적했다.

"높이 규정 없이 소형크레인을 무리하게 활용하면 타워크레인이 꺽이는 사고가 발생한다. 소형크레인 사고는 인재가 아니라 구조적 결함의 문제"라면서 안전성 문제를 지적했다. 

노조는 이미 파업 결의가 모두 끝났다면서 지도부에서 일정만 정해지면 언제든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국토부가 소형 타워크레인 분류 기준을 원점으로 돌리고 논의에 함께 임한다면 파업 철회 의사도 있음을 덧붙였다.

이에 국토부는 상황을 신중하게 지켜보면서 관계기관 대책 회의 등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노조의 파업 철회를 이끌어내기 위해 조만간 노조, 소형크레인, 건설사 등 관계자들과 논의 자리를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건설사·소형크레인, 국토부-노조 싸움에 등터진다
한편 소형 타워크레인 측은 국토부와 노조, 양측의 기준안 모두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정식 노조가 없는 소형 타워크레인 측은 '소형타워크레인연합회'가 국토부 논의에 대표 자격으로 참여 중이다.

대환용 소형타워크레인연합회 회장은 "노조만 사람이고 현장은 사람 아닙니까"라면서 노조 제시안에 강한 불만을 표했다.

이어 "밥그릇을 뺏어 먹겠다는 말 밖에 안 된다"라면서 "철근 한 다발이 기본적으로 2톤인데 그것도 못 들면 현장에서 제로가 돼버린다. 무슨 권한으로 거의 100프로를 다 죽이겠다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국토부안 역시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은 "국토부안에 따르면 40%가 소형에서 빠지는데, 장비 한 대에 2억씩만 잡아도 재산피해가 1600억에 달한다"면서 기준안의 재검토 혹은 적절한 보상안 마련을 촉구했다.

이 회장은 "지금까지 잘 써놓고 이제는 없애버린다고 하면 어떡하냐"면서 사태가 해결될 기미가 없다면 파업도 불사한다는 의지를 보였다.

한편 건설사들은 지난 6월 타워크레인 파업에 이어 또 다른 파업 소식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현장 관계자는 "파업을 해도 한 달에 수천만원씩 타워크레인에 지불하는 임대료는 그대로"라면서 비용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뿐만 아니라 골조공사로 건물 뼈대를 제때 올리지 못하면 공정이 쭉 지연된다. 준공 기한을 맞추려면 '돌관공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공사비용이 만만치 않게 늘어난다"고 말했다.

덧붙여 "여기저기 세력다툼하는 사이에서 우리 건설사들만 속앓이를 한다"면서 답답한 심정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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