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日 경제보복 넘어 '한·미·일 균열'…한층 세진 文대통령의 3차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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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형 기자
입력 2019-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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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대통령, 일주일 새 세 차례나 경고… "日경제에 더 큰 피해, 결코 성공 못해"

  • 정부, 예산 지원·국제 여론전 가동…日, 다음 달 韓 화이트 리스트 배제 재확인

  • 日 노림수, 동북아 질서 재편 야욕…靑, 日 제3국 중재위 수용 대신 국제 여론전

'한국 기업 피해가 발생하면 대응(지난 8일 수석·보좌관회의)→일본, 막다른 길로 가지 말고 화답하라(지난 10일 30대 그룹 청와대 초청 간담회→우리 정부에 대한 중대한 도전(15일 수석·보좌관회의, 이상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

일주일 사이 벌써 '세 번째' 대일(對日) 경고 메시지다. 발언 강도는 한층 세졌다. 전략적 침묵을 깬 문재인 대통령이 택한 것은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 가동이다. 예산과 세제 지원을 총동원한 정부는 국제 여론전에 속도를 냈다. 일본의 제3국 중재위원회 요청을 거부한 정부가 국지적 통상전쟁 이상의 대응책 마련에 돌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은 강경 일변도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는 다음 달부터 한국을 '백색 국가(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한·일 기본조약을 기반으로 한 '65년 체제'와 함께 정통적인 '한·미·일 공조'를 재편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내비친 셈이다.

◆日에 '자국 경제 부메랑' 경고한 文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왼쪽에서 두 번째). 사진은 8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 규제에 대해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높은 성장을 도모하는 시기에 경제 성장을 가로막은 것이나 다름없다. 결국엔 일본 경제에 더 큰 피해가 갈 것"이라며 "일본 정부는 일방적인 압박을 거두고 이제라도 외교적 해결의 장으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국제 여론전 카드를 앞세운 문 대통령이 아베 정부의 경제 보복 조치가 자국 경제를 갉아먹는 '자충수'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유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은 지난 12일 일본이 수출 규제의 근거로 '한국의 대북제재 위반'을 거론하자, "한·일 양국이 동시에 국제기구 조사를 받자"고 제안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가 한국 경제의 핵심 경쟁력인 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출 제한으로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일본의 의도가 거기에 있다면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발(發) 경제 보복 조치가 단발성 무역전쟁 이상이 아닌 1965년 6월22일 '대한민국과 일본 간의 기본 관계에 관한 조약' 체결 이후 반세기간 이뤄진 한·일 경제협력의 근간을 흔든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日 동북아질서 재편 움직임에 "중대한 도전"

문 대통령은 "(한·일) 제조업 분야는 한국이 막대한 무역수지 적자를 겪으면서도 국제분업 질서 속에 부품·소재부터 완성품 생산까지 전 과정이 긴밀하게 연결돼 함께 성장해왔다"며 "(일본의) 한·일 경제협력의 틀을 깨는 것으로,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의 수출제한 조치를 엄중히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날을 세웠다.

문 대통령은 거듭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는 자국 산업 피해를 막기 위한 통상적인 보호무역 조치와는 방법과 목적도 다르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 규제에 대해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높은 성장을 도모하는 시기에 경제 성장을 가로막은 것이나 다름없다. 결국엔 일본 경제에 더 큰 피해가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진은 청와대 춘추관.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문 대통령의 이 같은 강경 발언에는 일본의 대한 수출 규제가 정통적인 한·미·일 공조 균열을 통해 '동북아 질서를 재편'하겠다는 노림수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렸다. 최근 정부 내부에서도 일본의 '외환 및 외국무역법(외환법)'상 우대제도인 화이트 리스트의 배제가 현실화하면서 이 같은 기류가 확산했다.

이는 우리의 전 산업을 겨냥한 화이트 리스트 배제는 한국을 안보상 우대국에서 제외하겠다는 의도다. 앞서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으로 급파했음에도 정작 미국의 움직임이 소극적인 것도 한몫했다.

문 대통령이 한국의 대북제재 위반 논란에 불을 지핀 일본을 향해 "느닷없는 의혹을 제기했다", "말을 바꿨다", "우리 정부에 대한 중대한 도전" 등의 날 선 비판을 가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문 대통령은 "과거사 문제는 한·일 관계에서 주머니 속 송곳과 같아 때때로 우리를 아프게 찌른다"면서도 "우리 경제의 전화위복 기회로 삼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고 전했다. 
 

참의원 선거 유세에 나선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7일(현지시간) 도쿄 인근 후나바시 거리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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