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과천 내 '푸르지오'인데 분양가는 두 배…"청약자 혼란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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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 기자
입력 2019-07-31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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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천 푸르지오 써밋'과 '과천 푸르지오 벨라르테'…3.3㎡당 각각 3998만원, 2205만원

  • 분양가 상한제를 둔 또 다른 양극화 사례

'과천 푸르지오 써밋' 모델하우스 내부 전경. [사진=대우건설]

#. '3.3㎡당 3998만원과 2205만원'

경기 과천시 부동산 시장에서 같은 건설사가 공급하는 단지 두 곳의 분양가가 두 배가량 차이 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대우건설의 '과천 푸르지오 써밋'과 '과천 푸르지오 벨라르테'가 그 주인공이다. 두 단지는 동일한 과천시 내에 위치하지만 한 곳은 민간택지 재건축 후분양, 다른 한 곳은 공공택지 신규공급 선분양이란 점에서 다를 뿐이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과천 주공1단지 재건축인 과천 푸르지오 써밋은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다소 높다는 지적 속에 지난 30일 실시된 1순위 당해지역 청약 접수 결과 미달 사태를 겪었다.

반면 공공택지 '과천지식타운'에 들어서는 과천 푸르지오 벨라르테는 인근 시세의 절반가량에 불과한 수준으로 분양가 통제를 받아 향후 분양 일정을 기약할 수 없게 됐다. 두 단지 간 분위기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는 셈이다.

물론 같은 과천 지역이라 해도 푸르지오 써밋은 정부의 분양가 규제를 피한 후분양 단지로서 분양가가 최대치로 책정됐다. 이에 비해 푸르지오 벨라르테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공공택지에 속해 분양가를 건설사 마음대로 높일 수 없다.

그러나 두 단지 간 일정 수준의 가격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이들 간 분양가가 두 배 차이 나는 것이 시장 논리에 맞느냐는 문제 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이들 단지는 비슷한 시기에 분양되고 떨어진 거리도 3~4㎞에 불과한데, 소비자 입장에서 어떤 곳에서는 2배 비싸게, 다른 곳에서는 2배 싸게 분양받는 상황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아파트, 오피스텔, 주상복합 등 상호 주택군이 다르지 않은 이상 같은 지역에서 공급되는 단지가 이렇게 분양가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다. 이에 청약자들의 혼란도 가중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날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과천 주공1단지 재건축인 푸르지오 써밋은 전날 진행된 일반분양분 506가구에 대한 지역 거주자 1순위 청약 결과 총 305가구가 미달됐다.

이 단지는 후분양 요건을 갖춰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분양 보증, 분양가 심의 대상은 물론 정부가 사실상 도입을 예고한 분양가 상한제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평균 분양가는 3.3㎡당 3998만원으로 앞서 지난 5월 분양한 과천 주공6단지 '과천 자이'보다 3.3㎡당 700만원 이상 높아 고분양가 지적이 일기도 했다.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과천시 인구 자체가 적다 보니, 이에 비례해 지역 내 1순위 통장 가입자수도 적은 편이다. 당해지역 미달은 크게 신경 쓸 부분이 아니다"라면서도 "인근 지식정보타운의 분양가가 훨씬 저렴한 점은 분명 푸르지오 써밋 청약에 위협 요소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과천지식타운에 위치한 푸르지오 벨라르테의 경우 분양가가 주변 시세 대비 절반에 불과한 수준에 잠정 결정돼 대우건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분양가 심사가 진행된 푸르지오 벨라르테 분양가는 3.3㎡당 2205만원 선에 정해졌다. 이는 과천시 일대 아파트 시세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과천시 분양가 심의위원회가 기본 건축비를 건설업체가 제시한 가격보다 15%나 낮춘 탓이다.

과천시 갈현동, 문현동 일대 135만3090㎡ 부지에 공공주택을 비롯해 연구개발(R&D), 정보통신(IT), 벤처기업 등 4차산업 관련 첨단지식산업단지가 들어서는 과천지식타운 일대는 공공택지 개발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상당히 낮은 분양가가 책정될 것으로 점쳐지면서 이미 연초부터 청약자들의 큰 관심을 모은 바 있다.

당초 대우 측이 제안한 가격은 이미 저렴하다고 평가받는 3.3㎡당 2000만원대 중반 선이었지만, 심의위원회의 제지로 무산됐다. 대우건설 측은 이와 관련해 "다양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다각도로 고민하겠다"라는 입장을 보였지만, 업계는 수익을 기대할 수 없어 분양 연기가 사실상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후분양 문제, 분양가 상한제 등의 각종 변수가 있다고 해도 같은 지역 내의 공급 단지 분양가 차이가 크게 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청약자들의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며 "특히 과천지식타운 일대는 '포스트 북위례'로 일컬어질 만큼 이미 '로또 지역'으로 정평이 나 있는 지역이다. 여기서 더 분양가가 내려간다면 시장이 전반적으로 왜곡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과천 분양가 문제는 최근 정부의 혼란스럽고도 일관성 없는 청약 정책 방향 및 시스템의 산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분양가 상한제를 두고 피한 단지와 피하지 못한 단지의 가격 차이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분양 시장에서의 또 다른 양극화가 발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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