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조합 "코트라 중소기업 대상 사업에 대기업 끌어들여"…중기부 "입찰 방식 문제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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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국·노승길 기자
입력 2019-07-1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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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트라 "2020두바이엑스포, 국가적인 행사고 국격 제고해야 하기 때문"

코트라(KOTRA)가 현행법을 무시한 채 중소기업들만 참여하는 공개입찰에 대기업 집단 소속 계열사 '이노션'을 참여시켰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코트라는 발주처가 입찰자 선정기준과 기준의 해석·적용 등 계약 체결 여부 등에 재량권을 가진다는 법원 판결을 근거로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이 가운데 중소기업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가 이번 공개 경쟁 입찰 방식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국전시문화산업협동조합(이하 '전시조합')은 16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소기업 숨통 조이는 코트라를 규탄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전시조합은 중소기업협동조합법에 따라 설립된 중소기업중앙회 산하의 전국조합으로, 전시물 제작·설치사업에 종사하는 조합원들로 구성돼 있다.
 

한국전시문화산업협동조합이 16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소기업 숨통 조이는 코트라를 규탄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앞줄 왼쪽부터 박석중 한국전시문화산업협동조합 감사, 박명구 이사장, 정호진 (주)피앤 이사. [사진=중소기업중앙회]

전시조합에 따르면 코트라는 지난 2월 16일 '2020두바이엑스포 한국관 전시·운영 용역사업'을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으로 공개입찰을 진행했다. 전시·연출 및 제작설치 용역은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판로지원법’)에 따라 중소기업자만을 대상으로 제한경쟁 입찰해야 하지만, 코트라가 중소기업자간 경쟁입찰의 예외를 적용해 대기업의 참여를 허용했다. 더군다나 공모결과 우선협상대상인 중소기업을 알 수 없는 이유로 협상결렬시키고, 협상 2순위인 대기업 집단 소속 계열사 '이노션'과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공모 입찰 결과를 보면 협상 1순위는 중소기업 '피앤', 2순위는 대기업 집단 소속 계열사 '이노션', 3순위는 중소기업 '시공테크'가 선정됐다.

업계에서는 코트라가 협상기간이 법적으로 14일인 점을 악용해 1순위와의 협상을 일방적으로 결렬시켰다고 보고 있다. 시가총액만 1조4000억에 달하는 현대차그룹 계열 광고회사가 중소기업들이 경쟁하는 전시연출용역 계약을 체결한 것에 대해 업계는 "코트라가 대기업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진행하지 않았다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한다. 

코트라는 공모 과정에서 '국가적인 행사이고, 국격을 제고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이번 입찰에 대기업의 참여를 허용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피앤과 KBS N 컨소시엄'이 코트라와의 협상 결렬 이후 이번 용역 입찰에 대해 지난 5월13일 지위 보전 가처분 신청 소송을 법원에 제기했지만, 같은달 30일 '신청 이유 없음'으로 기각 판결이 났다고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 참여한 이민호 코트라 무역기반본부장은 "1심 기각이후 항고심이 진행중인데 전시조합이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한다"고 말했다. 

그는 "협상은 둘다 똑같이 진행했다. 다만 이번 건처럼 협상결렬된 사례가 많지 않는 점은 사실"이라며 "코트라가 요구한 추가 자료가 과도하다고 조합측이 주장했는데, 이는 제안서를 준비하는 45일 기간에 이미 준비를 마쳐야 했을 뿐더러 심사위원들이 검증에 필요한 내용 80여가지 질문을 그대로 피앤측에 제시한 것이다. 무리한 자료 제출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조달청을 통한 공개 경쟁 입찰이 아닌 코트라가 직접 발주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경운 코트라 세계엑스포팀 과장은 "조달청 입찰 과정은 심사위원 선정부터 대행 절차 등이 너무 복잡한데다 시간이 오래걸린다"며 "사업을 신속히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코트라에서 직접 발주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입찰과 관련해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중앙회가 코트라에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은 확산될 전망이다. 중기부는 지난 1일, 중앙회는 지난달 19일에 '중소기업자간 경쟁제도인 판로지원법의 입법취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점을 코트라에 공식적으로 알렸지만, 코트라는 아무런 답변 없이 계약을 체결했다. 

정부 관계자는 "어떤 공개경쟁이든 입찰공고문이 가장 중요하다"며 "입찰공고문에서 조건은 무엇인지, 예외 사항은 무언지를 참고하는 게 우선이다. 만약 입찰공고문에 대기업 참여와 관련한 내용이 없다면 문제가 된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조달청 공모에서는 두번 유찰이 되면 세번째 입찰에서 대기업 참여 제한을 푸는 경우가 가끔 있지만, 코트라처럼 처음부터 제한을 푸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박명구 전시조합 이사장은 "2010상하이 엑스포, 2015밀라노 엑스포, 2017아스타나 엑스포 한국관 전시연출에서 중소기업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훌륭히 사업을 성공시켰다"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전시·연출 제작설치 용역에서도 중소기업자간 경쟁입찰을 통해 전시전문 중소기업의 경험과 역량이 충분히 검증된 바 있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승태 시공태크 대표는 "조합 설립 이래 최초로 발생한 우선협상대상자와의 협상 결렬 통보는 납득할 수 없다"며 "지금 이 사태를 방관하면 전시 업계의 우리 중소기업들도 대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꼬집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전시분야 중소기업 대표들이 참여해 계약을 전면 무표화하고, 입찰 과정을 철저히 조사해 관련자를 처벌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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